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이상향(理想鄕) – 문계성 수필가
근대를 이끈 사상은 아마 이성주의(理性主義)일 것이다. 이성이 인간성의 전부가 되자, 이성은 신성(神性)을 비판하고,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신은 인간에게 형벌과 고통을 주었지만, 인간 이성은, 인간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의 이성은 무한히 많은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으므로 이 이성을 바탕으로 한 많은 사상이 만들어졌다.
과학을 숭상하여 기계를 만들어 산을 옮기고 물길을 바꾸었다. 그리고 산만큼이나 높은 건물을 지었다. 대체 인간의 이성이 못 할 것이 무엇인가?
인간의 위대함은 이성으로 인한 것이며, 이성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자, 이 이성주의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은 고전적 가치를 파괴하고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추구했다. 프랑스 대혁명은 이성주의의 승리였을 것이다.
평등과 자유의 가치는 점점 부풀어져, 사상과 정치를 장악하고, 학문은 이 가치를 숭상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그러나, 이 숭고한 이념이 권력을 추구하는, 소위 정치인들에게 흘러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아마 권력을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될 것이 뻔하다.
사람들이 평등과 자유란 관념에 환호하며 지지를 보내자, 이 관념은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신앙이 되었다. 그들에게 무한의 권력을 쥐어 줄 것이 너무도 명백하게 보였을 것이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조건적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비판은 이단(異端)이며 불충이며 반동(反同)이다. 관념이 신앙이 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이 관념은 무한의 권력이 될 것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 관념의 신앙을 어떻게 활용할까? 어떤 정치인이나 정치적 결사의 집단은 – 그들은 대개 사상가의 탈을 쓰고 있다 – 권력을 쥐기 위하여, 평등이나 자유의 관념을 정치 상품화할 것이다. 세상에 평등과 자유를 싫어 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므로 이 관념을 사람을 사로잡는데 가장 사랑받는 미끼가 될 수 있다.
이런 정치 집단의 특징은, 이 관념을 신성화(神聖化)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외의 정치결사나 정치현실을 철처하게 부정한다. 다른 관념들은 전부가 반혁명적 반동이며, 비진보적이며, 평등과 자유를 짓밟는 퇴보적 관념이며, 세계평화를 부정하는 것들이라고 매도한다.
그들은 더 많은 평등과 자유, 그리고 인류적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선언하며 지지를 요구한다.
그들이 지지를 요구하며 제안하는 것이 유토피아다. 지금까지 이 지상에는 없었던 새로운 세상,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을 창조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이 관념에 가장 매료된 집단은 공산주의자 들이었다. 그들은 자기를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사회주의자라고도 부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제시한 세상은, 부가 평등하고 한없는 자유가 보장된 이상향(理想鄕)의 건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동조자를 불러 모아 군사 집단을 만들고, 그들의 반동을 쓸어버리기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
제정 러시아에서 처음 시작된 이 전쟁으로 7,000만명이 죽었고, 승리한 이들은 황제를 죽이고 승리를 자축했다.
그리고 이상향의 건설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그 넓은 러시아 대륙에다 똑같이 생긴 닭장 같은 집들을 짓기 시작했다. 평등하려면 집조차 똑같아야 하고, 옷도 똑같아야 한다고 믿었던 이들은, 인민복을 보급하며 개성을 부정했다. 사람의 거주도 권력을 모두 장악한 당이 결정했다. 이 바람에 연해주의 우리 동포들은 그들이 힘들여서 가꾼 고향에서 쫓겨나,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황무지로 짐승처럼 버려졌다. 이들은 세상에는 단 하나의 공산당이 존재할 뿐이라고 부르짖으며, 그들이 세상의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였으므로, 자동차의 타이어에 철사를 몇 가닥을 넣어 제작할 것인가도 당 최고회의에서 정했다.
그런데, 다 같이 닭장 같은 집에서 살고, 다 같은 옷을 입는 평등은 그렇다하더라도, 약속한 자유는 어디로 갔는가?
인간 이성은 공산주의 관념뿐만 아니라 온갖 관념을 창조한다. 모든 관념의 무게는 같을 것이므로, 모든 관념은 자유롭게 그 추종자들로부터 대접을 받아야 한다. 가장 큰 부자유(不自由)는 관념(觀念)의 제한이다.
이런 비이성적인 사회는 파멸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고결한 이성은 언제까지 속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공산 체제는 한 세기를 채우지 못했다. 말하자면, 그들이 약속한 이상향은 허구였던 것이다. 애초 그들의 말, 서구에서 발전한 자본주의가 자기모순으로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고, 공산 사회주의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선언은 거짓말이 되었다.
2017년, 우리나라의 좌파적 집단은 참으로 대담한 행동을 했다. 여자 대통령을 탄핵하며 권력을 쟁취했다. 그리고 민주사회, 평등사회를 입에 달고 살았다. 말하자면, 그들의 이상향을 제시했다. 평등과 자유가 강처럼 흐를 것이라는 이상향 말이다. 그런데 지금이 그때보다 더 민주적이고, 더 평등해졌는가?
가장 막강한 수사기관인 공수처를 만들어 정적을 수사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실업은 더 만연하고, 빈부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그들은 당시-여자 대통령의 시대-를 잔존하는 독재와 실업과 부패가 가득찬 ‘헬조선’이라 부르며 대중을 선동했다. 그러나 사실은 앞날이 보이지 않는 지금이 헬조선의 시대가 아닐까?
우리는 방향을 상실했고, 깜깜하여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벼랑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정치 집단이 제안하는 이상향은 당신을 선동하기 위한 미끼이다. 이상향은 말 그대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그래서 유토피아는 꿈이며 보여주기 위하여 만들어진 조작된 것이다. 이 제안에 도취 되었을 때 우리는 언제나 삶의 벼랑에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