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행복하게 살려면 – 이호석 수필가
우리 합천군은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어 다른 지역보다 소멸 위기가 빨리 올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귀농·귀촌인과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귀농·귀촌 가족이 모두 7,000여 명에 이르고 현재 다문화가정이 300여 세대나 된다. 이렇게 귀농·귀촌인과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지역의 인구 증가와 지역사회 활성화에 약간의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간간이 발생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먼저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우리 지역에 귀농·귀촌을 하여 지역 사회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환영하며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 마을 이장이나 새마을(부녀)지도자 등을 맡아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는 더욱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앞에서 말한 부작용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본다. 어느 마을에서 귀촌인과 마을 사람들 간에 골목길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 귀촌인이 농가의 집을 매입하여 이사를 온 후 대지 경계를 알기위해 측량을 한 결과 본인 대지 몇 평이 집 앞 골목길에 편입되어 있었다. 골목길에 편입된 자기 땅 부분을 막아 버려 골목길이 좁아진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70년대 초 새마을 사업으로 안길을 넓힐 때 당시 이곳에 살던 집 주인이 대지 일부를 희사하여 편입된 것이라고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대지를 매입한 귀촌인의 입장에서 보면 토지 등기부대로 마땅히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양보할 수도 있어야 했다. 결국은 귀촌인이 그 마을에 살지 못하고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갔다.
새마을 사업 전개 당시의 정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새마을사업(운동)이 한참 전개되면서 농촌에서는 지게로 겨우 다니든 좁은 마을 진입로와 안길, 농로 등을 리어카나 경운기가 드나들 수 있도록 확장하였다. 이때 편입되는 토지는 거의 지주들의 희사를 받아 편입시켜 사업을 추진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그 마을뿐이 아니고 전국 농촌 마을이 거의 같은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전국 동시에 전개된 새마을 사업에 국가에서 편입토지에 대한 보상을 줄 여력이 없었고, 또 그 길을 이용할 주민 스스로가 사업의 필요성을 느껴 토지를 무상으로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사업을 시행한 지 50여 년이 지나도록 국가에서 공부(등기부, 토지대장 등)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 이런 다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일상에서 사소한 일로 법적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어느 마을에서는 귀촌인이 이웃집의 닭 울음소리가 시끄럽다고 해서 경찰에 고발하여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고소를 당한 집은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사는 순진한 60대 아주머니였다. 생전 처음으로 경찰서와 법정을 왕래하면서 큰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이외도 마을주민들과 귀농·귀촌인들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이 있는 곳도 더러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귀농·귀촌인이 도시에서 살았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마을 사람들을 조금은 경시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또 마을 사람 일부가 기득권을 가진 터줏대감 의식으로 귀농·귀촌인을 멀리하거나 소홀히 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원인은 한마디로 도시에서 오랜 생활을 한 사람과 시골에서 평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의식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대체로 개인주의가 몸에 배어 있고 이웃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달리 농촌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은 거의가 한 식구처럼 친숙한 공동생활에 젖어 이웃을 마치 한 가족 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귀농·귀촌인들의 눈에는 조금은 무질서하고 무지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살아온 삶의 터전이 다른 데서 익혀진 생활 의식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가 자기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버리고 함께 동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가는 동안 계속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로부터 집이나 논밭의 이웃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웃의 사소한 일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여생을 꿈꾸며 귀촌한 사람들과 농촌 마을에서 고령화와 인구 격감으로 활력을 잃어가던 곳에 찾아온 이들을 쌍수로 환영한 사람들이 서로가 사소한 일로 스트레스를 자주 받고 알력이 생긴다면 오히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그러면 이러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을 주민들이 먼저 터줏대감 의식을 버리고 귀농·귀촌인이나 다문화 가정의 생활상이 조금 다르더라도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귀농·귀촌 인들은 도시에 살면서 몸에 배어 있는 개인주의와 경계심, 우월감을 버리고 마을주민들을 이해하고 그 정서에 동화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자연도 설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다문화 가정의 새댁들한테는 더한 고마움과 정감을 가져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 하는 일부 우리 젊은이들에 비하면, 줄어드는 인구증가에도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이 땅을 지켜나갈 2세들을 낳아 키워주는 그들의 고마움은 너무나 크다고 하겠다. 우리 모두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포용하며 살자. 그렇게 해야 이 지역에서 함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