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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가지치기 – 소민호 동화작가

사과나무에 하얀 눈꽃이 떨어진 날
할아버지 발자국 소리와 가위 소리가
과수원을 빨갛게 적셨다
나무가 아프다고 하면 어떡하나 했더니
아픔을 견뎌야 모여 살 수 있단다
겸손해지기도 한단다
꼭 나무들을 위하는 말 같이 들린다.

엄마는 입으로 가위질을 한다
내 시간의 곁가지를 매일 잘라낸다
이렇게 해야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해야 어울려 살 수 있다고 한다
꼭 나를 위하는 말 같이 들린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버릇을 키워야 한단다.-
엄마 말을 떠올리며
어린 사과나무들의 가지를 잘라주었다
휘이휘이 흔들어 바람을 울리는 가지,
우쭐우쭐 하늘을 만지는 가지는 몽땅 잘라버렸다
단정하고 겸손해진 어린 나무들은 이제
가지 때문에 아파하지 않아도 되겠다.

멀리서 할아버지 비명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