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운잡기| 우크라이나 사태의 함의(含意) – 권해조 논설위원
그동안 전운이 감돌았던 우크라이나에 예상대로 전쟁이 발발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막 다음날인 2월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의 친 러시아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칸스크 인민공화국(LPR)에 독립과 주권을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을 하고, 러시아군의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병력 진입을 명령했다. 이어 24일에는 우크라이나 수도를 향해 기습적으로 침공하였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푸틴 대통령의 조처에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즉각 대응에 나서고 있다.
2월 22일 미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신속하고 혹독한 제재의 첫 조각”이라며 러시아 국책은행 2곳과 푸틴대통령 측근 등에 대한 재재를 발동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따라 추가제재를 예고했다. 우크라이나도 국가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시작전에 들어갔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지역에 10만 여명의 정규군을 상시 배치해 우크라이나에 침공준비를 하고 있었고, 미국과 NATO도 흑해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발틱해 인근에서 연합훈련을 강화하면서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었다. 지난 1월 9일부터 러시아와 미국, NATO,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등과 연쇄회담을 가졌으나 성과 없이 종료됐다. 2월17일부터 돈바스지역에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이 가열되고 우크라이나 주변애서 군사력의 증강하는 가운데, 공격직전까지 독일 프랑스 정상의 모스코바 방문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수 차려 전화통화로 협의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이번 침공에 대해 워싱턴포스터(WP)는 “독일 히틀러가 체코를 침략할 당시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1938년 히틀러가 침략의도를 드러낸 뒤에 9월 군사훈련을 핑계로 75만 대군을 체코에 기습적으로 진군시킨 것과 유사하였다. 이번 침공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제국의 복원과 퍠권 추구를 목표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예속”의도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침공과정에서도 예상을 깨고 전격침공을 하였고, 동부 돈바스지역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수도 키예프를 직접 공격하였고, 상반된 허위정보를 흘리는 기만전술과 성동격서 등 다양한 전술을 보였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제일 먼저 세계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으며, 국제유가도 급등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의 배경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푸틴 대통령이 소련 붕괴 후 쇠락해진 러시아의 위상을 부활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직접적인 원인은 2004년 오렌지 혁명을 계기로 집권한 친 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센코(Viktor Yushenko) 대통령이 EU가입을 통해서 러시아와 완전 독립을 실현하고자 하는데서 시작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 맞서기위해 결성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을 방지하고, 민족적 근간이자 전략적 요충지이며 완충지대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 이다.
다음은 2013년 반정부 마이단 시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병합과 돈바스지역 분리주의 내전에서 기인한다. 돈바스지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2015년 우크라이나, 러시아, 독일, 프랑스 4개국이 <민스크 협정>을 체결했으나 친 러세력이 독립을 선포하고 지금까지 교전으로 1만5천여 명이 숨졌다. 이에 미국과 EU등 서방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러시아는 G8 회원국 지위박탈과, 경제성장 지연, 국제사회에서 고립심화, 우크라이나 및 서방 간에 갈등이 본격화 되었다. 또 다른 원인은 미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패권대결이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송유관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여 우크라이나가 통행료 인상요구 등 천연가스 공급망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의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러시아의 침공은 신 냉전의 시동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앞으로 미국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 중국의 권위주위 진영의 대결이 격해질 것 이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우크라이나가 동맹에 가입하지 않아 미군을 포함한 NATO군의 직접지원이 없어, 군사동맹의 중요성과, 외교실패의 비극, 힘없는 평화는 지킬 수 없음을 교훈으로 남기고 있다.
또한 대만과 우리 한반도 안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사태는 EU의 안보를 위협할 뿐 아니라 미. 중 전략경쟁에 연계될 경우 글로벌 전략경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우리의 안보 환경은 미.중, 미.러 전략경쟁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략 환경에 대한 폭넓은 통찰이 필요하다. 만약에 미국이 유럽과 아. 태지역의 두 개의 전역(戰役)에서 동시에 전략경쟁을 수행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적극적인 공조를 요구할 것이다. 21일 중국 왕이(王毅)외교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서 유엔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수호해야한다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열린 러. 중 두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양국의 우정에는 한계가 없다.”라고 언급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발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로 싸여있는 지정학적으로 요충지로,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약 3.5배이며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나라이다. 국토의 95%가 평지로 유럽의 곡창지대이며, 2014년에는 세계 3대 식량수출국이었다. 인구는 4,100만 중 우크라이나계가 3,200만명, 러시아계가 700만 명이다. 우크라이나는 중요 지하자원과 석탄을 포함하여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세계 8대 철강생산국이며, 망간 티타늄 채굴량도 세계 20%를 차지한다. 특히 우주항공기술 22개중 17개를 기술특허와 항공기 설계와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400개 이상의 인공위성을 개발하였다. 현재 18개국과 우주기술 협력관계를 맺고, 우리나라와도 2006년12월 우주기술협력 협정을 맺었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키에프 공국으로 17세기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주변국의 팽창에 위협을 느끼고 러시아제국에 자진 합병하였다. 합병 후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어 독립될 때까지 약 340년간 러시아의 통제를 받아왔으며 수많은 사람이 숙청되고 희생되었다. 1991년 독립당시 재래식 군사력이 유럽에서 최강이었으나, 그동안 징병제폐지와 모병제도입, 급속한 병력감축과 국방예산 감축 등으로 지금은 전쟁을 할 수 없는 국가로 전락하였다. 비록 자원이 풍부하고 기술대국이지만 군사전투력이 부족한 힘없는 국가의 서러움을 일깨워주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균형 있는 대외정책을 추구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철저한 군사대비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만한 해결과 함께 아직도 그곳에 머물고 있는 외교관과 상사주재원, 교민들의 안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