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반세기 전 어느 전경의 신병 훈련실화 (4) – 정병수 재경합천문인회 회원
턱걸이로 신병훈련에 합류하다
10월 3일 목, 6시 기상 나팔 소리에 눈을 떴지만 정신이 흐리멍덩하다.
연신 하품이 나온다. 내가 왜 이러지? 어제 밤에 뭐 했지? 그 때 생각이 난다.
꿀잠을 자고 있는데 야밤에 찾아온 도깨비처럼 단잠을 자는 나를 깨우는 것이다.
“다음 불침번 차례야! 일어나!” “뭐야?” “너, 불침번이라니까. 일어나 준비해!” 불침번은 사회에서 밤중에 일어나 본 적이 없는 나는 일어나기가 싫었다. 아니 힘들었다.
겨우 일어나 불침번을 1시간 한 후 다음 장정에게 인계하고 또 다시 잠 속으로 들어갔지만, 잠이 개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조금 있노라니 향도란 자가 일조(日朝) 점호를 한단다. 일조 점호는 뭐야? 밤새 무슨 일이 있었나? 알고 보니, 군대는 점호로 시작해서 점호로 종결하는 체제이다. 혹시 탈영 등 이상 유무를 파악하기 위해 장정 수를 헤아려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일조 점호를 한 다음, 청소를 하고 아침식사에 들어갔다. 오늘은 개천절 국경일이라 별다른 일 없이 막사 안에서 또는 매점 주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색한 사이지만 서로 궁금한 것을 묻기도 하는 등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런데 내 귀를 쫑긋하게 하는 이야기는, 신체검사에서 갑종(甲種) 등급을 받은 자는 입영 하여 훈련받는데 문제가 없지만, 1종으로 판정된 자는 귀가 조치가 내려질 거라는 것이다. 내가 1종이니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사실 입영 예정자원은 3개 중대 병력 360명인데, 신체검사를 받은 자는 400여명 이라고 알려져 있었기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수용연대엔 우리 같은 전투경찰 요원 외에 여러 지방에서 많은 장정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직 훈련소로 가지 못하고 대기병으로 벌써 일주일째 기다리고 있는 자도 보였다. 그런데 뜻밖에 고교 절친 심현제를 만날 줄이야! 고등학교 동기생으로 친구가 나보다 며칠 앞서 여기에 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전경 요원이 입소했다는 소리를 듣고 나를 찾아 온 것이다. 사실 내가 입대 전 친구에게 전경 요원으로 언제 입대할 거란 것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친구는 그것을 기억하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얼마나 반가웠던가? 우리는 막사 뒤로 자리를 옮겼다. 먼저 빡빡머리인 채 서로를 보고 웃기부터 했다. 현제는 내가 입대하기 전 며칠 동안 소식이 없었는데, 이렇게 나보다 먼저 군에 올 줄이야. 믿어지지 않았다.
“현제야! 어떻게 된 게야?” “ 묻지 마. 그냥 그렇게 됐어!”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자기는 어쩌면 귀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도 신체검사에서 1종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어쩌면 같은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고 위로했다. 그리고 더 이상 같이 있을 분위기가 아니라서 일단 헤어졌다. 드디어 오후에 입대자와 귀향자를 구분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곳까지 온 이상 끝내 집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갑종 등급을 받은 장정의 명단을 부른 다음, 3개 중대 병력에 부족한 나머지 부족 인원을 1종 등급에서 충당하기 위하여 호명하기 시작했다. 겨우 끝에서 몇 명 남기고 내 이름이 불리는 것이었다. 호명되는 순간 왜 그리 좋은지? 겨우 턱걸이 한 셈이다. “하마터면 오늘 큰 일 날 뻔 했다.”
“내일이면 수용연대를 떠나 훈련소로 가겠지?” 안도의 숨을 쉬며 단꿈으로 빠져들었다. 군 막사에서의 2일 째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