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수술하고 퇴원한 친구에게 – 정병수 재경 합천문인회원
가을의 한복판인 10월인데도 불구하고 밤이면 방안에 모기가 윙윙거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은 모기 탓만은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직면하여 놀란 탓도 보태진 모양이다.
2022년 9월 24일 아침이었다. 고교 절친 심현제가 갑작스레 응급실 로 입원하였다. 진단 결과 뇌출혈 판정이고 이어 뇌수술과 중환자실에 격리 등 일련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다. 친구가 그렇게 되리라고는 나는 물론 너를 아는 주위의 사람들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는 부지런하기도 하지만,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수술도 잘 되어 언어 사용 등 모든 것이 수술 전 상태로 돌아왔으니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당분간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어쨌든 퇴원을 축하한다.
사실 네가 입원한 날은 친구 병태와 셋이서 식사하기로 한 날이었다. 다만 약속 때 시간과 장소를 유보했기에 외출 계획이 있는 내가 빨리 정하기 위해 아침 일찍 너에게 전화를 했지. 네 모바일에 신호는 가는 데 받지를 않는 거야. 그런 경우 너는 10분을 넘기지 않고 내게 리콜을 하는 것이 통례인데, 그 날은 1시간이나 지난 9시가 넘어서 전화를 하기에 속으로 ‘이제 너도 나이를 속일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네가 하는 말이 “어제 저녁부터 넘어지기도 하고, 넘어지면 혼자 일어나기가 힘들었어!” 라고 하는 거야. 사실 난 나 내로 급히 한의원(韓醫院)으로 가기 위해 운전 중이라, “그러면 오늘 만나기로 한 것은 순연시키고 다음에 보자.”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었지.
그런데 강한 텔레파시가 오는 것이야. 운전 중 통화하는 것은 불안했지만, 핸드폰으로 “오늘은 토요일이라 정상적인 진료는 안 되겠지만, 응급실은 받아줄 테니 가 보는 게 어때?”라고 했고, 너는 작은 소리로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 나중에 확인해보니, 너는 나와의 이 통화를 기억하지 못하더구나! 그만큼 사태가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는 증거야.
그 후 너와 인근 아파트에 사는 친구 병태도 오늘 점심 약속에 대해 궁금해 전화를 하다가 둘이서 모닝커피를 한 모양이다. 그런데 병태 친구가 보기에 앞서 얘기한 일련의 예외적인 거동과 또 너의 안색으로 미루어 ‘이상하다’고 판단하고 신속하게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니,이것이 천우신조(天佑神助)가 아니고 무엇이랴? 지금 생각해 봐라. 병태가 바로 차를 응급실로 향하여 가지 않았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놓쳤다면 너의 뇌출혈이 지금 어떤 상태로 되어있을지 상상하기조차 싫다.
이렇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평소 네가 뿌린 선덕(善德) 때문이야. 중·고등학교 시절은 물론이고 사회에 발을 디디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너는 선(善)하고 정의(正義) 편에 서서 모범적 삶을 살아왔지. 명심보감 첫 장에도 “자왈 위선자 천보지 이복 위불선자 천보지 이화(子曰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 라고 하듯이, 선을 행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복으로써 보답한다고 했다. 너를 옆에서 지켜본 나는 누구에게라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네. “친구 심현제는 지금까지 애국심과 정의로움에 불타는 대한의 아들이요, 정직과 성실 그리고 공정의 주창자며, 시간을 아끼되 남을 배려하는 인간 멘토.”라고.
친구야! 이제 걱정하지마라. 그리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도 줄여라. 병이 전혀 없는 사람이 오래 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병없이 어느 날 밤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을 흔치 않게 보잖아. 그렇다고 몸이 종합병원인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뜻은 아니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에 신경을 쓸 정도의 자극은 받는 것은 좋다는 뜻이지. 이제 네가 그럴 거라는 것이야. ”무병(無病)은 단명(短命)하고 일병(一病)은 장수(長壽)한다“고 하는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니야. 그리고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느니라.“하는 경구를 다시 한번 더 새기자.
그리고 네가 입원 중에 우리 동기생 단체톡에 올린 나에 대한 글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오늘 아침, 정박사가 불편한 몸으로 <역사를 바꾸기도 하는 무서운 세금 이야기>를 상재하고 왔다. 참으로. 눈물겨웠다. 제 몸 처신도 힘든데, 친구의 안위를 걱정해서 이것저것 싸 들고. 지팡이 짚고 그렇게 어려운 걸음걸이였다, 그것은 세월이 지난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중략~ 내가 환자라 병원 카페에서도 쫓겨나 우리는 로비 의자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건강해야 불편한 너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닐 수 있다.’고 하며 ‘서로 건강하자.’고 했다.”
그래! 너의 말대로 우리는 사회 모범생으로 살아왔지. 그러나 이제 는 건강에 더욱 유의하자. 함석헌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 한 구절처럼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자주 편하게 만나도록 하자. 몸조리 잘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