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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년 만에 최초… ‘2파전’ 접하는 합천 유권자들

김기태 vs 신성범
1948년 국회의원 선거 시작 후 합천엔 처음 있는 양자 대결
조용한 선거… 투표율에 이어 득표율도 영향 받나
지난 총선 ‘보수텃밭’ 재증명 해석 多… 무당층 영향 의견도
선택지 ‘확’ 줄어든 총선… 주목되는 숨은 표심

*본 기사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부여된 ‘전국 통일 기호’ 순을 기준해 작성 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김기태 후보(기호1)와 국민의힘 신성범 후보(기호2) 두 사람만 후보자에 등록하며 2파전 구도 속에 본격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이번 선거는 합천 유권자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1948년 제헌 국회를 구성하기 위해 시작된 국회의원 선거 이후 합천 유권자들에겐 최초로 단 두 명의 후보 중 한 명을 가리기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 선거다. 합천군은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 선거구에서 거창군 다음으로 많은 유권자 수를 보유한 지역이다. 특히 지난 총선 당시 보수 성향의 후보 2명을 포함해 총 후보자 수가 7명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선거에 단 두 명이 경쟁하게 되면서 이른바 무당층의 기류가 어떻게 작용될 것인가도 주목받고 있다.
앞서 두 후보 모두 각 당의 단수공천을 받았고 후보자 등록 첫날인 3월 21일 후보 등록을 마치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동일하게 부여받았지만 시기적으로 볼 때 출발점은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기태 후보는 지난 3월 1일 출마 소식을 알리고 사흘 뒤인 3월 4일에 예비후보에 등록했고 이튿날 단수공천 결정이 났으며 약 일주일 뒤 기자회견(3월 11일)을 통해 공식 출마를 선언했었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 신성범 후보는 올 초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 선거구에 가장 먼저 예비후보에 등록한 뒤 1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출마를 선언했고 2월 17일에 단수공천이 결정된 바 있다.
다소 늦은 출마 소식을 전한 더불어민주당 김기태 후보는 현 정권과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에 앞장서겠다며 “고향 합천을 지키겠다”고 말했고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던 국민의힘 신성범 후보는 8년간의 야인 경험을 활용해 “지역을 바꾸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두 후보의 선거사무소 외부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물결치고 있다. 선거사무소 외벽 대형현수막을 통해 김 후보는 “고향을 살릴 사람!”, 신 후보는 “거대한 변화, 막강한 일꾼”이라는 슬로건을 소개하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통해 확인되는 두 후보의 공직선거경력이 눈에 띈다. 김 후보는 합천군의회의원 선거 세 번, 군수 선거 두 번 등 모두 합천 지역 지방선거에 출마해 한 번의 군의원 당선(1998년, 무소속) 경험이 있다. 반면 신 후보는 합천군이 편입되기 전인 산청ㆍ함양ㆍ거창 선거구 18대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바 있다.


한 선거구(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에 단 두 명이 도전한 만큼 총선을 코앞에 두고도 지역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지역 정가에선 상대적으로 조용한 선거 분위기가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득표율을 두고도 묘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두 명의 보수 성향 후보를 포함해 일곱 명의 후보가 나섰던 지난 21대 총선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 선거구 투표율은 전국 평균인 66.2%보다 약 6%가 많은 72.6%를 기록했었다.
이번 총선(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에 단 두 명만이 후보로 나선 관계로 유권자들의 선택 과정에 불필요한 피로감을 주지 않는 등 비교적 단조로운 구도가 만들어진 건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경찰이 발표(3월 18일)한 전국 선거사범 통계(676명)에서도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 선거구는 단 1건의 신고 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 돼 상대적으로 조용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합천읍에 거주하는 50대 유권자 S씨는 “결과라는 것이 투표를 해야 나오는 것인데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찍겠지’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면서 “투표율이 떨어지면 누가 이겨도 득표율 차이가 덜 날 텐데 당선 뒤 입지에도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최근의 기류를 전했다. 투표율도 문제지만 그에 영향 받을 수 있는 득표율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 선거구는 경남 내에서도 보수 성향이 짙은 선거구로 꼽힌다. 최근 치러진 총선의 객관적인 결과를 살펴보면, 합천이 편입되기 전인 산청ㆍ함양ㆍ거창 선거구 18대 당선 득표율은 55.05%(신성범,한나라당), 19대는 46.22%(신성범,새누리당)였고 합천이 편입된 뒤인 20대 당선 득표율은 62.67%(강석진,새누리당), 21대는 42.59%(김태호,무소속)였다. 특히 21대 총선 결과, 보수당 공천(강석진)은 곧 당선이란 공식을 깨며 무소속이었던 김태호 후보가 당선 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김태호 후보(무소속, 42.59%)와 강석진 후보(36.47%)의 합친 득표율이 79%를 넘었다며 ’결국 보수텃밭‘ 지역임을 재증명 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당 보단 인물을 찍었다는 해석과 무당층이 가세된 결과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는 보수ㆍ진보 할 거 없이 거대 양당 선택을 꺼려한 무당층 즉, 숨은 표심이 움직인 결과라는 해석에 따른 것인데 이 논리에 따르면, 거대 여야의 두 후보로만 압축되며 선택지가 두 곳 뿐인 이번 총선에선 무당층 효과가 미미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무당층은 특정 정당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을 총칭하는 말로 조용한 선거보단 치열한 구도에서 특수한 영향에 의해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보수 vs 진보, 진보 vs 보수의 명확한 대진표로 인해 투표를 포기할 수 있는 상황도 초래될 수 있다는 얘기다.
60대 유권자 P씨(합천읍)는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서도 나서야 할 곳엔 나서는 부류가 있었다”며 “선거철인데도 분위기가 너무 조용해서 그런 사람들이 움직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무당층은 적극적 지지 세력과는 거리가 있는 소극적인 유권자로서 ‘조용한 선거‘일수록 존재감이 낮기 마련이다. 분명 힘을 얹을 수 있는 존재지만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이탈 할 수도 있다.
무당층은 거대 여․야당 선택을 꺼려 한다고 하지만 선택을 해야 할 경우는 정치 성향이 작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8대 총선부터의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보수 성향의 유력 후보가 한명인 경우보다 두 명일 때 보수 합산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를 두고 무당층이 가세된 결과란 분석이 나온 것인데 실제로 유력 보수 후보가 한 명이었던 20대 총선(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은 투표율과 득표율 모두 60% 초반 대에 그쳤지만 보수 성향의 두 후보가 나온 21대 총선에서 보수 합산 득표율이 79%(투표율 72%)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무당층은 정치 성향을 보인다‘는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보수합산 득표율이 86%를 넘겼지만 50% 중반대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한 18대 총선 결과를 놓고 봤을 때 무당층 효과가 투표율 측면에선 반드시 영향을 주는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선거 당시 정치적 분위기와 후보 성향에 따른 여러 가지 복합적인 작용이 이뤄지므로 무당층 효과를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누가 무엇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받을지에 따라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무당층 특성 상 사전 분석이 불가할 수도 있다. 굳이 따지자면 선거 이후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들을 잠재적인 무당층으로 구분할 수 있는 정도다.

단 두 명의 경쟁 후보…
1948년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된 후 처음 겪는 합천 유권자들


합천군 유권자가 이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 명의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한 경우는 1948년 제헌 국회 구성을 위해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다시 말해, 처음 겪는 특수한 상황인 것이다. 합천군민은 인구수에 따라 정해지는 선거구 특수성으로 인해 다양한 선거구를 경험해왔다. 1973년 제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합천군이 포함된 제5선거구(의령ㆍ함안ㆍ합천)에서 두 명의 후보가 출마해 무투표로 모두 당선된 사례는 있지만 이번 선거처럼 두 명의 후보를 두고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는 합천군민에겐 최초의 일이다. 후보가 여권과 야권을 대표하는 두 당에서 배출한 인물로 한정된 점, 같은 성향의 복수의 후보가 없다는 점, 양자 대결 구도를 접해보지 않았던 합천 유권자라는 점 등 이런 요인들이 합쳐지며 합천의 투표율과 득표율 그리고 무당층 효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3월 26일 기준)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 선거구 선거인명부 상 전체 유권자는 15만 4939명이며 합천군 유권자는 3만 8095명으로 거창군 다음으로 큰 규모다. 이는 합천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투표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지역 정가에선 벌써부터 투표율이 낮을 것을 예상하며 각 후보들이 무당층을 비롯한 유권자들을 상대로 어떤 전략을 가지고 공식 선거운동에 나설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각 후보들 역시 다양한 해석과 함께 투표율에 따른 득표율 계산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특정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는 이들 조차도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 득표율 차이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경우 그 이후의 대처 상황까지도 내다보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어 당선 이후의 입지 문제까지도 고려하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이처럼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엔 투표율과 득표율에 대한 우려를 하면서도 큰 이변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무당층이 존재하더라도 대부분 보수 성향을 보였다는 해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총선에서 합천군의 경우 60대 투표율은 80%를 보인 반면 2030세대 투표율은 60%에도 못 미쳤다는 결과와 젊은 유권자는 진보, 나이든 유권자는 보수적 성향을 보인다는 ’연령효과‘를 대입시켜 ’이번에도 보수‘라는 분석을 한 것이다. 이번 총선 유권자 연령 분포를 살펴보면, 합천의 경우 60대 이상 유권자 수는 2만 3천 명 대로 전체 유권자 수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같은 선거구로 묶여 있는 다른 군도 고령자 비율이 탁월하게 높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아직은 ‘조용한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 선거구에서 “국힘 깃발만 들고 나오면 당선”이라며 불명예를 벗어던지자는 김기태 후보와 “‘공천=당선’은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투표일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성범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4월 10일, 얼마나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을지, 사방이 차단된 투표소에서 두 명의 후보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를 본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