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반란을 꿈꾸며 – 정인룡 전 기획감사실장
살아 오면서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지금처럼 절실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전직 군수의 구속’, ‘현직 군수의 당선무효형 선고’, ‘문화원장의 직무정지’, ‘반복되는 농협장 보궐선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충격과 혼란이 컸지만 어쩌면 늘 있어왔고 지금도 계속되는 부패사슬의 일각이 살짝 드러난 것에 불과하고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그것들에 연루된 공범일지도 모른다.
‘지방소멸의 위기’를 말하고 ‘개혁’을 외치지만 공허하다. 위기극복과 개혁은 ‘비젼과 역량’을 갖춘 리더로부터 출발해야 하지만 리더를 선출하는 과정의 핵심은 여전히 ‘돈과 조직’이고 그것들은 대부분 부패와 편가르기로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989년 일본의 시마네현의 인구 10만의 작은 해안도시 이즈모시에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부패스캔들로 시의회가 해산하고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젊은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시장추대위원회’에서 모셔온 이와쿠니 데쓴도 시장이 80%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이와쿠니 시장은 도쿄대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린치 증권에서 수석부사장으로 승승장구하던 인물인데 고향사람들의 삼고초려에 50대 초반의 나이에 연봉이 1/10에 불과한 시장직을 수락했던 것이다. 이 일은 지금도 전설처럼 떠돌아 다닌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한 민심이 요동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도 유쾌한 반란을 꿈꾸어 볼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돌이켜보면 합천은 엄중한 독재의 시절에도 야당 국회의원을 배출해 내는 기개가 있었고 4번 민선군수 선거 중 2번의 무소속 군수를 당선시킨곳이기도 하다. 지리멸렬과 부끄러움은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의 몫일 뿐, 우리에게도 돈과 권력에 굴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역사가 이어져 왔던 것이다.
차기군수 후보에 더러 내 이름도 거론된다고 한다. 스스로 고민해 보기도 했지만 언감생심 나에게는 떨어지더라도 과감히 도전해 볼 용기가 없을 뿐 아니라 지금의 상황에서 자유롭지도 못하다. 책임있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윗사람을 모시는 일과 동료들을 챙기는 일에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거대한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돈과 조직’이라는 오래된 선거관행에 작은 균열이라도 내는 역할이 내게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합천에도 ‘유쾌한 반란’이 일어나 좋은 리더를 뽑고 우리들의 작은 소망과 힘을 합쳐 “사람이 행복한 합천”을 만들어 가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