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개명 논란에 대한 유감 – 문계성 수필가
이 나라는 경제개발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단합되었던 나라였다. 그래서 가난하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나라가 반세기 만에 세계경제 서열 10위라는 기적을 이루었다. 실로 서구가 200여 년에 걸쳐서 이루었던 산업화의 성과를, 단 반세기 만에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단축된 발전의 과정에서, 서구가 200여 년에 걸친 산업화 과정에서 겪었던 사회경제적 모순을, 우리는 반세기에 걸쳐 압축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모순의 골도 압축적으로 깊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순은 목적적으로 추구된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 파생된 부작용이었다. 왜냐하면, 먼저 산업화를 시작한 서구가 겪었던 경험과 꼭 같은 부작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 모순은 한시적 상황으로 이해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순을 극대화하여 민중을 선동하는 정치세력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이 모순이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진화하면서 발생하는 경과적이며 한시적 모순이 아니라, 정치 체제적, 이념적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이었다,
그들은 민주화를 외치며 정치 투쟁을 전개했고, 마침내 전통적 야당을 접수하며 중앙 정당 정치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모든 것을 정치화하고 이념(理念)으로 상황을 판단했다. 작금에서 이들은 전체주의적 평등을 추구하는 세력이 되어, 자유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세력과 충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중앙정치권의 갈등이 지방에까지 침투되어, 지방이 중앙 정치 권력을 따라 정치적 갈등과 투쟁의 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중앙정치권의 권력다툼이 지방화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결국 나라가 정치 이념적으로 두 동강이 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우려는 벌써 우리 지역에 표출되었다. 이미 수십 년간이나 평온 공연하게 사용되어온 공원 이름이, 새 세력의 정권 장악과 함께 새삼스레 갈등으로 등장한 것이다. 나는 이 갈등을 정치 이념적 갈등으로 본다.
지방은 그 지방 고유의 문화가 있다. 그래서 지방화의 가치가 존중받는다. 그 지방이 존경하는 인물이 있고, 동경하는 학풍도 있다. 우리 합천에는 남명(南冥)과 정인홍이라는 걸출한 행동하는 학자가 있었고, 그들이 추구했던 유교적 가치는 지금까지도 우리의 무의식적 행동에 녹여있다. 수십 년 사용되어 온 ‘일해“라는 공원 이름은, 현재 정치적으로 폄하된 전두한 전 대통령의 아호(雅號)다. 그도 나라의 한 세대에 풍미했던 사람이다. 임진왜란 당시 가장 많은 의병을 모아 지휘했고, 정치적으로 개혁적이었던 정인홍은 저 명분도 없는 인조반정(仁祖反正)으로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당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신원이 회복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전두한 전 대통령도 언제 다시 명예를 회복할지 모른다. 세상사 누가 알겠는가? 다만,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만이 유일한 진리이다.
저 아름답기 짝이 없는 남강 변에 자리한 공원의 이름이 “일홰”라고 하여, 지방 여론이 두 개로 나누어져 싸우고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왜 저 정다운 이름인 “남강 공원”으로 하지 않고, 하필 “일해 공원”이라고 했을까 의아했다. 그러나 모든 이름에는 이름을 지을 당시 그 사회를 지배한 가치와 관념이 숨어있다. 당신이 당신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 함부로 짓는가? 모든 것을 알아보고 합당하여 선택한다. 공적(公的) 이름은 당시의 지방 여론과 인심을 지배한 사람들이 합의하여 지어진다. 그래서 이미 지어져 공표된 지명은 후대가 그들 입맛에 맞지않다 하여 함부로 바꿀 것이 못 된다. 더우기 개명을 요구하는 이유가, 현 정치를 장악한 정치세력이 추구하는 가치와 연결되어, 그들이 싫어하는 한 정치인의 아호였다하여 개명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더더우기나 합당하지 않다. 한 인간의 삶에 대한 평가는, 어떤 한 세대가, 혹은 어떤 정치 집단이, 그들 관념만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세상은 바뀌고 절대적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개명의 요구와 거부가 어쩌면 정치적 오기와 관련된 것 같아 매우 꺼림직하다. 특히 문화적 공간인 공원조차 정치적 갈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염려스럽다.
지역 문화는 순수성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평온 공연하게 사용되어 온 이름은 유지되는 것이 무방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