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군수, 실패한 군수 – 이우홍 합천일보 대표 ·발행인
역대군수, 무능ㆍ부패의 흑(黑)역사
김윤철 군수의 성공조건은?
열린 자세ㆍ철저한 주변관리서 출발해야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들은 치열한 선거를 거쳐 화려하게 등극하지만 그 과정과 끝이 출발과 다른 경우가 적지않다. 무능한 탓에 선거 때 제시한 공약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자리만 지키다 끝나기도 한다. 재임 동안은 물론 공직을 목표로 삼을 때부터의 이런저런 부패로 사법처리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봐왔다. 역대 합천군수들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관선에서 민선으로 바뀐 1995년 이후 합천에서는 모두 5명의 군수를 배출했다. 이 중에서 누구를 ‘성공한 군수’로 부를 수 있을지,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제 막 군수직을 시작한 김윤철 현 군수를 빼면, 대부분의 합천군수를 ‘실패한 군수’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4명의 역대 군수 가운데 2명이 금전에 얽힌 비리·부패로 임기 말 또는 퇴임후에 사법처리됐다. 한 사람은 4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8년동안 합천군을 경영했던 또 한 사람은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법정에 불려나가다가 끝내 불명예를 안는 모습에서 군민과 향우들은 큰 상실감에 빠졌다. 군수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군민들이 군수를 뽑아줄 때는 군청의 재능과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은 물론 외부 인구와 자본을 적극 유치해서 지역을 발전시키기를 원한다. 어떻게 하면 그런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지를 군수가 잘 알고 있다고도 믿는다. 그러나 전직 두 군수의 연이은 사법처리 사태에서 그들의 무능과 부패를 새삼 확인하고서 군민들은 새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재임 중에도 그들이 군정 경영에서 그다지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전직 군수는 취임 직후부터 군청 안팎 실세들의 군정 농단으로 여러 구설에 시달렸다. 조금 잠잠해 질 무렵에는 선거기간 중 받았던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져 임기 후반을 허비했다. 그 폐해는 지역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해당 군수는 선거당시에 절대 돈을 받지 말아야 할 특정인들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하지만 불과 얼마 후에 특정인으로 부터 그다지 많지도 않은 금전을 받은 것으로 수사에서 밝혀졌다. 아무리 현실 선거에서 돈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분별력이 실종된 행위다. 이런 점에서 그의 실정법상 죄목은 부패지만, 본질은 무능으로 봐야 한다.
다른 전직 군수는 사법처리된 문제의 뇌물 사건 외에도 장기 재임기간 동안 인사와 각종 이권을 둘러싼 부패로 뒷말이 많았다. 지역발전에 헌신하려는 모습보다 공무원과 업자들을 ‘내편 네편’으로 갈라치기하면서 합천을 쥐락펴락하는 권력향유에 더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서도 군청 마당에 ‘청렴송’을 심고 군청 복도 계단마다 ‘청렴’문구를 붙이면서 청렴을 강조한 행태는 아이러니다.
또 다른 전직 군수가 두 사람과 같은 ‘치욕’을 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공한 군수로 보기는 어렵다. 목민심서는 “부정하거나 부패하지 않았다고 그것만으로 깨끗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못하면서 자리에 머물러 있는 행위를 절위(竊位)라고 한다”고 경고한다. 절위란 ‘자리를 훔치는’ 범죄행위를 말한다. 그것은 용변도 보지 않는 사람이 뒷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자신을 더럽히고 또 남의 기회도 박탈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무능력자가 지역의 단체장이 되면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지역이 얼마나 뒷걸음칠 것인가를 경계하는 의미다.
그런데도 적잖은 사람들은 자신의 객관적 능력을 간과한 채 선출직 공직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긴 세월을 도전한다. 자신과 지역에 큰 낭비가 아닐수 없다. 광역단체장을 거쳐 국회의원이 됐던 한 정치인은 30여년 전 사석에서 “정치인은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 선거를 치루려면 법정 비용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가고, 그 돈을 회수하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려면 부패고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단지 그 사실이 드러나고 안 드러나고의 차이라는 말이다. 깨끗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한 전직 군수가 심심찮게 회자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에게는 지금보다 모든 여건이 불리한 상황에서 지역현안 해결과 민자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며 열정을 바친 일화가 많다. 역대 군수 중 ‘성공한 군수’로 꼽히는 케이스다.
김윤철 현 군수는 취임 이후 몇가지 주목되는 말을 했다. 그는 첫 간부회의에서 “군민들이 바라는 군정은 경제적 어려움 극복과 함께 그동안 실추된 합천의 명예를 되살리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직 두 군수의 사법처리로 인한 군민들의 상실감 극복을 지역 최대현안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면서 ‘청렴’을 합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 내놓았다. 세부 이행과제는 ‘공정한 인사’와 ‘깨끗한 군정’이다. 또 그는 취임식 뒤의 기자간담회에서 “잘못이 있으면 과감히 지적해 달라”고 당부했다. 합천위기에 대한 원인 진단과 해결방향 설정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군수의 열린행정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현실은 벌써부터 김 군수의 말과 다르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선거를 전후해 군수를 도운 사람들의 입김에서 군청 인사와 각종 계약이 좌우될 것이라는 말이 떠돈다. 군수가 ‘인사청탁은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는데도 다가오는 하반기 군청 정기인사를 둘러싸고 물밑에서 묘한 기류가 형성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부 면지역에서 군수 측근이 ‘부군수’ 행세를 하며 도마위에 오른다. 다른 지역의 측근은 식당에서 건설업자들에게 군수와의 관계를 내세워 자신을 과시하다가 감정적 충돌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군수의 공언(公言)과는 사뭇 다르고, 전임 군수들 집권 당시와는 비슷한 모습들이다. 때문에 ‘민선8기·김윤철 군정’의 안착 여부에 대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취임 후 2년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조만간 있을 군청 정기인사가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군수가 대부분의 전임자들처럼 실패한 군수가 될지, 아니면 선거과정에서의 각종 논란을 딛고 성공한 군수가 될 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성공한 군수가 되려면 그 시작은 열린자세로 쓴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주변을 철저히 관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단순한 소문도 경계하고 결백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욕없는 리더십 발휘가 가능해지고, 흩어진 민심을 모아 지역발전의 핵심 동력을 뭉칠 수 있다. 그럴 때에 합천이 비로소 역대 군수의 무능과 부패에서 비롯된 흑(黑)역사에서 벗어나고, 실추된 지역 명예를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