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 문경자 수필가
푸른빛이 도는 제비. 검정색 윗도리와 흰색 바지에 정장을 입은 신사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름새지만 요즈음 도심에서는 보기 힘들다. 암수가 함께 살다가 번식이 끝나면 가족과 함께 무리를 짓는다. 해가 질 무렵 빠른 속도로 날아 전선줄에 앉아 지저귄다. 제비합창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둥지 재료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땅에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제비를 비둘기처럼 가까이서 볼 수가 없다. 신속하게 날개를 퍼덕이며 급강화와 급선회를 반복하여 원을 그리듯 날아오를 때도 있다. 날면서 파리, 딱정벌레, 매미, 하루살이, 벌, 잠자리 등 곤충을 잡아먹는다. 높은 건물이나 교량의 틈새에 둥지를 튼다. 삼짇날에 돌아오는데 길조로 여겨왔다.
어릴 때 산골 고향집 초가지붕 안에 제비가 집을 짓는 것을 보았다. 논에서 물고 온 흙과 지푸라기를 나란히 얹어 놓았다. 집을 짓는 끈기는 대단하였다. 까치집은 나뭇가지로만 짓는데 제비는 그보다 섬세하게 둥지를 만들었다. 제비가 새끼를 치면 똥이 마루에 떨어지기도 하였다. 새끼를 많이 낳으면 풍년이 든다고 믿어서 사람들은 제비에게서 친밀감을 느꼈다. 우리도 제비를 보면 반갑고 한가족처럼 좋아하였다.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날라다 주는 모습은 엄마가 우리에게 젖을 주는 것과 같았다. 엄마는 하루 종일 밭일을 끝내고 돌아와 동생에게 젖을 주었다. 봄에는 양식이 부족하고 마을사람들은 누렇게 지는 해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제비가 지지배배 울면 우리도 들에 나간 엄마 생각나 눈물이 나왔다. 야윈 얼굴에 봄을 타는 엄마는 더 말라 보였다. 밭일에 논일을 하며 부지런하게 일을 해도 양식은 부족하였다. 아버지는 공무원 생활을 해도 그때는 가난하게 살았던 것 같다. 제비가 금나와라 뚝딱 해주면 부자가 될 텐데 하고 어린 마음에 제비에게 빌었다. 그러면 엄마의 환한 미소가 박꽃같이 예쁠 텐데 혹시라도 기다리면 행운이 올 수 있을까! 옆집에 사는 영수네 집에서 제비 새끼가 떨어졌다. 영수 엄마는 새끼가 죽었다며 좋은 곳으로 가라고 땅에 묻어 주었다. 영수도 슬퍼하며 코가 묻은 옷소매 끝자락으로 눈물을 닦았다. 개구쟁이같이 보여도 마음은 순했다.
어른이 되어서 봄이 오면 산골의 고향 생각이 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을 노래하며 즐겁게 뛰어 놀던 동산의 기억들이 동심을 불러 일으킨다. 봄이면 진달래 만발하고 우리들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진달래 꽃을 한 움큼 따서 먹었다. 쌉쌀한 맛도 달달하게 느껴졌다. 동산에서 보는 마을은 그림 같다. 기와집보다는 초가집이 많았다. 그 뒤로는 생명이 강한 대나무가 울창하였다. 냇가에는 버들강아지 눈을 뜨고, 고기들은 꼬리를 흔들며 노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제비가 날아 다니는 것을 보면 비행기가 날아 가는 것 같았다. 놀다가 집에 돌아오면 제비새끼가 엄마에게 먹이를 달라며 입을 쫑긋 벌리고 운다. 나도 엄마에게 밥을 달라며 제비처럼 입을 쫑긋 내밀었다. 내모습을 보더니 웃으시며 맛있는 밥을 먹여주었다. 뭐든지 다 해주던 엄마가 보고 싶을 때도 있었다. 꿈속에서 어쩌다 만나지만 만질 수가 없는 엄마가 그립다. 고향을 떠나와 살다 보니 산소에도 한번 가지 못하는 도심의 생활은 늘 바쁘기만 하였다.
삭막한 도심에서 살다 보면 사계절이 언제 지나가는지 뉴스나 봐야 실감을 한다. 벌써 봄이네, 여름이네, 가을이네, 겨울이다 하는 식으로 그냥 무덤덤하였다. 제비가 언제 왔다 가는지 하는 것조차 잊은 지 오래다. 지금 아이들은 그런 것들을 눈 여겨 볼 여지도 없다. 바쁜 학교 생활에 과외까지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져 간다. 하기야 산골마을도 우리가 살던 옛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집들은 화려하게 현대식으로 변했다. 사람들도 바쁘게 달리며 살다 보니 잊고 지내는 일들이 많다. 고향에 가서 제비집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런 말조차 꺼내기도 부끄러운 일이다. 제비가 집을 지으면 지저분하다고 쫓아 버릴 것이다. 창문을 닫아 놓고 있어 얼씬도 못한다. 만일에 창문에 똥이라도 싸면 제비는 꾸중을 들을 것이다. 새끼도 못 키우고, 제비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보기 힘든 세상이다. 지지배배 우는 소리를 듣고 싶다. 마루에 앉아 우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자장가처럼 들렸다. 어느새 마루에 누워 잠이 들 때도 있었다. 제비도 엄마도 볼 수가 없지만 내 맘속 어딘가 그리움과 기다림이 있는 무지개 같은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