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17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8) – 비밀의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내천 못재”

합천군을 가로지르는 황강은 율곡 논공단지에서 에둘러 한번 돌아 쉰다. 낙민삼거리를 지나 내천리에 이르러 한 번 더 굽이 쉬며 흐른다. 덩달아 운전하는 나 역시 강과 속도를 맞추는 것 같다. 내천마을에 이르러 마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산길로 향했다. 언덕을 오르자 마을을 벗어나기도 전에 저수지가 있다. ‘여기가 못재구나’ 생각하는 순간 못재는 정상에 있다는 합천군 홈페이지 내용이 생각났다. 불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조금 만 더 가보기로 했다. 길도 잘 포장되어 있어 아니면 되돌아 나오자는 마음이었다. ‘잘 못 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불안해질 즈음 주차장에 이르렀다. 주차장 한 쪽에 있는 내천 못재 안내판이 반가웠다. 미리 보고 왔던 합천군 홈페이지의 내용처럼 팔각정도 보이는데 도대체 못은 어디에 있는가? 숲길을 더 올라야 되나? 사방팔방으로 확 트인 공간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할 때 소나무 숲길에 자연돌로 만든 것 같은 계단이 언뜻언뜻 눈에 들어왔다. 여기겠구나 싶어 소나무 숲길을 걸었다. 소나무 갈비가 푹신하게 받쳐주는 길 위에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들국화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 길이 틀림없다는 안도감과 빗속에서도 삐죽 고개 내민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 군락을 거니는 잠시나마 내가 신선이 된 것 마냥 나를 땅 위로 붕 띄우는 것 같다.
숲속을 벗어난다 싶더니 하늘이 뻥 뚫린 곳에 다다르니 연못이 나온다. 내천 못재다. 먼저 알록달록 긴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의자에 앉아 손에 들고 있던 물 한 모금을 머금고 하늘을 바라봤다. 눈을 살짝 감아본다. 지친 내 일상이 가려지면서 정말 신선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졌다. 작은 연못을 사부작사부작 걸어본다. 숲의 기운이 온전히 내게 담겨지는 것 같다. 걸음을 옮길수록 그리운 건 사람들이다. 은밀한 비밀의 정원이 하나 생긴 것 같다. 다음엔 가족이나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다. 연못을 한 바퀴 휘 돌아 걷고는 긴 의자에 다시 앉았다. 요즘 어딜 가나 들고 다니는 스케치북을 펼쳐 간단한 드로잉을 했다. 숲이 푸르고 공기가 맑으니 기운이 덩달아 맑아지는 것 같다. 무성한 초록을 등지고 민낯으로 반기는 숲속에서 가을을 느낀다.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의정원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물안개는 숲 전체를 포근히 감싼다. 숲의 한 낮은 고요하기만하다. 그러면서 풍요롭다. 항상 비워야 된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데, 오늘 내천 못재에서는 내게 새소리 바람소리가 뚫어 있는 가슴을 가득 채워준다. 나의 욕심만으로는 내천 못재를 꼭꼭 숨겨두고 싶지만 요즘은 공유하는 시대다. 사람의 발 길이 끊임없이 닿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합천군민만이라도 한라산 백록담도 부럽지 않은 곳이란 걸 알았으면 한다.
/전병주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