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聽松) 김송배 시인 13번째 시집 ‘바람과의 동행’ 출간

△ 방하착(放下着)에 대한 집념… 마지막 시집 시사
△3년간의 각고, 詩 100편 선보여

합천군 출신 재경 향우 김송배 시인(81)이 3년 각고(刻苦) 끝에 새 시집 <바람과의 동행>을 출간했다.
지난 달 25일, 도서출판 ‘시원’에서 발행된 이번 시집은 ▲1부 적막한 예행 ▲2부 생사의 행간에서 ▲3부 화두, 허심과 무심 ▲4부 참새 방앗간을 그냥 ▲5부 영역, 일역, 중역시로 나눠져 있다.
김 시인은 머리말에서 “방하착(放下着)등에 접근하면서 나름대로 짧은 소희를 투영해본 것이 오늘의 집념”이라며 “건강하게 시를 창작할 수 있었던 투지와 열정에 감사를 느낄 뿐이다”라고 전했다.
시집의 말미엔, 30여 페이지에 달하는 ‘나의 창작산실’을 통해 소년 시절부터 등단에 이르기까지 고난의 과정과 그간 출간한 시집들에 대한 감회와 철학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버지를 여의고 문학에 빠지게 된 일화부터 기성 시인이 되기까지의 ‘聽松의 성장’이 비교적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김 시인은 청소년 시절 자신을 회고하며 “지극히 순정어린 감상주의의 발동이 용틀임치고 있었다”라고 표현했다.
김 시인은 1943년 용주면 출생으로 합천군을 대표하는 원로시인이다. 1983년 등단 이후 40여 년간 문단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 시인은 “시업(詩業)도 서서히 정리 해야겠다”며 마지막 시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해 한국 문학계에 큰 아쉬움을 전했다.
청송(聽松) 김송배 시인은 청록파 박목월 시인이 창간한 <심상>지 신인상에 당선되며 중앙문단에 진출(1983)했다. 이후 1990년 윤동주문학상을 비롯해 평화문학상(2003), 조연현 문학상 본상(2008), 한국시학상 대상(2017)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간 한국예총 월간 ‘예술세계’ 편집주간, 한국문인협회 사무처장, 시분과 회장,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등을 맡고 있다. 김 시인은 합천 지역 문학발전을 위해서 ‘재경합천문인협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는 등 재경 문인들과의 친목도 다져왔다. /김호영 기자

바람과의 동행(시집 34P) /김 송 배

한강 선유도엘 갔다
가볍게 산책을 할 요량으로
바람과 구름과 동행했다
입구 화단에서 만난 꽃
늦가을 햇살에 대궁만 흔들리고 있다

이제 벌 나비도 제집으로 돌아갔는지
형체도 그 소리도 사라졌는데
윙윙거리며 채취하면서 남겨진
화분(花粉)으로 씨앗들이 여물어 가지만
아무도 예전의 희로애락을 생각지 않는다

아늑하게 흐르는 한강물이
오늘은 어쩐지 더욱 한가롭다
문득, 옛말 무자서無字書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보이는 부분은 선명한데
지워져 숨겨진 뒷모습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을 읽어내는 것이 시다
한강 물구비와 선유도 바람이
어우러지는 숲에서는
가을나무들이 단풍잎 팻말을 들고 섰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 저 글귀
저승과 이승의 갈림길을 안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