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쏙 들어온 책 (3) 이남재, “김형률의 삶이 주는 용기, 공유하고 싶다”
전진성,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원폭 2세 환우 김형률 평전(휴머니스트, 2008)

어느 해부터인가 해마다 8월 5일이면 합천에서 ‘합천비핵평화대회’가 열린다. 합천에서 하는 국제행사지만 정작 합천사람들은 아직도 참여가 부족한 행사이기도 하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곳은 ‘합천평화의집’이다. 한창 행사 준비에 바쁘던 7월 말, 합천평화의집을 찾아 이남재 원장을 만났다. 젊은 시절부터 사회운동을 해왔고 어느덧 63세에 이르렀다는 그에게 ‘합천평화의집’은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무려 단체 이름에 ‘평화’가 들어가지 않는가?
“2002년 한국인 원폭2세 피해자 고 김형률님의 커밍아웃으로 시작된 한국 원폭2세 인권 운동의 성과를 모아 2010년 3월, 한국 원폭2세와 뜻있는 시민단체가 협력하여 ‘한국의 히로시마’인 합천에 설립한 비핵·평화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다. 한국인 원폭피해자 1, 2, 3세의 인권 복지를 시작으로 핵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과 비핵·평화의 실현을 위한 운동에 힘쓰고 있다.”
이어 그에게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2008년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전진성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원폭 2세 환우 김형률 평전』을 꼽았다.
“원폭 2세 환우였던 김형률 님의 삶을 다루고 있어 소재와 주제는 묵직하고 어려울 수 있으나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짧은 인생을 살다 가셨지만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교훈, 감동을 주는 김형률 님의 발자취를 저자가 이야기 형식으로 펼쳐 놓았다. 책에서 만난 김형률 님은 나에게 새롭고 강렬한 씨앗을 품게 해주었다. 그 힘으로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책을 보았는데 역시나 책에서 만난 김형률 님은, 그의 투쟁은 반갑고 고맙다. 앞으로도 힘들고 지칠 때 김형률 님의 이야기를 펼쳐보게 될 거 같다. 아직 그를 모르는 독자님들과도 그 에너지를 공유하고 싶다.”
그렇다면 특히 기억에 남는 구절은 무엇일까?
“‘삶은 계속 되어야 한다’…역시 이 구절이다. 고통으로 가득한 삶이지만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그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 또한 함께 하는 삶을 추구하는 자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느껴진다. 내게 더 힘 있는 무언가를 휙 던져주고 떠나간 김형률 님에게 감사한다.”
이어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물었다.
“원폭피해는 1세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2,3세로 이어지는 문제다. 원폭 피해자들은 후유증과 빈곤 속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아직도 지속해 나가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 질병의 대물림, 사회의 차별과 국가의 방치 속에 있다.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이 조속히 개정되어 원폭피해자종합케어서비스 사업이 바우처사업의 형태가 아닌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에 근거한 종합케어 사업으로 전환 지속되길 바란다.”
특히 이남재 원장은 현재 합천이 비핵의 도시로 조성되어 있는 만큼 조금 더 키우고 발전 시켜서 비핵 평화 테마공원을 조성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합천평화의집과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과 희생자 추모공간인 위령각으로 이어지는 걷는 길을 조성한다면 합천의 황강 등 주변 자연과 잘 어우러진 테마 공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오래 전부터 이런 상상을 하게 되었을 이남재 원장은 한마디로 청년이었다. 내리막길 앞에서 바들바들 발 끝에 힘을 준 채로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낡은 고무신을 신었고 어깨엔 커다란 배낭을 들쳐 메고 드넓은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다. 낯설고 두렵지만 어디로라도 발걸음을 옮길 수 있으며, 그렇게 묵묵히 걷다 보면 무언가, 혹은 뜻을 같이하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이남재 원장은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그냥 이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가슴에 남았다.
/전병주 시민기자
※본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