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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八旬)잔치 대신 책을···

이수갑 지회장 ‘八旬의 회고’ 자서전 출간

전몰군경유족회 합천군지회장인 이수갑 씨가 팔순을 맞이하여 ‘八旬의 회고’ 자서전을 출간했다. 코로나19로 일가친척들이 모여 팔순행사를 갖는다는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었겠지만 이수갑 지회장은 팔순잔치 대신 책을 선택하며 자신의 삶을 들려주기로 했다.
‘八旬의 회고’는 책제목처럼 단순히 한순간의 사건을 기록한 책은 아니다. 그의 지난 80년간 삶의 기억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며 시대 순으로 나열하고 있다. 이 책을 자세히 보노라면 그의 회고록은 마냥 타자(他者)만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슬픔(恨)을 치유하기 위한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팔십 인생의 처음과 끝을 규정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건 ‘전몰군경유족’이다.
이수갑 지회장의 집안은 유학자인 그의 증조부를 따라 의령군 부림면 여배리 합천 이씨 집성촌에서 거주하다 현재의 합천군 적중면 죽고리로 옮겨 왔다. 그의 나이 10세가 되는 해 6.25전쟁이 발발하고 당시 그의 부친은 함양경찰서에 근무했다. 전쟁을 피해 흩어졌던 일가족은 증조모 제사를 준비하기 위해 죽고리 고향으로 다시 모이고, 그 날 조부모, 숙조부, 숙부는 좌익세력들에 의해 반동분자로 몰려 인근 산기슭에서 총탄에 목숨을 잃고 만다. 그날 함께 왔던 그의 모친 또한 밤중에 자신과 동생을 잠재워두고 북한군에 의해 끌려간 후 이슬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1951년 여름에는 부친의 전사 통지서를 받게 된다. 일순간 자신과 5살 난 동생은 고아가 되고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며 큰고모댁의 자녀들과 함께 생활한다. 하지만 몸이 허약했던 동생마자 약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 죽고 만다. 이 모든 것들이 그가 나이 10세 때 일어난 유년의 기억들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10세 이전의 기억은 사라지고 그 이후의 가난과 흙을 주워 먹는 동생과 학업에 대한 열망 그리고 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그의 항거만이 있다.
이수갑 지회장의 현재와 지난 경력들은 여느 시골 촌부답지 않게 화려하다. 대표적인 것은 1980년 마흔 살에 합천군새마을지도자 초대 회장이 되고, 2014년에는 합천이씨 합천군종친회 회장을 역임하며 올해부터는 합천이씨 대종 화수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02년에 취임한 전몰군경유족회 합천군지회장은 재직기간 중 사의(辭意) 표명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 없어 20년째 역임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전몰군경유족회 합천군지회장으로서 2015년 처음으로 열린 「제1회 보훈가족위안행사」는 그가 지회장으로 봉사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八旬의 회고’는 그의 조부모, 숙조부, 숙부 그리고 부친과 모친, 또 하나인 5살의 동생, 이들 망인들을 위한 한(恨)의 고풀이이자 산 자의 가슴에 쌓인 자신의 슬픔을 위한 씻김굿이다. 또 자식들에게는 보람과 기쁨을, 아픈 아내에게는 감사와 행복을 위해 이들이 함께 부르는 찬란한 노래이다.
이수갑 지회장에게는 2남 2녀의 자녀가 있다. 이 중 장남이 현 합천군산림조합 이인숙 조합장이다.
/박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