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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연구|한비자의 팔간(八姦)과 오두(五蠹) – 권해조 논설위원

중국의 역사를 보면 춘추전국시대는 전쟁과 찬탈의 시대였지만 사상과 학문의 황금기였다. 그래서 이때를 백가쟁명시대(百家爭鳴時代)라고도 한다. 당시 대표적인 학파로는 유가(儒家), 도가(道家), 묵가(墨家), 법가(法家) 음양가(陰陽家), 명변가(名辯家)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정치 사상적으로 비중이 가장 크고 대립한 것은 유가와 법가이다. 유가는 공자, 증자, 자사, 맹자에게로 전해오는 인의(仁義)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사상이고, 법가는 상앙(商鞅), 관중(管仲), 신불해(申不害)를 거처 한비(韓非)에게 계승된 법을 유일한 방법으로 하는 정치사상이다.
한비의 정치사상은 한마디로 법(法)과 술(術)로 요약된다. 법이란 법령을 말하고, 술이란 사람을 조종하는 술책이다. 한비는 정치의 유일한 방법은 법으로 다스리는 것으로 보고, 기존의 법치사상과 술을 통합하여 하나의 법술이론을 완성하였다. 그래서 법과 술을 아울러 사용하면 군주의 지배는 더욱 완벽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엄격한 신상필벌을 강조하고 있다.
고전 한비자를 보면, 난언편(難言篇)부터, 설림편(說林篇)까지 총 21개편으로 나누어져있다. 그 가운데 팔간편(八姦篇)과 오두편(五蠹篇)이 있다. 팔간편에는 군주의 허점을 노리는 8가지 간계(姦計)와, 오두편에는 나라를 좀먹는 다섯 가지의 벌레들을 언급하고 있다.
먼저 팔간편에 기술된 간신들이 노리는 여덟 가지 방법과 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팔간이란 나쁜 신하가 군주에게 저지르는 ‘여덟 가지 간사한 행동(姦計)’으로 동상(同床), 재방(在旁), 부형(父兄), 양앙(養殃), 민맹(民萌), 유행(流行), 위강(威强), 사방(四方) 등이다.
<동상>이란 정실부인과 후궁들이 군주를 현혹시키고 군주가 편히 쉬려고 할 때나 만취상태일 때 원하고자하는 일을 얻어내는 것이다. <재방>은 군주의 측근들인 심부름꾼(비서)을 통해서 군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부형>이란 군주의 친인척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어내고, <앙양>이란 군주의 기호(嗜好)를 이용해서 일을 꾸며 초래되는 군주의 재앙이다. <민맹>이란 신하가 공적인 재물로서 백성들의 환심을 사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며, <유행>이란 교모한 말로서 군주의 마음을 허물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위강>은 협객이나 무사들의 위세를 빌려 군주를 위협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며, <사방>은 주변국의 위세를 이용하여 군주가 큰 나라를 섬기도록 하면서 군주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주는 여색을 즐길지라도 청알(請謁)을 허락하지 않고, 사사로운 청을 하지 말 것이며, 측근들에게는 그 말에 책임을 지게하고 말을 바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 즐거운 것을 구경할 때도 반드시 어디서 온 것인지 알리게 하고, 백성들에 은덕도 임금이 직접 베풀고 신하에게 못 하게한다. 제후의 구색(求索)은 불법이면 거부하고, 외세의 힘도 듣지 말아야 한다. 현명한 임금이 관직과 작록(爵祿)을 마련하는 것은 어진 인재를 등용하며 그 공로를 권장하기 위함이다. 현자(賢者)와 불초(不肖)를 구분 않고 등용하면 사당(私黨)으로 부식한다. 관리들은 자기 직무를 팽개치고 외부와 교제만 힘쓰면 나를 멸망하게 하는 풍조이다.
다음은 오두편이다. 오두는 나라를 좀먹는 다섯 가지 해충(害蟲)이다. 어떤 재목이나 좋은 책도 좀이 먹으면 무용지물이다. 한비는 나라를 갉아먹어 황폐를 만드는 다섯 부류의 사람으로 인의도덕의 정치를 주장하는 유가(儒家), 세객(說客), 종횡가(從橫家), 사사로운 무력으로 나라 질서를 해치는 유협(游俠), 공권력에 의지해 병역이나 조세를 면제하려는 권문귀족(權門貴族), 농민들의 이익을 뺏는 상공인(商工人)을 들었다. 요즘시대로는 학자(學者), 논객(論客), 협사(俠士), 측근(側近), 상공인(商工人)이다. 학자와 논객은 변설(辯說)을 교묘하게 하여 법을 의혹하게 만들고 임금의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협객은 협사로운 일로 금령(禁令)을 범하고, 근신들은 뇌물로 사재를 축적한다. 상공인은 농민의 이익을 가로챈다. 그리고 한비는 이러한 다섯 좀 벌레를 법의 힘으로 없애야 나라를 강하고 부유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비는 성인 공자의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임에도 70여명의 제자 밖에 안 되었지만 어리석은 노나라 군주 애공(哀公)에게는 백성들이 몰려 들은 명분으로 유가를 경고하기도 했다.
이상과 같은 한비의 팔간과 오두는 2,2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국가 위정자나 어떤 조직의 최고경영자들에게 큰 경종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