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있거라 나는 간다 – 송암 윤한걸 (한시)
태어날 때 흠집 없는 빳빳한 자존심
삶이란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육신을 단련시키는데는 이것
금실금실 소곤거리며 따라오는 삶
사랑이 식어버린 애인 대하듯
삶은 떠도는 그림자일 뿐
하늘의 별들은 늘 존재했지만 존재를 부정하며
철침대의 하루해는 저물어 가고
생의 기쁨 아니 몸부림치면서
자신의 역할에만 몰입하는 순종의 미학
베풀지 못한 그 안타까움은 어쩌고
다 버리고 갈 것을 몰랐던가!
햇살은 비켜 앉은 오랜 침묵의 공간 속에
불안한 냉기가 기웃거리는 구멍 난 문살
주인 없는 녹슨 방 문고리를 잡고
어이 이 무거운 노욕 못 버리고
저 먼 하늘로 가시면서
요양병원 간병사에게 독백처럼
던진 한마디 잘있거라 나는 간다, 후
말문 닫고 3일 후 오전 11시 83세로 가신 님.
松菴 尹 韓 杰
송암 윤 한 걸
略歷 :죽순문학 등단.한국문협.한국시인 연대.문학세계.문학공간. 2020한국을 빛낸 문인 100인 선정. 詩集:人生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