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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논을 사면 왜 배가 아플까?” – 이병생 합천문화원 향토사 연구소장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속담 중에서도 가장 나쁜 속담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찌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픕니까? 사촌이 논을 사서 부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사촌의 아버지는 나에게는 삼촌이다. 삼촌의 제사가 들어도 사촌이 논을 사서 부자일 것 같으면 제사밥을 얻어먹어도 잘 얻어먹을 것이다. 만약 사촌이 논도 사지도 못하고 빈곤할 것 같으면 삼촌의 제사가 들어도 멧 쌀이라도 보태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주위 사람들이 잘되면 배가 아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이웃사촌이라도 잘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웃 사촌이 잘되면 격려와 찬사를 보내야 할 것이다. 이웃사촌이 부자일 것 같으면 내가 어려울 때 돈을 빌리려고 해도 쉽게 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웃 사람들이 잘 되면 배가 아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사람들은 흔히 자기 자신은 잘 모르면서 남은 쉽게 평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도 쉬운 말로 우리 속담에 열질 물길은 알아도 한질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우리 주위에서 보면 흔히 남을 쉽게 평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 한그루의 사과나무에 사과 하나가 달렸다고 하자 그 사과는 햇볕을 많이 받는 쪽에는 사과의 색깔이 붉을 것이고 그 반대편 햇볕을 적게 받는 쪽에는 푸를 것이다. 그래서 햇볕을 많이 받는 쪽에 서 있는 사람에게 사과의 색깔이 어떻냐고 물으면 반드시 붉다고 말할 것이고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에게 물으면 푸르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사과하나를 놓고 보드라도 사과를 보는 측면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어찌 사람을 두고 쉽게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한비자(韓非子) 관행(觀行)이라는 항목에 보면 옛사람들은 남의 얼굴은 잘 볼 수 있지만 자기의 얼굴은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거울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것을 얼굴을 비쳐 보았던 것이다. 또 인간은 지혜가 있어도 그것으로 남을 평가할 수는 있지만 자기를 잘 알 수는 없었기 때문에 도(道)라는 것으로 자기를 바르게 파악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거울에 얼굴을 비쳐보고 얼굴에 흉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거울에 죄가 있는 것은 아니며, 옛 성현의 도에 비쳐 보고 자기의 과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도를 원망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만약 눈은 있어도 거울이라는 것이 없다면 수염이나 눈썹을 바로 다듬을 수가 없으며 또 자기의 언행이 도를 잃게 되면 어떠한 과실이 있어도 이것을 알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주(離朱)라는 사람은 매우 시력이 좋아서 백보자 떨어진 곳에 있는것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제 눈썹은 볼 수 없었는데 이것은 백 보는 가깝고 눈썹은 멀어서가 아니라 도리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저울에 물건을 달아보면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은 같지 않습니다. 먹줄을 놓으면 나무의 요철을 알 수 있으며 악기도 습기가 있을 때 와 건조할 때에는 그 소리에 차이가 있게 마련이니 하물며 사람을 놓고 쉽게 평가한다는 것은 안 될것 입니다.
황희정승의 일화중에서 소도 비교 당하면 기분나쁘다란 것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황희가 젊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친구 집으로 가는 길에 더워서 들판에 잠시 쉬게 되었다. 들판에서는 농부들이 소를 몰며 논을 갈고 있었다. 한 노인은 소 2마리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한 마리는 누렁이소 한 마리는 검정소였다. 황희는 그것을 보고 농부에게 물었다.
“어르신에 그 두 마리 소 중에서 어느 소가 일을 더 잘 합니까?”
농부는 황희에게 가까이 다가와 옷소매를 잡아당겨 소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데리고 가더니 황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누렁소는 말을 잘 듣는데 검정소가 꾀를 부려 탈이요 누렁소가 일을 잘한다오” 황희는 한바탕 웃고 농부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느소가 일을 잘하는게 그것이 큰 비밀이라고 여기까지 오셔서 귀에 속삭입니까?” 농부는 다시 황희의 귀에 속삭였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자기를 욕하고 흉을 보면 좋아 하겠소?”
황희는 다시 말했다. “저 소들이 말이라도 알아 듣기라도 한단 말입니까?”
농부는 다시 말했다. “소들이 ‘이랴’하면 가고 ‘워’하면 멈출 줄 아는데 어찌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할 수 있겠소 설렁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모든 사물을 대할 때 경솔해서는 안된다오”
농부의 말을 듣고 황희는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이 일화에서 불언장단(不言長短)이란 말이 생겼는데 그 뜻은 남의 장점이나 단점을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웃사촌이 잘되면 배 아파할 것이 아니라 찬사와 격려를 보낼 것이며 함부로 남을 놓고 평가를 쉽게 하며 장단점을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