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사건 재판 6개월…‘사기→배임’ 공소장 변경 확정, 이르면 4월 판결
피해자 회사는 금융사 아닌 시행사 명시
피고 측 “애초부터 주장한 것”
군 “피고 혐의 변경 유감, 민사에선 실익 기대”
법원, 시행사 K씨 구속 만료 앞두고 추가 영장 발부
지난 2월 22일, 호텔 사건 관련 시행사 실사주 K씨 등이 받고 있는 형사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이 전격 이뤄졌다. 지난해 8월 31일 공소장이 접수된 후 약 6개월 만이다. 이에 피고 측은 공판 초기부터 주장한 바라는 입장을 내놨고 군 측은 민사 재판에 유리해졌다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검찰에게 공소장 변경 검토를 여러 차례 요청했으며 검찰 측은 지난 2월 2일 재판부에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제출한 바 있다.
이날 공판에서 언급된 검찰의 공소장 변경 핵심 내용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죄에서 배임죄로 피고 혐의를 변경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 회사도 금융사에서 M사로 변경됐다. 변경 전 공소장에는 피고 K씨 등이 금융사를 기망해 돈을 가로챘다는 취지로 사기 혐의가 적용되어 있었다. 공소장 변경에 따라 피해자 회사로 지정된 M사는 군과 호텔 건립 관련 실시협약(MOA)을 맺었던 시행사이며 피고 K씨가 실 대표자로 근무한 곳이다.
K씨 등에 대한 범죄사실 변경 내용을 요약해보면, 피고 K씨 등은 금융사로부터 PF 대출 승인을 받게 되자 피고 K씨가 실 대표자로 있는 M사(시행사)와 피고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십여 개의 회사 사이에 허위 용역계약을 체결해 돈을 송금 받은 뒤 총 31회에 걸쳐 164억 원 가량을 개인 채무를 갚는 등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피고 이익을 위해 사용했고 그에 대한 채무를 M사가 부담하게 해 손해를 줬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피고 K씨 등이 자신의 회사 돈을 일부 빼돌렸다는 얘기가 된다.
해당 사건 진행 흐름을 살펴보면, 당초 군은 K씨 등에 대해 ‘배임‧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고 이후 수사 단계에서 사기로 전환 돼 기소된 형태로 최초 고발 당시 혐의로 되돌아간 셈이다. 다만, 횡령 부분에 대해선 현재까지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공소장 변경이 확정되자 피고 K씨 측은 “애초부터 주장했던 부분이었다. 이 사건은 죄목이 배임이 되어야 하고 금액 자체가 조금 문제가 되는 사건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K씨 측 변호인은 그간 이어진 공판에서 재판부로부터 수차례 공소사실과 관련된 증인 심문을 하란 지적을 받았는데 이 또한 공소장 변경을 염두에 둔 전략이었던 것으로 일부 성과를 거둔 셈이다. 사실상 피고 입장에서 볼 때 사기→배임 혐의 변경으로 인해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형량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될 여지가 있다. K씨 측은 향후 계획에 대해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 단지 실제로 사업에 사용된 부분도 있으니 그 부분이 양형에 충분히 참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군 측은 공소장 변경으로 인해 금융사가 피해자에서 벗어난 구조는 환영하면서도 피고 혐의가 바뀐 부분에 대해선 강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군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돈 문제다. 공소장 변경으로 금융사가 피해자가 아닌 구조가 됐기 때문에 채무를 다투는 민사재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피고 혐의가 바뀐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유감이다. 혐의는 그대로 사기로 유지되고 피해자만 바뀌는 것이 가장 바랐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에서 형사 법리 상 피고 혐의가 사기죄일 경우 피해자는 금융사가 되며 배임죄일 경우 피해자는 피고 자사인 시행사가 되는 구조로 군 측의 바람은 사실상 법리에는 맞지 않다.
군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피고 혐의도 바뀔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군은 피고 혐의 변경이라는 요소를 안고도 민사 재판에 유리하단 해석을 하며 공소장 변경을 염두에 둔 의견서를 형사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군은 호텔 사업 관련해 혈세 유출만은 막겠다며 민사 재판에 전념하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군 측 입장에서 볼 때 ‘실익이 있느냐’이다.
형사 재판에서 공소장이 변경되며 금융사가 피해자 위치에서 벗어났을 뿐 PF 대출 관계에서 금융사가 채권자라는 사실은 그대로이며 누군가는 갚아야할 약 280억 원의 원금과 이자는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다(관련기사, 1월 18일 자 ‘호텔 대출금 누가 갚나…하루 이자만 685만 원 꼴‘). 군이 금융사 등을 상대로 채무가 무효라며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송을 제기했다면, 금융사도 군, 시행사, 시공사 등을 상대로 대출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시 말해, 금융사는 어느 주체든 간에 거액의 돈을 회수 해야만 하는 입장이며 군은 이 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군 관계자에게 공소장 변경 결과가 민사 재판에서 실익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느냐고 묻자 “실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8월 말 공소장이 접수된 이후 6개월째 재판이 이어지며 K씨가 구속만료(최대 6개월) 일인 2월 29일 이후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추가 범죄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 상태로 재판이 이어지게 됐다. 본지 취재 결과, 추가 영장은 지난해 12월 이번 사건과 병합 결정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 관련해 발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K씨 측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당사자 간 합의서가 제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영장이 발부됐다고 하니 조금 의외이긴 하다. 다른 요소도 고려되지 않아나 싶다”고 말했다.
K씨에 대한 횡령죄 적용 여부도 관심사다. 이날 공판 직후 군 측은 검사에게 횡령죄 적용을 서둘러 달라는 취지의 호소를 했지만 검사는 “검토해보겠다” 정도의 짧은 입장을 전했다. 군에 따르면 횡령죄 관련 사안은 현재도 경찰 수사 단계(2월 28일 기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씨와 함께 같은 혐의로 재판 받고 있는 B, C 씨 측은 “가담 정도가 낮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재판부에 보석 신청을 한 상태다.
K씨 등에게 배임죄가 적용된 형사 재판의 다음 기일은 3월 21일이다. 이날 피고 심문 이후 검찰의 구형이 있을 수 있으며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4월 중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는 형법 제355조(횡령ㆍ배임) 또는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일 때 가중 처벌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같은 날 오후에 열린 민사 재판(채무부존재 확인의 소송/원고 합천군, 피고 금융사 등)에서는 군과 시행사 간 맺은 실시협약(MOA)상의 손해배상 책임 등에 대한 해석을 두고 원고와 피고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원고 측은 실시협약의 무효성과 대출 승인 과정의 금융사 과실을 주장했고 피고 측은 실시협약 체결과 대출 실행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단 취지로 반박하며 실시협약 문헌상 손해배상 책임은 사실상 ‘보증’의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 측은 금융사가 대출 서류의 적정성을 검토했다면 K씨 등이 배임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 했고 피고 측은 대출 서류 적정성 검토는 권리이지 의무는 아니란 입장을 강조하며 맞섰다.
양측 변론 과정을 지켜본 거창지원 제1민사부는 관련된 형사 사건이 연동되어 있다며 다음 변론기일을 4월 18일로 정했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