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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 튤립 – 소민호 동화 작가

엄마가 핸드폰 속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분홀빛 튤립 한 송이를 들고 창가에 서서 웃는 사진이었다.
“여보, 벌써 2년이 자났어!”
아빠가 엄마 어깨를 다독였다.
“그 아이는 잘 살겠지요?”
“그럼, 우리 샛별이가 달리기 선수였는데……쿡쿡!”
아빠도 말끝을 흐리며 헛기침을 했다. 이런 엄마 아빠 때문에 여태껏 여길 떠나지 못한다.
“빵빵빵…….”
자동차 소리가 또 온몸을 조여든다.
그 때의 장면도 함께 떠오른다.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간호사의 말을 들으며 얼굴빛이 창백한 엄마가 응급실을 들어섰다.
“샛별아, 일어나야지!”
나지막한 엄마의 목소리가 내 귀를 적셨지만 꼼짝 할 수 없었다.
“샛별아, 이러면 안 돼!”
뒤따라 들어선 아빠도 내 손을 잡았다.
잠시 뒤 머리에 붕대를 칭칭 두르고 수술실을 나온 나는 인공호흡기를 통해 숨을 쉬고 있었다.
답답하고 무거웠다.
누워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눈을 감고 겨우 숨만 쉬고 있는 내가 참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다.
‘가만, 내가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나는 공중에 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이러면 죽는 거잖아. 안 돼, 얼른 들어가자.’
하지만 나는 내 몸 속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애를 쓰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며칠 지났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온 엄마와 아빠는 무너지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여보, 이래도 될까요?”
“우리 딸이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아빠 엄마는 눈물만 흘렸다.
‘아빠 엄마, 나 여기 있어!’
내가 소리쳤지만 듣지 못했다.
또 이틀이 지났다.
엄마 아빠는 다른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샛별이 또래 여자아이입니다.”
엄마는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아빠도 굵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나는 다시 수술실로 갔다.
엄마와 아빠는 다른 방에서 울기만 했다.
나는 내 몸을 따라가지 못하고 엄마 아빠 곁에 머물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이 점점 가벼워졌다. 정말 바람처럼 어디든지 날아갈 것 같았다.
그렇게 한나절이 지났다.
“잘 됐습니다.”
간호사가 말했다.
“여보, 그러면 우리 샛별이 살아 있는 거잖아요?”
아빠는 엄마를 꼬옥 안았다.
세월이 한참 지나서 아빠와 엄마는 꽃집 문을 다시 열었다.
“이 꽃집은 분홍빛 튤립이 많아. 꽃도 싱싱하고!”
꽃집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분홍빛 튤립을 좋아했다.
“그 아이는 건강하겠지?”
엄마의 가슴에는 아직도 내 생각으로 가득 했다. 마치 내가 엄마 곁을 못 떠나듯이!
“보고 싶다!”
창밖을 내다보던 엄마는 튤립을 들고 찍은 내 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는 힘없이 전화기를 받았다.
“예, 지금요.”
전화를 끊은 엄마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아빠를 쳐다봤다.
“여보,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엄마 목소리가 떨렸다.
“왜 우릴 찾을까? 병원에서는 뭐라 그래?”
“그냥 우리를 꼭 만나보고 싶대요.”
“걔가……?”
“애가 자꾸 보고 싶다고 해서 부모들이 어제 병원에 들렀대요.”
아빠는 물을 벌컥벌컥 마신 뒤 바깥으로 눈길을 돌렸다.
“저기, 저 사람들 아니야?”
아빠가 가리키는 곳에 세 사람이 걸어왔다.
“아-, 저 아이구나!”
엄마는 처음 보는 여자 아이를 단번에 알아봤다.
“건강해 보이는군!”
아빠도 고개를 끄덕이며 세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세 사람은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섰다.
“안녕하셨어요? 가람이입니다.”
내 또래 아이가 엄마 아빠를 보고 인사를 했다.
엄마는 대답대신 가람이라는 아이를 안았다.
“건강하게 살아줘서 고맙다.”
“고맙습니다.”
가람이도 엄마 품에 포옥 안겼다.
엄마는 튤립 한 송이를 가람이에게 내 밀었다.
“아-, 분홍빛 튤립!”
가람이는 튤립 꽃송이에 코를 들이댔다.
“튤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인데……!”
가람이 엄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는……, 내가 꿈속에서 꽃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고 했잖아.”
가람이는 눈을 흘기며 꽃집 구석자리로 갔다. 내가 앉아서 책을 읽던 곳이다.
“아, 있었네!”
가람이는 작은 서랍을 열고 바짝 마른 튤립 한 송이를 꺼냈다. 사고가 나기 전날 내가 들고 사진을 찍은 꽃이다.
가람이가 튤립을 들고 활짝 웃었다.
“아-, 어쩜……!”
엄마가 사진을 찍어댔다,
“샛별아,……!”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내 이름까지 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