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은 양력(陽曆)으로 해야 – 정병수 공인회계사
2023년 5월 25일 오후 6시경, 우리나라의 누리호 3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는 뉴스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는 ‘K-우주산업‘을 세계에 증명한 것이며,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기도 하다. 무거운 비행기가 하늘을 향해 오를 때마다 언제나 신기함을 느끼는 내가 하물며 우주를 상상하면 오죽이나 신비할까?
우리나라는 예부터 농경사회였기에 계절의 변화에 민감했다. 그런데 중국을 통해 들어온 최초의 달력은 태양과는 상관없이 달과 지구의 움직임을 반영한 음력이었다. 1년을 주기로 만드는 달력은 태양과 달 가운데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1년 길이가 달라진다. 지구와 태양의 관계로 1년을 정하면 태양력(太陽曆)또는 양력이라 하고, 태양은 배제한 채 지구와 달과의 관계로 1년을 정하면 태음력(순수 음력)이라 한다. 그리고 태양력과 태음력을 결합하여 조정한 1년을 태양태음력 또는 조정된 음력이라고 한다.
즉 태양력 (Solar calendar)은 지구가 해의 둘레를 1회전 하는 동안을 1년으로 하는 것이고, 1태양년의 길이는 365.2422일이므로 1년을 365일 또는 366일로 한다. 그리고 365일의 해를 평년, 366일의 해를 윤년이라고 한다. 현행 그레고리오력에서는 400년에 97일의 윤일을 두도록 만들어져 있다. 우리나라는 1896년 1월 1일 고종의 명에 의하여 양력을 쓰기 시작했다.
순수음력(태음력)은 지구와 달과의 관계를 가지고 1년을 정하는 것이므로 태양과는 관계없다. 달이 지구를 한바뀌 도는데 걸리는 것은 29일 작은달과 30일 큰달을 번갈아 두고 1년 12달 354일이며, 30년에 11일의 윤일을 두어 달의 삭망과 날짜가 맞도록 한다. 바다물이 달의 표면 장력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바다를 생활로 삼은 어부 등에겐 음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태양과 상관없어 계절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결점이 있다. 따라서 순수음력의 경우 8월이 양력 한겨울이 되기도 하고, 1월에 한여름을 맞을 수도 있다. 이슬람 국가의 라마단 날짜가 매번 달라지는 것도 순수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1년 내내 태양열이 작열하는 사막에서는 낙타를 타고 가는 대상(隊商)에겐 밤하늘의 달이 보름달인지 그믐달인지가 날짜를 아는데 더 쉬울 수가 있다.
조정음력(태양태음력)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음력이다. 이는 계절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순수음력을 보완하여 3년에 한 달의 윤달을 두는 달력이다. 그러나 조정함에도 불구하고 계절의 변화를 알기엔 한계가 있다. 1년에 10일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농부에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중국을 포함한 동양국가의 24절기이다. 24절기를 음역을 아는 사람이 아직도 의외로 많지만, 24절기 예를 들면 입춘이나 동지 등은 날짜대신 용어만 다르지 양력 그 자체이다.
정확하게는 흔히 우리가 동지날(日)처럼 24절기를 일로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개념은 몇날 몇시 몇분 몇초의 개념이 동지(冬至)다. 24절기는 태양이 운행하는 궤도(황도. 黃道)에 15도마다 24개의 점을 표시해 둔 것을 입춘, 우수, 경칩 등으로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지만, 엄밀하게는 일, 시, 분,초의 개념이다. 음력을 기준으로 정한 설, 추석 등 명절은 해마다 날짜 차이가 크지만 양력으로 정해진 24절기는 날짜 변동이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24절기의 명칭은 중국 주나라 화북 지방의 기상 상태에 맞춰 정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후에 정확히 맞는 것은 아니다.
한편 특이하게도 양력과 음력이 혼합된 절기도 있고, 양력이지만 매년 일자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부활절은 죽은 예수가 다시 살아남을 찬양하는 날인데, 그 날은 춘분(春分) 직후의 보름 달(滿月) 다음 첫번째 일요일로 정했기에 3월 22일부터 4월 25일 사이의 어느 한 날에 부활절이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덥다는 초복, 중복, 말복일도 정하는 것이 특이하다. 초복(初伏)은 하지(夏至) 이후 제3경일(庚日)을 초복이라 한다. 경일(庚日)이라 함은 10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중 7번째에 해당하는데, 대략 7월 11일부터 7월 19일 사이에 온다. 중복(中伏)은 하지 후 제4경일을 말한다. 입추 후 제1경일을 말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맞이하는 여러 기념일(紀念日), 예를 들어, 생일(生日)이나 기일(忌日)은 양력과 음력 중 어느 기준으로 하는게 바람직할까? 대체로 나이 든 분의 생일은 음력(陰曆)으로, 아이들 생일은 양력(陽曆)으로 하는 가정이 많은 것 같다. 생일을 음력 기준으로 하면 매년 계절이 늦거나 빨라지는 문제점이 있다. 즉 태어난 계절에 기념일을 못 갖는 경우이다. 특히 윤달에 태어난 아이는 3년에 한 번 또는 영원히 기념일을 갖기 힘든 경우가 발생한다.
생각하면 생일이든 기일이든 그것은 매년 다가오는 기념일의 하나이다. 따라서 그 날짜를 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념일을 제때 제 계절에 찾을 수 있는 양력으로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덧붙이고 싶은 것은 조상이 돌아가신 기일(忌日) 제사(祭祀)를 밤(엄격하게는 음식 준비하는 날의 다음 날 새벽 축시)에 모시다가 참여하는 사람의 다음 날 출근이나 교통문제로 음식 장만하는 저녁으로 앞 당기는 경우에는 젯사날을 하루 늦추어야 제날, 즉 돌아가신 날에 제사를 모시는 것이 된다. 기일이란 고인을 돌아가신 날에 기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습관적으로 제사 음식 장만하는 당일 저녁에 모시면 멀쩡하게 살아계신 부모님에게 제사를 지내는 불효자식이 되고 마는 것이다.
국경일도 양력으로 하듯이, 각 개인의 기념일도 계절과 일치되는 양력으로 하는 조그만한 개혁이 이루어 질 때 더 큰 나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