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학교’ 그리고 AI시대 – 조성래묘산중학교장
이상적 학교란 무엇일까?
플라톤이 말한 이상 국가에 관한 검색값을 읽어가다 이상적 학교에 대해 생각해본다. 플라톤의 <국가>에 의하면 이상 국가란 부풀어 오른 돼지들의 나라를 법과 제도로 정화한 것이라고 한다. 거기다 ‘1인 1업의 원리’에 충실한, 그래서 각자 ‘취향과 성향에 따라 수립된 나라’가 이상 국가라고 플라톤은 말했다.
동양에서 최고로 치는 이상 국가의 의미도 플라톤의 정의와 큰 차이가 없다. 중국 은나라 요순시대는 이상 국가의 가장 큰 요건으로 치산치수(治山治水)를 꼽았다. 백성의 윤택한 삶은 산과 물을 잘 다스리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고 산과 물은 농사를 짓는 것, 즉 배부름을 말한다.
이를 볼 때, 이상적 학교의 정의에 대한 결괏값이 나온다. 이상 학교는 학생들에게 학습을 위한 풍족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거기다 ‘1인 1업’의 원리에 맞게 학생 개개인의 특기 적성을 지원하고 원하는 학교로 진학시키는 것이 이상적 학교가 될 것이다.
자, 이런 이상을 두고 학생들의 실상은 어떤가. 주말에도 농사일에 매달리는 학생들의 가정은 늘 바쁘다. 3학년 도현이네도 마찬가지였다. 소각로에 불을 지펴 작년 벌레가 낳은 알, 갈색날개매미충이 붙은 나무줄기를 태우고 비닐하우스에 차광막도 서둘러 씌워야 한다. 사실상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할 형편도 어렵고 가족들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을 내기도 힘들다. 학교에서 수학여행, 체험활동, 졸업여행 등으로 학생들의 세상 여행을 시켜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유튜브 시청 여행만을 젊은 날의 나들이로 삼을 게 뻔하다. 비단 체험활동 뿐일까. 학교가 해야 할 일은 점차 늘고 있다. 교수학습지도는 물론이고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감기치료에서부터 정서관리까지 보살피고, 거기다 진로 적성까지 키워주는 종합 선물세트가 되어야 한다. 그걸 전부 제공하기 위해 피곤해하는 교사를 위무해주는 것 또한 나의 몫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배를 채워주고 정서적 정화를 시켜주며 거기다 앞날의 진로에 대해서도 안정감을 느끼도록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이 학교라는 조직이 해야 할 일이 되었다.
가지, 상추, 감자며 토마토 농사를 짓기 위해 기계를 빌려와 로타리를 치는 것까지는 학교에서 하고 전교생들은 흙을 다지는 일부터 성장하는 동안 직접 가꾸고, 교실에서 필기를 하는 손으로 직접 감자를 캐서 에어프라이어기에 굽는다. 전교생이 한데 모여 앉아 그걸 나누어 먹으며 통영 앞바다 한산도 요트 세일링을 했던 일과 타이거 버스를 타고 서울시티투어를 했던 수학여행에 대해 아이들은 떠들어댔다. 그 이야기가 삼십 년이 지나서도 그들 입에서 나온다면 그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까.
상상하게 만들고 그 설렘이 전율로 튀어나올 때 학생은 꿈을 틔울 수 있다. 학생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질문이 장래희망이다. 스스럼없이 자기 인생의 꿈을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학교의 몫이다.
학교는 학생이 머무르는 삶의 공간, 생활공간이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달려와 밤까지 함께 하는 곳이 학교다. 벼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모가 자라는 시간이, 한 인간에게 있어서는 바로 학생이라는 시간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사회라는 전쟁터, 그 경쟁의 공간에 내보내기 전에 능력 있는 전략가로 만들어줘야 하는 작전지휘관이 되어야 하는 게 학교의 몫이기도 하다. 여기에다가 ‘시대의 변화’라는 커다란 문제가 더한다.
EV3 로봇 코딩을 통한 로봇 카 밀어내기 배틀을 하며 입력값에 따라 아웃풋이 정해진다는 삶의 원리를 깨우쳤다는 상욱이의 포토폴리오를 읽었다. 우리 학생들이 미구에 맞이하게 커다란 미래 생태의 변조에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학교 만들기. 어떤 형태로든 맞이하지 않을 수 없는 AI 시스템의 사회에서 AI시스템의 체계와 진행과정은 물론이고, AI의 상위인지에 속하게 될 감성과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본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감성과 추억은 영원히 인간만의 몫이다. 학생들이 3년 동안 쌓은 지식과 더불어 ‘추억’까지 꼭 껴안고 졸업식장을 나갈 수 있다면 그들은 이상학교 출신의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으리라 나는 곧이곧솔 믿는다.
올해는 우연찮게 1인 1업을 제대로 찾았는지 3학년 학생들이 전원 다른 학교로 각자 진로에 맞게 진학을 했다. 졸업생들은 식을 마치고 웃으면서 그리고 몇몇은 울면서 운동장을 걸어 나갔다. 후배들도 졸업생과 같은 표정으로 운동장을 걸어가는 졸업생을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들을 보며 환히 웃는 교사와 눈시울을 붉히는 교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다. 나도 그들처럼 기쁘거나 아니면 떠나보냄을 슬퍼하거나 해야 하는데 아쉬움만 남는 걸 보니 나는 이상 국가의 군주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