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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13) – 천년 고목도 덤으로 기다립니다 ‘백암리 석등’

합천리에서 백암리까지 가는 그야말로 감성이 뿜뿜 뿜어 나오는 길이다. 꼬불꼬불 끓어질 듯 이어지는 길을 드라이브 할라치면 여기는 분명 일하러 가는 길이 아닌 나들이길이다. 찬바람이 코 끝을 스쳐 상쾌해지는 가을의 초입에 들러서다보니 나무가 울긋불긋한 옷을 갈아입으려고 나무 끝에서부터 노래지고 빨개지기 시작하는 모양이며 또 때로는 아직은 여름의 끝을 잡은 초록 잎들이 경쟁하는 모양새다. 하늘 끝까지 올라온 듯 착각할 만큼 높은 고갯마루에 올랐을 때 보는 파란하늘의 푸른 눈부심은 가슴을 벙벙하게 만든다. 굽이치는 골마다 숨은 전설 하나씩은 품고 있을 이 고개를 굽이칠 때면 옛 사람들은 이 험한 길을 어떻게 넘었을까, 옛날에는 호랑이가 “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했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백암리 이정표가 보이고 마을입구에 ‘백암리 석등까지 700M’라는 안내판도 보인다. 백암리 석등은 대양면 백암리 백암사지 혹은 대동사지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화강석재 석등으로 보물 제 381호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2호 대동사지 석조여래좌상도 나란히 같이 있다,
합천의 문화유산을 찾던 중 석등보다 더 내가 관심 가는 건 합천의 수령 오래된 나무들이었다. 그 중에 백암리 석등과 더불어 천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는 안내는 기대에 부풀어 빨리 달려가고 싶은 조바심을 진정 시킨다고 들숨 날숨을 깊이 쉬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서 눈은 석등과 느티나무를 찾느라고 바삐 움직이는데 저 멀리 느티나무 비슷한 큰 나무가 보여 한 달음에 달린다. 우선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웠지만 가까이 석등과 나무는 보이는데 도로가 연결된 것이 보이지 않아 논둑을 살금살금 걸었다. 논둑에 핀 가을 국화가 나비를 부른 것인지 이 길이 맞다고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인지 호랑나비 무리들이 나풀나풀 날고 있다. 미리 보고 온 설명대로 석등 석조여래좌상 느티나무가 일부러 한 줄로 세운 듯 나란히 있었다. 안내판 설명에도 천년 된 나무라고 되어있다. 천년? 천년이라기에는 너무 건강해 보인다. 건강해 보이는 건 좋은 것이니 그건 제쳐놓고라도 둥치가 너무 작아 실망했다. 천년이라면 둘레가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선입견이 있었나보다. 그냥 믿어보기로 한다. 원 주기는 폐사하고 뿌리에서 올라온 새순이 자라 또 이런 둥치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니, 이 나무가 보았을 천년의 시간을 나무 둥치 끝자락에 앉아 생각해 본다. 천년이면 이 절터의 흥망성쇠를 모두 보았을 거란 생각을 하는 차에 동네 할머니가 밭일 왔다가 가을 하늘을 보고 있는 내게 관심을 보이며 “여기까지 무신 일로 왔는교? 나무 보러 왔다고? 그래, 그래, 이 나무가 신통해!”라고 하시며 마을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상한 소리를 내었고 결과적으로 마을에서 당산나무로 보호하게 되었다고 하신다. 할머니 말씀을 들으니 나무를 안아 주고 싶었다. 팔을 길게 뻗어 나무를 안아봤다. 나뭇잎들이 일렁이며 “그래, 잘 왔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이곳은 도로에서 약간 떨어져있어서 대형버스는 갈 수 없고 승용차나 걷는 수 밖에 없어 좀 부담스러울 수 있는 거리다. 요즘 대한민국의 트랜드는 걷기다. 백암리 상촌마을에도 소하천 생태길이 조성되었다. 맑은 계곡물은 산과 하늘을 품고 있고 흘러내리는 도랑에 물이 햇빛에 반짝거리는 것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온 마음이 물을 따라 가고 있다. 가을에 바라보는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으로 들어오고 윗녘 아랫녘 할 것 없이 들녘이 샛노랗게 물들어 말로도 글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막 가을 단풍이 시작 할 때이고 단풍이 물 위로 떨어져 나와 발길을 같이 하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차를 좀 멀리 세워두고 잠시 걷는다 해도 온 가을을 가슴에 가득 담아 갈 수 있다면 좀 걷는다고 어떻겠는가? 서늘한 바람과 푸른 하늘이 돋보이는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나무가 아니라 석등이다. 백암리 석등이라고 어린 시절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기억이 있다. 밑의 받침대는 여덟 잎의 연잎으로 보이고 연잎 중앙에 연꽃으로 보이는 문양이 보인다. 석등의 기둥은 미끈한 팔각기둥이다. 단순해서 경쾌한 느낌이다. 위쪽을 보자니 사천왕으로 보이는 입상이 새겨져있다. 절터이니 사천왕이겠거니 하는 것이다. 옆의 부처님은 얼굴 부분이 마모가 많이 되어 알아보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균형 잡혀 보이는 것이 단정한 인상으로 느껴진다. 일직선상에 나란히 배치되어 마을을 굽어보는 형상이다.
/신새롬 시민기자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