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과 일본방문 의의
권해조
논설위원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임기 말 마지막 아시아 순방지로 5월 23일-27일에 베트남과 일본을 방문하였다. 이번 방문에는 20세기 미국이 치른 가장 큰 전쟁의 산증인인 베트남 참전용사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포로가 됐던 노병을 동행하여 의의가 더욱 크다.
먼저 베트남 방문이다. 5월 23일 하노이에 도착하여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면담 후 쩐다이 꽝 주석과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베트남 무기 금수조치 전면해지 등으로 “양국간 적대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발표하였다. 미국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9년간 계속된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하였다. 미국은 1975년 4월 베트남에 대한 경제 제재조치를 단행하고, 1995년 7월 양국 국교정상화를 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0년 빌 클린턴대통령과 2006년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방문이다. 미국은 2014년 베트남에 해상방위용 비(非) 살상무기 금수해제에 이어 이번에 52년간 수출금지 조치를 했던 살상무기(lethal weapon)까지 전면 해제하여 양국간 적대관계 유산을 완전히 청산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금수조치해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베트남과 관계정상화의 긴 여정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24일 2만 3천여 명이 참석한 하노이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대중연설에서 “베트남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면 더 많은 나라와 경제적 연대를 맺을 수 있다”고 언급하고 TPP의 조기 비준 노력과 경제결속을 강화하였다. 또한 “대국들이 작은 나라를 괴롭히면 안 되며 분쟁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남중국해 이슈와 관련해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우회적으로 인권문제도 거론했다. 한편 베트남은 미국의 전면적인 무기금수 조치해제의 대가로 113억 달러(약 13조4천억원)의 미 보잉사 여객기 737 맥스기종 100대를 구입하고, 30억 달러(약 3조 원)규모의 항공기 엔진도 구입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미 해군의 깜라인만 기항 허용과 다낭에 군수물자 사전 배치 방안 등을 논의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2011년 미국이 제시한 ‘아시아 중시전략(Pivot to Asia)’의 연장선이며, 베트남도 ‘기존 베트남 지도부의 친(親)중국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의도와 종전(終戰) 41주년을 맞아 미국과 적대 청산에 앞장선 베트남 신지도부의 노력과 일치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올 1월에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을 제외한 쩐 다이 꽝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폭 총리,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이 모두 교체되었다. 베트남 쩐다이 꽝 국가주석은 지난 4월 공식 취임연설에서 “베트남의 자주, 주권보호, 영토보존을 위해 단호히 싸울 것”이라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과 맞서고 있다. 미국도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해 왔고, 일본, 필리핀 등 중국과 영유권분재중인 나라와 동맹을 강화하고 미얀마, 인도, 싱가포르와도 정치, 경제협력강화로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견제하는 벨트를 구성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표면적으로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23일 외교부대변인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논평하고, 관영 신화통신은 ‘제 3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협하는 피해를 주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니러슝(倪樂雄) 상하이 정법대교수는 “미국과 베트남이 중국을 겨냥해 준군사동맹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으며, 외신들은 적대국들이 이해 때문에 뭉치는 고사성어를 인용하여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오월동주(오바마와 월남이 같은 배를 타다)’로 표현하고 있다.
다음은 일본방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저녁에 일본에 도착하여 7개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시 앞바다 가시고지마(賢島)의 한 호텔에서 저녁 9시 30분부터 1시간 정도 미일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오바마 대통령은 “지역평화와 안전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북 핵의 위협에 맞서 억지력 강화에 합의했으며,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항행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TPP의 조기비준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더욱 강력한 제재조치를 함께하기로 협의했다. 따라서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과거 역사 화해와 미일동맹 업그레이드, 앞으로 중국의 견제’로 볼 수 있다.
26일 – 27일 개최한 G7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급속한 해양진출 대책, 북한의 핵실험과 미시일 해법, 세계경제 회복 방안 등이었다. 그러나 아베총리는 G7정상회담에 참가한 정상들을 이세신궁(伊勢神宮)에 참배시켜 자신의 외교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를 제사 지내는 신사로 도쿄 메이지신궁(明治神宮), 오이타(大分) 우사신궁(宇佐神宮)과 함께 일본의 3대 신궁이다. 2차 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곳은 아니지만 일본 우익세력들이 신성시 하는 장소이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이었다. 27일 오후 히로시마 평화 기념공원을 방문하여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헌화 후 18분간의 연설을 하면서 공식사과 없이 “71년 전 맑은 아침, 하늘에서 죽음이 떨어져 내렸다. 그날 숨진 수십만 명의 일본인, 수천 명의 한국인 십여 명의 미국 전쟁포로를 애도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왔다” 며 희생된 모든 분들을 위로하였다. 그리고 연설 대부분은 ‘핵 없는 세상’을 언급하며 북한을 겨냥하였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오바마가 일본 우익에 이용당했다”며, 미일협력강화를 위한 미국의 이벤트였다고 평가를 했지만 많은 일본국민들이 사죄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태지역 두 나라 방문은 과거 미국과 싸웠던 두 나라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협력관계를 다지는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 고엽제 피해 언급과 일본에서 원폭희생자 위령비 헌화로 과거 전쟁의 상처에 대하여 치유노력을 보였다. 그리고 양국정상회담과 G7정상회담을 통하여 중국봉쇄전략과 함께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강력한 협력 공조, 국제경제, 기후변화, 무역, 테러, 해양 안보 등을 협의 했으며,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본인이 주창해온 ‘핵 없는 세상’의 이니셔티브를 완성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