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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경지수같은 시내가 흐르던 나의 고향을 그리며 – 김상문 수진철강㈜ 대표이사

나는 가회면 덕촌리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에 부모님은 정미소를 운영하셔서 황매산 아래 한밭새터에서 다른 형제들과 생활하셨다. 나는 할머니와 삼촌들과 함께 면소재지와 가까운 머기미라는 동네에서 자랐는데 왜 나만 따로 떨어져 살았는지는 잘 알수가 없다. 아마도 소재지 학교가 가까워 배려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누나는 한밭샛터에서 학교를 다닌 것으로 보아 반드시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자주 부모님과 형제들이 살고있는 한밭에 올라가 동네친구들과 소꼽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하였는데 그당시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정미소는 물레방아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에너지를 만들어 동네에 전기불도 넣어드리고 벼와 보리 그리고 밀을 가공하였는데 나중에는 발동기를 들여와 같이 작업을 하였다. 물레가 물을 머금고 뱉어내는 철썩철썩 소리와 함께 도는 낭만적인 풍경은 이제 상상속의 아득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물레방아가 도는 시내가에는 돌을 두드리면 쇠소리가 나는 청돌과 다양한 색으로 늘려있는 아름다운 돌무리가 원시적 환경으로 어린 마음속에 그림처럼 새겨져 있다. 물사이로 돌맹이를 들어보면 가재가 바글바글했고 다슬기도 지천에 붙어있었지만 탐내는 사람도 없었다. 탱가리와 피리 망태같은 물고기도 많아 물줄기를 돌려 고기잡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명경지수 같은 맑은 물에 동네 친구들과 물장구치며 멱감는 재미는 오늘날에는 어떤 좋은 시설에 즐기는 문명의 이기보다도 더 멋진 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60여 년이 지난 요즘 황매산에도 오를 겸 고향을 방문해 보면 시냇가의 청정 명경지수와 예쁜 바위와 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시커면 돌에 이끼가 끼어있어 한없는 실망과 함께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맑고 깨끗한 물이 황매산 자락에서 발원하여 나무실과 동곡의 수박소 머기미맹기들과 천연목욕탕 석통을 거쳐 오리밭과 구평으로 흘러갔던 것이다. 원상복귀는 힘들겠지만 맹기들에 다슬기와 피리가 노니는 모습을 보면서 시냇가 주변을 잘 관리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드문 청정지역으로 황매산과 더불어 관광 자원화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어 합천군과 가회면민들이 합심하여 청정계곡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희망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비단 가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주민들의 마음과 정성을 모아 골짝 골짝마다 청정계곡과 맑고 깨끗한 벽계수가 흘러내려 일상에 찌든 현대인의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살기좋은 내 고향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해 본다. 여기에 곁들여 하동의 코스모스와 메밀꽃 축제, 함안의 연꽃축제같은 계절적 행사와 청도의 한재미나리같은 고소득 작물을 삼가한우와 결합시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객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향우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몇 자 적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