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昏 (황혼) – 차판암 합천노인대학 학장
우리는 나이가 들고 서서히 정신이 빠져나가면 어린이처럼 속이 없어지고 결국은 원하건 원치 않건 자식이 있건 없건 마누라 남편이 있건 돈이 있건 없건 세상 감투를 다 쓰건 못쓰건 잘났건 못났건 모든분들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에 마지막을 보내게 된다.
고려시대 60세 넘어 기력을 상실한 노인들은 밥만 축낸다고 모두들 자식들의 지게에 실려 산속으로 떠났다고들 하는데 오늘날에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노인들에 고려장터가 되고 있다.
한번 자식들에 떠밀려 그곳에 유배되면 살아서 다시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그곳 고려장터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 곳을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수 있는 곳도 아니다. 자식들에 떠밀려 가는 것이다. 자식들과의 대화에서 단절하기 사작하면 갈곳은 그 곳밖에 없다. 산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어느 의사가 쓴 글이다.
요양병원에 면회와서 서 있는 가족들 위치를 보면 촌수가 딱 나온다. 침대 옆에 바싹 붙어서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이것저것 챙기는 이는 딸이고 그 옆에 멀찌감치 서 있는 남자는 사위다. 문간쯤에서 먼 산보고 서 있는 사내는 아들이고 복도에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는 여자는 며느리다.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고 있는 부모들 그리고 이따금씩 찾아와서 보살피며 준비해온 밥이며 반찬이며 죽이라도 떠먹이는 자식은 딸이다.
대개 아들놈들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딸이 사다 놓은 음료수나 따 쳐먹고 이내 사라진다. 아들이 신주단지라도 되듯이 아들! 아들! 원하며 금지옥엽 키워놓은 벌은 늙어서 받는 것이다.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않는 것이 그때는 왜 몰랐던가?
요양병원, 요양원, 오늘도 우리의 미래다. 수많은 그들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의미 없는 삶을 연명하며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들도 자신이 그렇게 될 줄 전혀 몰랐을 것이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로만 믿고 싶겠지만 그것은 천만의 희망일뿐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두고 보세요
그래도 어쩌랴 매일 정신을 가지고 사는 동안이라도 돈 아끼지 말고 먹고 싶은것 먹고 가보고 싶은곳 가보고 하고싶은 것 다 하면서 좋은 친구들과 즐겁게 재미있게 살다 가야지 조금이라도 남은인생 최선을 다해 헛 되이 보낼수는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