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 군의원 “전두환 前 대통령 유해, 군에 모시자” 제안… 그 후
합사모 “이 의원 지지…유해 모시는 건 도리”…협조 시사
“어처구니없다” 사퇴 압박하는 시민단체…李 “사퇴 없다” 일축
“‘공과’ 논하지 않겠다“…영화 ‘서울의 봄’ 의식? 李 ”NO”
일해공원 명칭 논란 재조명…군, 내년 2~3월 제3의 기관·공론화 추진
군수가 직접 나서라는 李 제안에→군 “군수 발언 없을 것”
군의회 이한신 군의원이 합천에 전두환 전 대통령 유해를 안장하자는 제안이 나온 이후 이 의원 발언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겁다.
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옹호성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이 의원을 향한 사퇴 요구 등 거센 반발도 나오며 파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해공원 명칭을 둔 논란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2월 21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군민의 정서적 측면을 소홀이 해선 안된다’고 언급한 뒤 전 전 대통령이 2021년 11월 23일 타계한 후 2년째 영면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군수가 직접 나서서 전 전 대통령의 유족을 만나 유해를 합천군에 모시자는 제안을 해달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유족들은 고인의 회고록에 언급된 내용을 바탕으로 경기도 파주에 유해 안장을 추진하려 했지만 각계의 반발로 인해 무산 돼 현재까지 서울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군민 모두가 한때 고향 출신 대통령으로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전 전 대통령은 합천출신 대통령이다. 출신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다”며 “역사가 그 평가를 하리라 보며 군민의 정서와 도리를 생각하면서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기자회견 제안 직후 시민단체인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이하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당신을 선출해준 군민들을 부끄럽게 하지 마라. 얼른 사과하고 사퇴하는 것이 그나마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사퇴 압박에 나섰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전두환 유해가 연희동에 머물러 있는 게 못 참을 아픔이라면 이한신 의원 집 마당에 거두기를 바란다”며 “엉뚱하게 군수, 군의원, 합천군민에게 공을 돌리지 말라”고 전했다.
이 의원의 기자회견이 있은 후 약 일주일이 지났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460명 규모로 알려진 ‘합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합사모)’ 측은 이 의원의 기자회견 발언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합사모 관계자는 “유족들의 뜻과 의견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가실 곳이 없는 상황에서 합천에 모시는 건 도리”라고 말하며 이후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협조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에 반해 ‘합천군민운동본부’ 측은 여전히 이 의원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합천군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지난 12월 26일 본지와 가진 통화에서 “여러 시민 단체가 모여 결성된 만큼 회의를 개최해 의견을 물은 후 다방면에 걸쳐 대응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현재 구체적인 안건을 말할 순 없지만 이 의원에 대한 사퇴 요구는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런 시민단체의 사퇴 압박에 대해 “일방적인 요구일 뿐 사퇴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일축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의 공과를 논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최근 전국적으로 흥행 중인 영화 ‘서울의 봄’을 의식한 것이냐“고 기자가 묻자 “전혀 영화를 의식한 것은 아니다. 오직 고향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표성을 띄고 발언한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에 유해를 거론했을 뿐 정치적인 의도도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관내 위치한 합천시네마 기준 영화 ‘서울의 봄’ 관람객 수는 재개관 이후 최대 규모인 2877명(12월 26일 자정 기준)을 기록 중이다.
한편,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함에 따라 내년 개원 20주년을 맞이하게 되는 ‘일해공원’에 대한 명칭 논란도 재조명되고 있다. 앞서 2021년 12월, 해당 공원 명칭을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지명 제정해 달라는 청원이 군 지명위원회(이하 지명위)에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두 차례 결정이 보류되기도 했다. 지명위는 올해 6월이 되어서야 일해공원 지명을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제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으로 부결시키며 ‘주민 참여 기구를 구성해 군민이 원하는 공원 명칭을 정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군은 군 지명위원회 권고에 따라 내년 2~3월부터 제3의 기관 혹은 공론화 추진위를 구성해 지명 제정을 둔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최근 영화 ‘서울의 봄‘ 흥행에 따른 여론과 별도로 10월부터 계획됐던 일이다. 명칭을 둔 갈등과 양분화의 접점을 찾고자 하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지명 제정이 내년에 확정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며 녹록치 않은 절차임을 강조했다.
군 측은 공원 명칭에 대해, 도비 보조사업 공모 당시 군의 사업 명칭이 ‘새천년 생명의 숲’이었으며 공원 개원 시점에 해당 사업명을 따서 가칭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2004년 개원한 뒤 군정 조정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2007년 1월부터 ‘일해공원’으로 불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원 이름을 두고 ‘불리게 됐다’는 등의 표현이 지닌 의미를 구체적으로 묻자 군 측은 즉답을 피하면서 지명위 상 명칭 제정이 부결됨에 따라 사실상 현재 해당 공원 이름을 ‘일해공원’으로 공식 칭하는 것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이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 전 대통령 유해 안장을 두고 군수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에 따라 군 측의 반응도 주목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 의원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이 의원의 제안에 대해 군수가 따로 언급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31년 합천군 율곡면 태생으로 11ㆍ12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냈고 대통령직 퇴임 이후 1995년에 구속 기소되어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대법원 확정: 1997년 4월) 받았으나 1997년 12월 22일에 사면ㆍ복권되었다. 국가보훈처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해 “내란죄 등으로 실형 선고를 받아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현충원 안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