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군민유치청원동의서”라는 이름의 폭력 – 홍근대 반대투쟁위 홍보국장
삼가면과 쌍백면에 LNG태양광발전단지를 유치하기 위해서 2018년에 합천군은 “범군민유치청원동의서”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에 옮겼다. 그 해 9월20일부터 10월1일까지 이루어진 유치청원운동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정해진 10일의 기간 안에 추석연휴가 들어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단 3일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그 이후로도 관공서에 비치하는 형식으로 동의서명을 받기는 하였지만 35739명 중 대부분은 이 기간 동안에 서명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이루어진 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임은 합리적으로 유추가 가능하다. 게다가 이 글을 쓰는 본인의 서명동의서를 정보공개청구를 받아본 결과 짐작은 사실로 드러났다. 본인이 해 준 적도 없는 서명이 버젓이 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름은 본인 이름이지만 서명에는 형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평소에 이장님이 형님과 나의 이름을 잘 구분 못하시고 부르셨는데 서명도 그렇게 하신 것이었다.
게다가 범군민의 서명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설명회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설명회가 범군민에게 이루어진 사실이 없다. 설명회가 없는 동의서는 절차상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이다. 내용도 모르고 동의를 한 것은 법적인 효력도 없다. 합천군측은 설명회를 13회 시행했다고 해명을 한다. 이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이 400여명 가량이다. 400여명에게 설명을 했고 서명동의를 350명 정도 받았다고 하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동의서명자는 그 100배에 달하는 35739명이다. 이런 내용을 해명이라고 하는 것이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다.
그런데 “범군민유치청원동의서”에는 이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지자체가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법률상에 사용되는 개념은 항상 “주민”이다. “군민”은 행정구역에 의한 개념이지만 주민은 일정한 지역의 범위 안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발전단지와 같은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법적으로 동의서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주체는 지역주민이다. 주민은 그 당사자로서 피해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의령군의회에서 합천군의 융복합발전단지 건립계획 반대성명서를 낸 것은 법적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남이고 상관이 없지만 법적인 효력을 갖는 주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의령군의 갑을마을 같은 경우는 바로 그 직접적인 당사자인 주민이다.
이해관계나 피해의 정도를 헤아려보는 관점에서 군민은 사실상 아무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아무 상관도 없는 다수 군민의 동의서명을 받아서 소수의 주민들에게 사업을 강요하는 것은 소수에게 가하는 다수에 의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범군민유치청원동의서”라는 것은 용어 자체가 불법이며 사기이다. 합천군은 다만 군민들의 여론을 알아보려는 목적으로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여론을 알기 위해서라면 여론조사를 하면 된다. 동의서명을 받은 것은 여론을 알고자 함이 아니라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뻔한 사실임에도 합천군은 계속 거짓말을 한다. 만약 그 말대로 여론을 알려고 한 것이었다면 합천군은 왜 그 불법 사기 데이터를 기초로 다수의 법적효력을 갖는 공문서들을 작성했는가? 그 공문서들에 의해서 1조5천600억이라는 거대한 발전단지건립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합천군은 불법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며, 여기서 파생되는 모든 피해는 삼가와 쌍백의 주민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이것은 행정에 의해서 자행되는 “거대한 폭력”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