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꾀로 효도하다
핵가족의 가속화,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도 모르는 어느 대학생 일가의 가족 양태, 요즘 시대 효도란 말을 꺼내면 조선시대 사람이라 비웃곤 하지만 천륜을 어길 건가. 지금 60대 이상 효도하는 마지막, 버림받는 1세대라 서럽기도 하죠.
옛날 합천 고을에 가난한 부부가 홀로된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데 농사일만으론 가정을 꾸려가기 어려워 남편은 보부상을 한다. 한번 출장하면 달포가 되어야 집으로 돌아오는데 특별한 지병도 없는 아버지가 날이 갈수록 야위어져가고 있다. 생각건데 아내가 홀대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장사를 그만두거나 아내를 꾸짖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아내가 시아버지께 효도할 수 있는 잔꾀를 지어내었다.
어느 날 장사를 마치고 귀가하여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지금 중국에서 장수 연구에 필요한 나이 든 영감들을 큰돈을 주고 사 가는데, 체격이 마른 사람은 안 되고 살이 통통하게 찐 영감들만 심사하여 사 간단다고 하오. 당신 혼자 아이 보랴 시아버지 모시랴 너무 힘드니 조금만 더 살을 통통하게 찌워서 아버지를 팔아 버립시다.”라고 제의하였다. 이때 아내의 속마음은 마냥 기뻤으나 겉으론 어찌 아버지를 팔 수 있냐며 난색 하였으나 그래도 남편은 끝까지 고집하여 아버지를 팔아 버리자고 서로 합의를 보았다. 그 후 다시 장삿길을 떠나서 두어 달 후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아버지께 얼마나 잘 봉양하였는지 살이 통통하게 붙어있었다.
이제 아버지를 팔 수 있겠으니 중국의 장사꾼을 불러야겠다고 말하자 아내는 “안돼요. 지금 아버님께서 논 밭일도 잘하고 어린아이도 잘 돌봐 주는데 팔 수 없어요”고 말하였다. 이때 아들은 못 이긴척하며 아내의 의견대로 따라 주었다. 한편 아버지는 아들의 고단수 효행에 며느리는 어쩔 수 없이 잔꾀에 넘어가 겉치레 효도를 하고만 셈이다. 시부모, 어쩌면 피도 살도 안 섞였는데 진정 마음에 우러나서 효도하는 우리 시대의 며느리 과연 몇이나 될까?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들 부부가 세상을 떠났다. 사람이 죽으면 49일간의 저승문 12대왕 검증을 거치는데 제5전 염라대왕은 저세상에 하나뿐인 명경대를 소장하고 있다. 이 명경대는 사람의 속마음은 물론 생전의 생활상을 낱낱이 녹화하여 염라대왕의 판단을 결정케 한다. 이리하여 남편은 그 효성이 갸륵하여 천상으로, 처는 그릇된 효성이라 하여 원래는 독사 지옥으로 선고하여야 하나 일시적인 효성이라도 참작하여 한빙 지옥으로 선고하였다. 知天己行이라, 힘들고 어려워도 효도하면 하늘이 복을 주고 천상으로 윤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