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쏙 들어온 책 (10) 김수연,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었다”
윤구병, 꽃들은 검은 꿈을 꾼다(보리, 2017)

가회면 동곡마을에 ‘토기장이의 집’이라는 공유공간이 있다. 농사 짓는 이들이 꾸리는 ‘담쟁이인문학교’도 이 공간을 쓴다. ‘서와콩’이라는 이름의 남매듀오도 여기 소속. 김수연은 그 듀오에서 곡을 만들고 기타를 치고 노래한다. 아래는 10월 18일(수)에 그와 나눈 얘기다.
추천하는 책은?
나는 사람도 자동차도 건물도 별로 없는 곳에 산다. 대신 새와 바람과 별이 있다. 자연은 언제나 새롭지만, 낯설지 않다. 지켜보면 재미있다. 무더운 여름, 땀을 식혀주는 반가운 손님 같은 바람이 있는가 하면, 세차게 불다 결국 고추 지주대 하나 꺾어놓고 가는 도둑 같은 바람도 있다. 매일 밤이 되면 금방 찾아낼 수 있는 별이 있는가 하면, 오늘 잠깐 보였다가 또 며칠 뒤면 감쪽같이 없는 별도 있다. 살아있는 것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즐겁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낀다. 그 즐거운 시선을 잘 담아낸 책이 농부 철학자 윤구병 선생님이 쓴 『꽃들은 검은 꿈을 꾼다』이다.
추천하는 이유는?
윤구병 선생님은 하늘은 본디 검은빛이고, 푸른 하늘은 햇빛에 바랜 하늘빛이라고 말한다. 검은 하늘은 푸름을 잃어버린 하늘이 아니라, 별들을 죄다 끌어안고 있는 헤아릴 수 없이 커다란 하늘이라 말한다. 하늘은 당연히 파란색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내게는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어나서 볼 수 있는 가장 먼 곳을 보았다. 빛의 속도로 몇 백만 년을 가야만 닿을 수 있는 엄청나게 먼 곳을. 신기하게도 그러고 있으니,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점점 뚜렷하게 느껴졌다.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느껴졌다. 그날 본 밤하늘은 아직도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철학책인데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 이상한 책이다. 화려한 글맛은 없지만, 씹을수록 옹골찬 단맛이 올라오는 밥 한 그릇 같은 책이다.
/신누리 시민기자
※본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