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담 | 하진균 작가에게 듣는다
문화의 달 10월을 맞아 2021년 개천미술대상전과 제 44회 경남미술대전에서 문인화 부문 ‘대상’을 차지함으로써 한해에 지역예술대전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두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괘거를 이룬 하진균 작가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 먼저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수상하신 작품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 예, 이번 출품작은 사군자, 즉 매, 란, 국, 죽 중 난초와 대나무를 그린 ‘묵란도’와 ‘묵죽도’가 되겠습니다.
▲ 그렇군요. 이 작품을 출품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문인화를 처음 시작하면 대부분 사군자부터 시작하고, 사군자 중에서도 난초, 대나무, 매화, 국화의 순서로 배우듯이 문인화의 기본이기도 하여 저는 난초와 대나무를 즐겨 그리고 있습니다.
▲ 작가님께서 작품 활동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저는 지난 2014년 6월, 40년간의 평생공직을 마무리 하면서, 여가시간을 메울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고, 또, 정년퇴임 후 인생 후반전의 백수생활에 연착륙 하기 위한 즐길거리를 찾는과정에서 서각, 인두화에 이어 문인화에 심취하게 되었습니다.
▲ 문인화를 두고, 군자의 도를 실천하는 과정이라는 얘기가 있는데요. 문인화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문인화는 예부터 양반, 사대부가의 문인들이 즐겨 그렸던 그림으로, 당시 양반계층의 필수교양과묵이 시(詩), 서(書), 화(畵)였다면, 화(畵)에 속하겠지만 그림을 그린 후, 화제를 써서 마무리 하는 과정까지 본다면 시, 서, 화가 복합적으로 다 들어있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인화는 사대부 선비들의 호연지기, 즉 고고한 기상을 표현한, 선비정신이 살아 숨쉬는 그림이라는데 매력을 느낍니다.
▲ 그동안 정말 수많은 대회에서 수상을 하셨어요. 제25회 남도서예, 문인화 대전과 제4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전국 대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계시는데요. 이런 작품 활동을 할 때 영감을 어디서 어떻게 얻으시나요?
: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평생 공직을 퇴직하고 느지막이 시작했기에, 예술 활동 경력도 짧고 아직도 배우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작품의 영감을 얻는 과정이라기엔 너무 거창한 것 같고, 다만, 모든 예술 창작활동도 처음 시작은 모방과 연습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며, 부단한 반복과 수련의 과정에서 내공이 쌓이고 영감도 얻어진다고 생각합니다.
▲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뿌듯함을 느끼신 적이 있을까요?
: 무엇보다도 이번 개천미술대상전과 경남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 저에겐 큰 영광이고, 또한 보람입니다. 저의 고향이면서 지금 살고 있는 곳은 합천이지만, 중학교부터 쭉 진주에서 학교를 다녀서 개천예술제와는 인연이 깊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예술제전에서 ‘대상’이라는 영예는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남미술대전 역시 공인된 예술대전으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출품작의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 마저도 가능성을 내다보고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대상소식을 접한 주변의 지인들이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났다’고 축하해 주기도 합니다. 참 감사한 일 입니다.
▲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특별히 지도를 받거나 스승으로 모신 분은 있나요?
: 우선 진주에 계시는 운정 조영실 선생님 산하의 운정 한울 문인화 연구회를 직접 운영하고 계시는 아라 송정현 선생님의 고향이 합천이신 관계로 합천 문인화회 회원으로 입문하여, 아라 선생님의 열정적인 지도를 받고 있으며 또한, 운정 조영실 큰 선생님은 저의 고등학교 은사이시기도 한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 이번에 수상 소식을 듣고, 선생님들께서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 예 크게 기뻐하시면서, 축하해 주셨습니다.
▲ 스승님들께서 평소에 강조하신 부분이 뭔지 궁금한데요. 어떤 가르침이 하진균 작가님에게 가장 영향을 줬을까요?
: 네, 선생님께서는 무한불성(無汗不成) 즉, 땀흘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수없다는 말씀을 늘 강조하셨습니다.
▲ 그동안 정말 많은 작품 활동을 하셨는데요, 이러한 작품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 있을까요?
: 저는 사실 출발은 늦었지만, 그동안 서각에서부터 시작해서, 인두화, 캘리그라피, 등 다소 생소한 분야를 돌고 돌아, 이제 문인화에 정착한 단계라고 할까요. 그래서 모든 분야에서 다소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은 관계로 모든 작품이 기억에 새롭고 애착이 가지만 아무래도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라면 이번 개천미술대상전 출품작인 ‘묵란도’와 경남도전에 출품한 ‘묵죽도’가 아닐까 합니다.
▲ 묵란도, 묵죽도를 꼽으신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 두 작품 모두 저에게 ‘대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니까요.
▲ 지금 문인화를 시작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우선 문인화를 입문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이 시(詩), 서(書), 화(畵)가 동시에 병행해야지만 소기의 목표에 도달할 수가 있으며 조금 더 범위를 넓힌다면 인문학의 기본인 문(文), 사(史), 철(哲)을 알아야 문인화의 깊은 경지에 이룰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면서 현실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순수미술이나 전업작가를 꿈꾼다면 경제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직도 여전히 ‘그림쟁이는 춥고 배고프니까’요.
▲ 차제에 지역의 문화예술 기관단체나 행정당국에 바라고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 일찍이 백범김구선생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하시면서 “문화의 힘은 우리자신을 행복하게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역개발사업은 토목 건설 사업이나, 소득증대사업에 치우쳐 인간의 원초적인 행복추구권이라 할 수 있는 지역의 향토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사업의 확충에는 인색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예부터 우리 합천은 선비의 고장으로써 수많은 선각자들 뿐 아니라 시인, 묵객들을 배출하였고, 현재에도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합천에는 미술작품 전시회 한번 할 공간이 없어 물문화관으로, 영상테마파크로 전전하면서 보따리 전시를 하고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공모사업 신청등을 통하여 ①지역출신 예술인들의 작품 상설 전시장을 마련하고, 또한 시설이 열악하고 전무하다 시피 한 ②군 단위 미술작품 전시공간을 확보하면서 , 현재는 복지회관 등에서 산발적으로 운영 해 오고 있는 ③예술 활동 분야별 강의 실습장을 제공하기 위한 가칭 “합천군 예술인회관”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곡히 건의 합니다.
▲ 현재 많은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데, 앞으로 새로운 계획이 있으신가요?
: 미국 사회학자 말콤 글레드웰이 ‘1만시간의 법칙’에서 말했듯이,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인간의 기능은 어느분야에 1만시간 정도를 정진하면,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다는데, 그 1만시간을 환산해보면 하루 3시간씩 10년 정도의 세월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나도 퇴직하고 예술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쯤이 되는 나이, 즉 70쯤에는 ‘고희 기념 개인전’을 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에 대한 호칭도 흘러간 공직시절 직함 보다는 문인화를 그리는 ‘작가’나 인생 후반전을 즐기며 살아가는 ‘화려한 백수’의 또 다른 이름인 ‘화백’이라 불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하하.
▲ 네, 그때 또 합천신문에 10년의 소회를 밝혀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날까지 작품활동, 응원하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위 인터뷰는 진주 KBS 제1라디오 <정보주는라디오 정.주.라>에 10월 4일 11시20분부터 생방송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당초 10월 7일로 개천예술대상전 시상식은 코로나로 취소되고, 작품 전시회는 10월 11일부터 15일까지 진주에 있는 경남도 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된다. 경남미술대전 시상식은 10월27일 오후 3시 성산아트홀에서 열리고 전시는 10월29일~11월 1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