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 윤가네 일본댁 이야기 (4) – 아이들 학교에서 “평화의 고향”을 발견했어요! – 나까다 마유미
*지난번 아이들 유치원 이야기에 이어서, 제가 일본사람으로서 제일 행복을 느꼈던 이야기입니다. 2009년 가회초등학교 학부모 시절 일입니다. 그때의 감동을 역시 가회초등학교 교지에 학부모 글로 올렸으니, 이번도 그것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금년은 신종플루의 유행으로 학부모로서 학교행사에 가는 날도 별로 없어서 참 아쉬움이 많았지만, 봄 최대 학교행사인 운동회에서 잊지 못할 엄청난 은혜와 감동을 받았습니다.
운동회가 있기 약 한 달 전, 저는 가회우체국장님으로부터 어떤 의뢰를 받았습니다. 그것은 일제시대에 일본인으로서 가회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계셨던 분의 아드님이 운동회에 찾아오실 계획이니, 그분을 안내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나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번 일을 연결해주셨던 분은 우체국장님의 친척이면서 가회초등학교에 근무하셨던 김 선생님이라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일본 손님의 아버님이 가회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하셨을 때 함께 일하셨다고 합니다. 일본어도 잘하시는 90살의 김 선생님은 몇 번이나 일본과 연락해주시고, 저에게 손님들을 연결해주셨습니다.
당일 아침, 일본 손님이신 오고하라 전 교장선생님을 모시고 가회초등학교로 오는 중에 내외분으로부터 가회에 대한 수많은 좋은 추억들을 들었습니다. 그분들의 마음속 깊이 남아 있었던 것은 가회교가에도 있는 황매산과 덕촌강이었습니다. 덕촌강은 지금은 물량이 많지 않지만, 오고하라 선생님의 어린 시절은 수량도 풍부하고 고기도 많이 살아 덕촌어린이들과 함께 언제나 고기잡이를 즐기셨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오고하라 선생님께서 가회를 방문했을 때 안내해주셨던 허종희 당시 가회면장님은, 오고하라 선생님의 아버님께서 학교에 재직했던 시기에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허 면장님께서는 그 교장선생님을 평생동안 기억하고 계시는데 그 이유는, 당시 학교에서 황매산에 놀러 갔다가 다리가 아파서 울고 있던 자신을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등에 업고 산을 내려와 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고마웠기에 그 선생님을 평생 잊지 못하는구나 하며, 저도 상상해봤습니다.
가회초등학교에 들어서자마자 오고하라 선생님도 그 교정에서 생활하셨던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교정에 있는 은행나무를 보시고는 당시 그대로 있다고 아주 감격해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과 뛰놀았던 교정에서, 우리 가회 어린이들이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을 보시는 동안, 오고하라 선생님 자신도 함께 평화로운 가회 어린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정말로 어린이들은 일본과 한국이 다를 게 없이 귀엽구나”라는 말씀을 몇 번이나 하셨습니다.
그날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역사적으로 일제시대는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특히 한국 학교도 일본사람이 교장으로 있었다는 것은, 일본사람인 저에게는 아주 가슴 아프고 죄송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가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찾아와주신 귀한 선배님이라고 성심성의껏 대해주신 현재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 학교운영위원장님, 우체국장님으로부터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일본을 대신하여 과거를 깊이 사죄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저를 대신해서 우리 집 아이들을 잘 챙겨주고 계셨던 학부모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알게 되었던 오고하라 선생님 내외분과 김 선생님은 아주 존경스럽고 스승의 본이 되는 분이시다고 느꼈습니다. 이분들을 키워주셨던 그 아버님 교장선생님은, 일본이 너무나 잘못했던 그 시대에도 참된 교육자로, 한국에서 좋은 족적을 남겨주셨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 오면서 가슴 아픈 역사를 잘 씻어 국경 없는 평화의 세계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는 저에게, 이 가회에서 예상도 못했던 평화로운 두 나라의 교류가 있었던 것이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우리 가회 어린이들도 이 땅에 평화의 역사를 이어가고, 교육자의 본이신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여러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열심히 공부하여 바른 생각을 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
저는 이 글을 “‘평화의 고향’ 가회초등학교”라는 제목으로 올렸습니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뜨거운 눈물이 나오는데, 그립고 기쁘고 그리고 학부모로서 참 자랑스러운 추억이 되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