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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사건| 제동 걸린 재판… 피고 측, 대량 사실조회 신청 이어 ‘이득액’ 감액 주장

피고 측 “감액될 돈 더 있다. 양형에 영향”
공판 직전 사실조회 20여 건 신청한 K씨 측
불편 심기 내비친 재판부… “큰 부담 준 것”
검찰 “사기에서 배임 바뀌니 액수 다툼”
공모 혐의 B, C씨 구속 만기→불구속 재판
5월로 미뤄진 검찰 구형… 민사 재판에도 영향

영상테마파크 호텔 관련, 시행사 실사주 등 임원들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죄를 다투는 형사 재판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3월 21일 열린 해당 공판에서 검찰 측의 구형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공소사실에 명시된 금액을 두고 다툼이 새롭게 시작되며 결심공판(구형)은 두 달 뒤로 미뤄졌다. 이 같은 상황은 민ㆍ형사 재판 과정 모두 순조롭지 못함을 의미한다.
앞서 호텔 사건 관련 민사(채무 부존재 확인의 소/ 원고 합천군) 재판부는 지난 2월 22일, 민사 사건이 형사 사건과 연동되어 있음을 언급하며 “형사 재판이 마지막 기일을 앞두고 있다. 3월 21일 피고 증인 심문이 있고 순조롭게 진행되면 4월에 판결이 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민사 재판 향후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으로 형사 판결 즈음해 민사 재판을 이어갈 계획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정해진 민사 재판 다음 기일은 4월 18일이다. 현재 거창지원에서 열리고 있는 호텔 사건 관련 민ㆍ형사 재판의 재판장은 동일 법관이다.
이날 공판은 이미 계획됐던 피고 3인에 대한 증인 심문부터 이뤄졌다. 검찰은 가장 먼저 시행사 실사주 K씨를 증인석에 앉혔고 호텔 사업을 벌이게 된 경위, PF대출 체결 과정과 쓰임새 그리고 함께 재판 받고 있는 피고 B와 C씨에 대한 연관성 등을 심문했다. K씨는 호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경위에 대해 “2020년 6월 경 영상테마파크 내 한옥 숙박 시설을 (계열사가) 시작하면서 합천에 오게 됐고 (당시) 군 관광진흥과 직원들과 얘기해서 그렇게 (호텔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K씨는 대출금을 다른 용도로 쓴 부분은 일부 있지만 호텔 사업을 하는 건 문제없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이어갔다.
검찰이 허위용역계약서로 받은 대출금을 다른 곳에 쓰면서도 호텔 사업은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는 K씨의 말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자 K씨는 “필요한 자금은 다른데서 충당이 가능하다”며 “참작해 주십사 하는 부분, 먼저 쓰고 채우는 식이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씨는 같이 재판 받고 있는 피고 B와 C에 대해, 사업 동반자였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범죄 관련성에 대해선 대부분 자신의 지시와 결정에 따라 진행된 것이고 내용을 알고 있더라도 상식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범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어진 B와 C에 대한 증인 심문에서 이들 역시 K씨 진술과 비슷한 맥락으로 진술해 K씨의 증언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공소사실 상, 피고 B와 C, 그리고 피고 K씨는 공모해 피고 관련사들과 허위계약서를 체결한 뒤 이를 이용해 대출금을 받아 개인채무 변제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의 심문도 이어졌다. 재판부가 “호텔 짓는 돈을 다른데 다 써서 잠적했던 것 아니냐”며 잠적 사유를 묻자 K씨는 다른 사업체 인수 관련 문제로 인해 잠적한 것이었다며 “호텔 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합천 호텔 건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선 공소장에 명시된 피고가 취득했다는 금액을 두고 피고 측의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피고 B씨 변호인은 이전 공판 과정에서 출석한 증인의 진술 이후 금액에 변동이 생긴 것을 근거해 감액할 수 있는 항목이 더 있고 피해금액은 양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증인 심문을 시작했다. 실제로 사기죄에서 배임죄로 공소장이 변경될 당시 앞서 출석한 특정 증인 진술을 토대로 피고가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금액이 약 169억 원에서 164억 가량으로 일부 조정된 바 있다. B씨 측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경찰의 금융분석자료 중 범죄 수익금으로 추산된 금액이 약 88억 원이며 이 또한 사건과 무관한 돈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어 더 감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고 측은 관련법을 근거로 감형을 위해 범죄 수익금을 낮추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배임죄에 대해 취득하게 된 이익의 가액에 따라 처벌 수위를 구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이처럼 이득액에 따라 무기징역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양형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피고 측의 주장은 또 있다. 이날 공판 직전 시행사 실사주 K씨 측도 20여 건에 달하는 사실조회신청을 추가로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K씨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 사업에 쓰인 부분도 있다. 양형에 충분히 참작될 것 같아서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재판부는 K씨 측의 대량 사실조회신청에 대해 “지나치게 늦게 신청, 큰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 뒤 “검토 후 필요하면 채택할 것, 채택 후 회신 온 것만 변론하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기도 했다. K씨 측은 또 K씨에 대한 추가 심문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의견서로 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공판은 두 시간을 훌쩍 넘기며 마무리됐다. 재판장은 증인 심문을 마치며 검사에게 “종결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검사는 “공소사실이 사기였을 땐 액수에 큰 다툼이 없었는데 배임으로 바뀌며 액수를 다투고 있다”며 “관련 자료 제출할 것이 있으면 보고 난 뒤 결심(공판)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호텔 사건 재판이 사기에서 배임을 다투는 형국으로 바뀐 뒤 정체되는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한편, 피고 B와 C는 구속 기간 만기(1심 최대 6개월)로 석방돼 불구속 신분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향후 있을 공판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면서 석방 되더라도 공판에 반드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피고 K씨는 지난 2월 말 근로기준법 위반 관련해 추가로 영장이 발부돼 여전히 구속 상태로 다음 공판에 출석한다. 다음 공판은 5월 23일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