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수백억 횡령 사건 발발… 그 후
호텔 건설 협약 맺은 前 군수…유착 의혹에 “사실무근”
호텔 공약 걸고 당선된 現 군수…군수 주제 간부회의 안건 無
온갖 추측 없애려면 투명한 정보 제공되어야…
최근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 관련 시행사 대표의 수백억 횡령 사건이 도마에 오른 이후 합천군은 마치 태풍의 눈에 걸쳐진 듯하다.
합천군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행사 간부들을 경상남도경찰청에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내부적으로는 감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무원 유착 비리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대적인 수술이 예상된다.
수백억을 횡령한 시행사 대표가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엔 두 명의 군수가 겹친다.
해당 호텔 시행사와 중요 협약을 맺은 전 군수는 ‘최종 결재권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했고 그 결과는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문제가 된 시행사는 합천군과 2021년 9월(당시 문준희 군수)에 호텔 건립 실시 협약(MOA)을 체결했다. 문 전 군수는 지역 건설업자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수령한 혐의로 이듬해 3월 군수직을 잃었고 이어진 지방선거를 통해 김윤철 현 군수가 당선되었다.
김윤철 군수는 선거 당시 5대 공약에 ‘민자 유치 통한 호텔 리조트 건립’을 포함시켰으며 임기가 시작된 지 3개월 후인 지난 해 9월 이른바 ‘먹튀’ 시행사와 함께 대대적인 착공기념식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일부 매체에선 문준희 전 군수에 대해서 주목하는 모양새다. 보도에 따르면 문 전 군수가 시행 업자와의 연루설을 부인했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임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보도를 통해 당시 문 전 군수가 호텔 사업 추진 제안을 받았고 중요한 부분에 대한 점검을 한 최종 결재권자였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회견 후 처음 열린 ‘군수주재 간부회의 보고 자료’에선 ‘호텔’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합천군의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합천군민 전체가 주목하고 있는 일촉즉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군수가 주재하고 주요 간부가 참석하는 회의 기록물에 공식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이다.
기자회견 이후 일주일 동안 부 군수(비대위원장)를 주재로 ‘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조성사업 대책회의’를 두 차례 열었을 뿐 이마저도 진행 사항에 대한 공식 보도 자료는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 수사 등 형사적 절차 외에도 표면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인 해당 호텔 부지에 대한 처리 등 시행사가 남긴 잔재들에 대해 군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들이 상당해 보이지만 그에 비해 긴박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방어적 자세를 고수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군민들이 원하는 행태는 아닐 것이다.
합천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호텔 공사 부지 처리에 대해 시공사 측과 논의 중” 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 협의 내용은 공개가 불가하다며 언론보도에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눈 가리고 아웅’할 수도 없고 ‘세월이 약’이 될 수도 없다. 대출 관련 연대보증을 선 인물 한 명은 극단적 선택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건립 부지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테마파크 입구 인근에 거대한 장벽으로 둘러싸인 상태로 형성되어 있다. 누가 봐도 호텔 공사 현장임을 알 수 있으며 여전히 호텔 건립과 관련된 문구들이 현장을 장식하고 있다.
합천군이 영상테마파크 관광 개발을 위해 공력을 쏟고 있는 만큼 합천군에 유입되는 관광객들 대부분이 ‘흉물’을 접할지도 모른다. 합천군의 신속한 행정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긴급 사안을 두고 ‘귓속말’로 주고받고 있다면 더 큰 불씨를 키울 뿐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군민을 상대로 한 공식적이고 투명한 정보 공유 채널이 필요하다.
복수의 언론사들은 합천군이 시행사가 횡령한 전체 금액에 대해 변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KBS 보도(지난 6일)에 따르면, 실시협약에는 협약 해지 시 대체사업자를 찾아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되어 있고 대체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합천군이 원리금을 배상하도록 했다고 밝히며 합천군이 지분 참여 없이 채무 보증만 서는 구조로 설계됐지만 최소한 안전장치도 없었음을 지적했다.
막대한 혈세 지출 예보에 관계자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김윤철 군수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공무원 잘못이 확인되면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외는 없다. 책임소재를 따질 때는 책임을 전가할 목적이 있어선 안 된다.
유착 비리가 있다면 성역 없이 끝까지 찾아내어 군민들에게 실체를 공개하고 마땅한 처벌과 함께 전면 재정비를 해 나가야 한다.
총력을 기울이던 행정 사업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수록 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간은 미래를 향해 흐른다. 그 미래를 위해 썩은 뿌리를 뽑을 시간은 분명 있다. 늦지 않았다. 더 이상 과이불개(過而不改)해선 안 된다.
/합천신문사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