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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역사다| 정주영 회장님의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를 읽고 (2) – 권길홍 수필가

전쟁후 가난, 하고싶어도 할 수 없었던 공부, 월남전 파병, 개발지상주의 폐해, 민주주의 항거 등 한국의 근대사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왔다. 현재 20여 년의 공직을 마무리 짓고 귀촌했다. 국민소득3만달러를 돌파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어떤 고난과 아픔을 가졌는지 이야기해 보고 싶다. 사실 우리 모두는 역사다./권길홍=gapowon@naver.com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오늘의 이 사회는 어떻게 왔는가를 저의 조그만 눈으로 겪고 보았던 사람으로서 우리나라는 어떤 사람들이 이끌어가야 하는지를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살다보니 남기고 싶은 말이 많다.
왜 우린 피라미드 같은, 만리장성 같은 거대한 역사적 건조물이 없고 우리 국민을 이끌어줄 위대한 지도자가 없는가? 이런 열등감에 시달린 내 젊은 시절,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내 마음속에 박정희라는 위대한 인물이 있으니까, 내 민족 가운데 정주영이라는 사람이 존재한 나라니까, 눈에 보이는 역사적 건조물의 크기로 판단할 건 아니다 라는 확신이 서도록 해줬다.
조선조 500년 동안 지배계급에 억눌리고 착취당한 억울함으로 정부가 시키거나 위에서 지시한 건 반대로 해야 된다는 사고로 살아온 이 국민들에게 “해봤어” 라고 꾸짖으시며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 된다는 그 부정적인 사람들에게 긍정적 사고에 진취적 사고를 뿌리내리게 해주신 분!
자신에게 허락된 젊음을 귀중한 줄 모르고 포기하고 낙심하며 헛되이 낭비하는 우리 사회의 일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과 내 자식들에게 반드시 뭔가를 깨닫게 해줄 수 있는 그 교과서가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요즘처럼 애국이니 나라에 대한 관심에 별로 신경 쓰지 않을 때, 또 일부 젊은이들이 무능한 모습을 보일 때 이 책에 큰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 전체가 안락함과 여유만 생각하는 풍조에 젖어 불과 얼마 전의 도전적이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상으로 나라가 일어섰던 기억을 잊은 요즘 우리 모두가 이 책을 읽고 다시 분발했으면 좋겠다.
태국의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공사가 현대가 맡은 첫 번째 해외수주 건설공사라는 얘기는 바로 우리나라의 고속도로가 현대에 의해 건설될 거라는 운명이 아닐까 생각이 들 만큼 역사가 그렇게 만들어져 갔다. 그렇지만 이 공사에서 큰 손해를 보았으나 악착같이 해낸 그 덕분에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도 계속 될 수 있었다면 우리의 오늘은 바로 어제 현대가 부딪치고 싸워서 이긴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조선업도 그렇다. 오로지 나라의 경제발전 외에는 아무런 사심이 없었던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의 조선소 건설에 대한 의지와 집념이 정주영 회장님에게 거의 강제로 맡기다시피 이루어내라고 하여 설립하게 된 그 이야기는 듣는 우리에게 가슴 뻐근한 감동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지만 그 알게 된 사실 하나 하나가 바로 역사였다. 간단한 예로 88올림픽을 유치할 때의 일은 바로 한편의 드라마요 소설이었다. 어떻게 방대한 기업을 하면서 자신에게 맡겨진 올림픽유치를 위해 전력투구할 수 있었는지, 행사주체였던 서울시장도 자신 없어서 내팽개치다 시피한 일을 단지 큰 기업을 한다는 이유로 맡았는데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올림픽유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나서서 오히려 일본을 제치고 유치에 성공했는지!
기업은 기업인의 창의에 의해서 성장하는 것이지 정치권력에 의해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을 이 책에서 읽고 새삼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망하고 사라졌던 그 많은 기업들을 권력이 비호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았을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일에 기업은 정권과 결탁하고 정권의 비호 아래 성장했다고 하지만 정회장님의 이력을 보면 1940년 일제시대의 25살 정말 어린 나이에 아도서비스라는 자동차 정비공장을 인수하고 이 자금도 쌀집에서 열심히 일하고 모았던 돈에 신용을 쌓았던 덕택으로 빌린 돈으로 인수했다면 정권의 유착이니 특혜라는 말은 아예 할 수 없는 얘기가 아닐까? 그것도 일제시대에! 이런 젊음과 뱃장과 경영능력을 우리는 어디서 찾아볼 수가 있을까?
이 책에서 언급한 정부정책에 의한 간섭으로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은 평생 기업을 하시면서 부당하거나 무지한 관주도 사회에서 얼마나 뼈에 사무쳤을까 마음에 깊이 공감하면서 우리의 후세들은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가 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정주영 회장님께서 2001년도에 돌아가셨는데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우고 어떻게 메꿀 수가 있을까? 창의적이고 불굴의 자세로 이끌어 오신 기업가 정신을 누가 어떻게 이어갈까? 그 역할을 누구에게 맡길까 마음이 답답하다. 결국에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미루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워라! 정주영회장님의 정신을! 개척해라! 이 세계를! 도전해라! 새로운 분야를!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정주영 회장님 같은 분이 계셨기에 가능했다는 걸 알았다. 우린 흔히들 경제발전에서 도전과 창의를 자주 언급하지만 그 도전과 창의가 어떤 사람에게서 어떻게 나오는지는 잘 모르거나 관심 없어한다. 그러나 회장님의 도전정신을 잊어버린다면 그건 우리의 손해다. 우리들 마음속에 그 위대한 도전과 창의의 정신을 우리 모두가 간직한다면 우리는 크나큰 보물 하나를 소유한다고 생각한다.
그 보물은 바로 우리의 우리 역사에 대한 긍지요 자부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