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내륙철도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 지자체 후유증 장기화 우려
재검토만 9개월…더뎌지는 KTX
통상적 절차라지만 기본계획 당시 언급 없던 ‘암초’ 격
예산 조정 규모…국토부 “귀신도 모를 일”
연계 사업 진행하던 군 “상황 예의 주시 중”
국토교통부가 진행 중인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적정성 재검토에 나서자 사업 지연을 감지한 복수의 지자체들이 철도 조기 착공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철도 건설과 함께 교통, 도시 개발, 관광 분야 등의 사업을 연계해 추진 중이던 지자체들의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2022년 1월, 국비 4조 8015억 원을 투입(총사업비 4조 9438억 원)해 2027년 개통을 목표로 김천시에서 거제시까지 단선철도 177.9,km를 잇는 남부내륙철도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했었다. 하지만 국토부 기본설계단계 중 총사업비가 6조 8664억 원으로 약 39% 가량 늘자 기재부는 사업비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를 의뢰(9월20일)한 상태다.
국가재정법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라 총사업비가 15% 이상 증액되었을 경우 타당성 재검토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남부내륙철도는 국가균형발전사업의 일환으로 예비 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사업이기 때문에 ‘타당성 재검토’ 대신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 대상이 된 것이다. ‘타당성 재검토’와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는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국토부 측은 ‘타당성 재검토’는 사업 자체의 ‘GO-STOP’ 여부를 따지게 되지만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는 증액된 사업비 규모를 다시 들여다보는 수준이라 사업 중단과는 거리가 멀다며 철도 사업과 연관된 지자체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국회 국토위 국감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더 좋은 철도로 만들기 위한 비용이 투입된 것, 사업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아니고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만 적정성을 보는 것”이라며 사업 중단이 아님을 공식화 했다.
사업비가 증가된 요인은 노선 및 구조물의 합리적 조정, 설계기준 및 관련 법령 개정 반영, 철도 시설물 안전성 강화, 단가 현실화 등 물가상승분이 반영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장 큰 요인은 물가상승률이다. 사업비 증액은 안전 분야에서 많이 늘어난 것, 거품이 아닌 실제 필요한 부분들이 반영된 것이다. 적정성 재검토 과정은 (사업비 증액 시) 통상적인 것이며 과다 설계 등이 있다면 어느 정도 줄어들 순 있겠지만 막무가내 식 대폭적인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비가 축소된다면 어느 정도 규모일지에 대해 묻자 “귀신도 모르는 일,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검토하기 나름”이라며 말을 아꼈다. 국토부 입장을 미뤄볼 때 필요에 의해 증액된 사업비를 기재부가 막무가내로 깎아 내릴 경우 사실상 남부내륙철도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긴 힘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기재부는 지난 8월 말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총 지출 증가 규모를 억제하고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한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한 바 있다. 국가균형발전사업의 일환이며 예비 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에 기재부의 기조가 얼마나 영향력을 끼칠지는 미지수지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측의 남부내륙철도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 기간은 9개월이다. 사안에 따라선 기간 연장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검토 이후엔 해당 결과를 반영해 실시계획을 세워야 착공이 가능하다.
이번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 과정을 거치게 됨에 따라 국토부가 내다보는 남부내륙철도 착공 시기는 2025년이며 개통은 2030년이다. 당초 2027년 개통을 목표로 했던 기본계획 고시 당시엔 포함되지 않은 암초를 만난 격이다. 다시 말해, 40%에 육박하는 사업비 증가율과 이로 인한 개통 지연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향후 남부내륙철도 건설 과정에서 또 다른 암초가 없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현재로선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을 맞이한 셈이다.
정부는 남부내륙철도가 서부영남 지역의 산업 및 관광 등 지역 경제 발전을 뒷받침할 핵심적인 철도 인프라 사업이라고 밝혀 왔고 합천군을 비롯해 정거장이 들어설 복수의 지자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철도 개통 시기를 염두에 두고 연계될 수 있는 다양한 수익성 사업을 계획해 왔다. 남부내륙철도 착공과 개통 시기가 늦어질수록 지자체들이 구상한 다양한 사업들의 효과도 정체되는 만큼 정부의 신속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토부는 기재부와 긍정적인 소통을 통해 증가된 사업비 타당성을 설명해 나가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경남도에 가해진 충격과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완수 경남 도지사는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국회 차원의 도움도 요청 했다. 김태호 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은 “정부 의지에 따라 충분히 완공을 당길 수 있는 사례가 있다”며 힘을 모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의회는 “군민 모두가 관심을 가졌던 만큼 주민들이 큰 충격과 불안으로 술렁이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2027년 완공을 촉구한다”며 조기 착공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KTX 합천역사 건설에 따른 역세권 관광인프라 구축 계획을 밝혀왔던 군은 난처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현재로선 이미 계획된 사업을 미루거나 멈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상태, 철도 건설이 늦어질수록 연관 사업 효과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 절차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