농업/경제

우리 모두는 역사다(12) – 우리는 혹시 감상적인 민주주의를 꿈꾸고 있는 건 아닌가? – 권길홍 수필가

또 우린 어떤 정치를 바라는가? 국민을 위한다는 핑계로 인기위주의 정책이나 쏟아내면서 우리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에서 더 멀어지게 하거나, 국민들이 원한다는 미명하에 쉽고 편한 길만을 안내하고 이끌어가는 정치!
통치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든가?
김영삼 전대통령의 야인시절 얘기다. 당시 김영삼은 정권의 모든 정책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거나 반대를 한다고 자택에 연금되어 일체의 외부활동이 금지된 상태에서 집안의 손바닥만 한 마당을 운동 삼아 계속 다니다 보니 그 발자국 따라 길이 났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걸 본 젊은 우리들은 열광했다. 얼마나 마음에 화가 치밀었고 바깥세상이 그리웠으면 마당을 닳도록 돌아다니며 길이 날 정도로 다녔을까, 그리고 이분에게 정부는 얼마나 심한 탄압을 하고 신체적 자유를 빼앗고 박해를 가하는지 정말 안 봐도 다 아는 이야기였다.
이와는 반대로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으로 국민을 닦달하고, 나 같은 말단공무원에게까지 좋아졌네 좋아졌어!라는 그 시시한(?) 노래와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를 끊임없이 부르게 하면서 무사안일한 정신을 바꾸려하거나, 장발단속이다 미니스커트단속이니 하면서 국민의 흐트러진 감정도 다잡아야 하고, 또 수출실적을 올리려고 매주마다 수출담당관계관 회의로 몰아붙이면서 수출실적을 올리려 정말 갖은 묘안을 짜내거나 기업을 독려하고 우리나라가 가진 자원으로 더 수출하도록 밀어부쳤다. 이런 정책의 흐름 속에서 머리카락이라도 팔아보자고 했고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다. 또 교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걸핏하면 무단횡단자를 적발하여 대로상에서 중인환시리에 챙피를 당하게 하거나, 식량자급자족을 달성하기 위해 보리혼식하라고 작은 식당에까지 점검하고 단속을 했고, 심지어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학생들 도시락을 검사하게 하였으니 누가 더 훌륭해 보였을까?
한쪽에선 국민 앞에서 끊임없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잘못한다고 비난하고 기업과 결탁하여 나라를 거들내고 있다고 선동하면서 자신의 국민적 인기를 한 몸에 모으고 있었는데, 다른 편에선 정부를 비난하니 가택 연금시켜서라도 조용하게 정책을 집행하려 했고, 국민의 정신을 옭죄고 쥐어짜듯 정치하니 비민주적이고 독재라는 상투적인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었다.
그래서 우린 혹시 감상적인 역사적 사건만을 미화시키는 국민이 아닌가?
앞에서 말한 김영삼 대통령이 그 좁은 마당에서 풀뿌리가 짓밟히도록 걸었다는 그 사실에 열광하거나 반체제 운동이랍시고 나선 사람들이 집에서 잠을 자면 잡으러올지 모르니까 숨고 피하고 달아나고 이런 사건을 보고 존경하고 대단한 느낌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어느 면에선 그런 분들이 훌륭하고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인정해야 하지만 역사란 한편만 보고서 판단하는 그런 건가?
민주화 운동이 중요하고 대단한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지만 민주화 초기에는 어느 누구보다 앞장서 나섰다가 이젠 그 일에서 멀리 떠난 분들도 계시다는 사실을 우린 모른 체 하는 건 아닌가? 민주화 운동이라는 그 대단한 일을 지금은 언급도 않는 김문수 지사니 김지하 시인, 이재오 의원과 인명진 목사님 같은 분들 외에 이름 없고 빛도 없이 말없이 사라지거나 잠잠히 계시는 많은 분들처럼! 또 박정희 때문에 2천 명은 고생했지만 우리 민족 전체인 5천만 명은 잘 살게 됐다는 소문과 같이 떠도는 말도 무시하는 게 옳은가?
김영삼이나 김대중이 겉보기에 민주화를 위한 대단한 핍박을 당하는 것처럼 보여 지고 있을 때, 다른 쪽에서는 국가 경제를 일으키려 밤잠을 설쳐가며, 공장 지을 자금을 구하랴 기술을 어디서 배워야 하고, 원양어선으로 보낼 배나 공장에 들여놓아야 할 기계를 어떻게 어디서 구해 와야 할지를 고심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우린 깊이 새겨야 한다. 바로 끝없이 독재와 투쟁한 김영삼을 탄압하고 반체제 운동가들을 잡으려 애쓴 사람과 이 나라 경제를 위해, 이 나라 법과 도덕을 지키게 만들고, 그리고 합리적 정신을 기르기 위해 노심초사한 사람들이 동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일부 편향된 역사학자는 경제개발을 하거나 합리적 정신가치를 놓기 위해 애쓴 사실은 싹 감추거나 모른 체 하고 그저 독재하고 탄압한 사실만을 강조한다. 우리가 이런 사실만 주장하는 학자에게 지지를 보낸다면 어리석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지독하게 이상한 나라다.
세계가 놀란 경제개발로 선진국은 아니지만 그 비슷한 언저리에 들어섰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독재를 무릅쓰고 민주화도 이룩한 나라다.
그런데 여기에 묘한 어긋남이 존재한다. 민주화에 갈채를 보내지만 경제개발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젊은 역사학자들은 경제개발이나 경제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억지로 무리를 해서라도 밀어부쳐야 한다는 도전정신과 법이나 계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합리적 정신고창을 위해 5.16 혁명공약과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하는 유치한 전략을 펼치면서 전력을 투구한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도 안하고 무시하려 한다. 정말 우리나라의 일부 사람들은 경제개발의 성공을 언급도 않으려 하지만 더 한 건 지우려 한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역사학자나 지식인들 가운데 일부는 민주화운동에 더 긍지를 가지면서 위대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정작 후진국의 맨 끄트머리에 있던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 훨씬 더 힘들었던 일이 아닐까? 이는 북아프리카, 또 남미의 민주화에, 중동의 오렌지 혁명이니 하는 나라들 중 민주화는 달성한 나라가 많지만 경제는 민주화가 되기 전보다 크게 어려워진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어쩌면 그들 나라의 대부분은 우리보다 훨씬 잘살았던 나라들인데!
그래서 박정희의 위대한 점은 국민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치를 했다는 점이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무지하고 정부가 하는 일을 못 믿고 비난했던 국민들! 그런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한마음으로 뭉치게 한 사실에서도 그 위대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