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거린 합천, ‘4만 7천이 있었다!’… 8년 전 인구와 흡사
역대 최대 참가 벚꽃마라톤… 지역 상권 문전성시 “합천도 살만 하네”
10년 전 무너졌던 5만 인구… 3만 시대도 초읽기
파격 출산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생아수 내리막
인구 4만 사수하겠다는 군 “올해 귀농ㆍ귀촌 1,000명 목표”
13,102명이라는 역대 최대 참가자 기록을 세우며 제23회 합천벚꽃마라톤대회가 막을 내렸다. 군민 참여자 수 보다 관외 참여자(6570명)가 더 많았던 지난 3월 31일, 합천군에 밀집된 사람은 약 4만 7천명을 넘어섰고 활짝 피어난 벚꽃과 함께 모처럼 활기에 넘쳐났다.
이날 합천읍 주요 식당가는 대기표 없인 밥 구경도 못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H씨는 “이런 날만 계속되면 자영업자에게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며 “몸은 피곤했지만 줄 선 손님들을 보며 합천도 살만하다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제23회 합천벚꽃마라톤대회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유명 연예인이 참가하는가 하면, 가수 안성훈 씨를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위촉식도 있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라톤 참가자들이 거리를 꽉 채웠던 만큼 그들이 떠난 4월의 합천군은 벚꽃이 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휑한 분위기다.
서울대 공동출연법인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최근 전국 229개 시ㆍ군ㆍ구를 대상으로 도시체력 관점에서 분류한 결과 합천군 등 55곳을 고령층이 비대한 역삼각형 인구구조인 ‘체력고갈도시’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이는 출생률, 유소년 인구 등의 비율이 낮고 빠르게 감소하는 곳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인구사회, 산업경제, 물리환경 등을 고려해 도시 지속가능성 지수를 산출한 결과는 합천군이 꼴찌였다고 한다.
또 다른 조사에선 합천군이 지역 소멸 고 위험 단계에 해당하며 수치로 환산한 소멸위험지수는 경남1위. 전국4위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인구 혹은 지역 소멸 문제에서 합천군은 매번 거론되는 자치단체가 되어버렸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군의 인구는 3월 말 기준 4만 956명(세대수 23,945)을 기록 중이다. 마라톤 대회 날처럼 합천군에 4만 7천명 이상이 실제 거주했던 시기는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관내 주민등록인구수 5만 명은 10년 전인 2014년을 기점으로 무너졌었고 이후에도 줄곧 마이너스 인구증감률을 기록 중인 객관적 지표는 올해 안에 3만 대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게다가 10세 이하 인구는 1113명으로 전체 인구의 2.7%에 불과하며 이에 비해 60세 이상 인구는 2만 3천 명 대를 기록 중이다. 이런 고령화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추세지만 농촌 지역인 합천군은 유독 심하게 드러나고 있다. 국제연합(UN)이 보는 초고령사회 기준인 ‘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은 이미 진입한지 오래다. 지난 2021년 10월, 합천을 비롯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했던 행정안전부 측이 이듬해 9월 군 인구소멸대응 관련 정책 간담회에 참여하자 우려 섞인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인구 내리막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군은 출생아수 100명대가 무너지자 경남도 내 최고 수준의 산후조리비용(300만 원/2022년) 등 파격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이후 1년 뒤 집계된 출생아수는 62명에 불과했다.
지난 1월, 군은 출생아수가 역대 최저치로 하락하고 자연감소(사망)가 매년 급증하는 등 날로 심각해지는 인구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방소멸 대응 추진단’을 가동시켰다. 이선기 부군수(단장)는 “모든 정책의 최종 목표를 인구문제에 중점을 두고 인구감소 위기 대응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3월 28일에는 ‘4만 인구 지키기’에 나선다며 올해 귀농‧귀촌 인구 목표를 1,000명으로 잡고 유치‧홍보에 나설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김윤철 군수가 취임 후 강조해 온 재외향후 귀향 유도 정책을 강화해 4만 인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합천군 귀향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상반기 중 제정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군수는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구 현상 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라 4만 인구 사수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입 인구 증가를 위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라때’의 감성은 있다. 한때 19만 명이 넘었던 군 전체 인구수를 왜 지키지 못했는지 과감하게 따져봐야 한다. 군민들은 지난 3월 31일의 북적임이 익숙해지길 바라고 있다. 인구 문제도 빈익빈부익부의 논리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더 많아진단 의미이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연 군의 행정력이 인구 4만을 지켜내고 인구ㆍ지방소멸을 막아낼 수 있을지 군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