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오피니언)칼럼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정치를 배워야 한다

이성동
논설위원

북한의 4차에 걸친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실험은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즉 사드(THAAD)의 국내 배치는 북한의 핵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고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정부와 군 당국이 마땅히 해야 할 대응 전략이다.
그러나 군 당국이 지난 7월 13일 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 지역을 사전에 지역주민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 없이 성급하게 발표한 것은 정부의 비밀주의에 의한 졸속처리로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아내는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전략적 판단으로 사드배치 최적지로 경북 성주를 낙점한 것으로 본다. 군사적 효용성이란 유사시 북한의 위협을 최소화하면서 방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위치로서, 주한 미군과 한국군 통합사령부가 있는 계룡대와 전 국토를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가장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수도권 지역에 대한 북한의 공격은 미군이 보유한 전방의 패트리엇트 미사일PAC-2/3 방공 시스템으로도 방어가 가능하다고 보고, 사드 배치지역을 후방지역인 성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성주 군민에 대한 사전 설득과정과 이해를 구하지 않았던 것은 군 당국과 정부정책의 오류로 볼 수밖에 없다.
성주 군민들은 사드가 이 지역에 배치되면 사드 레이더의 전파방출로 인체에 영향을 받는다는 항간에 떠도는 말에 현혹되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레이더 전문가인 ‘사토 도루(佐藤亨)’ 교토대 교수는 지난 7월 15일 “전문가들과 모여 논의한 끝에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휴대전화만큼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우리나라 유수의 언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평양 괌 기지의 사드포대 레이더의 전자파 측정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 전자파 인체보고 기준치 수준이었음이 확인 발표됐다.
정부와 군 당국은 이러한 실험을 사전에 측정하고, 측정 결과가 인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을 성주군민에게 충분히 납득시키고 동의 절차를 밟았다면, 성주군민들의 반감을 크게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조치가 아무리 잘못되었다 해도 주민설득을 위해 해외순방 중인 대통령을 대신하여 성주지역을 찾아간 총리에게 폭력적 행동을 가하고, 6시간 30분이나 차 안에서 곤욕을 치르게 한 것은 민주 시민다운 자세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파란리본을 가슴에 달고 지난 7월 20일 상경시위를 벌인 성주군민의 집회는 이제까지 거의 볼 수 없었던 가장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시위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의 뜻이 시위를 통해 정부에 합법적으로 전달되고, 정부는 이를 수용하여 정책에 반영하거나 안 되면 협상을 통해 납득시키며 국민과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성주군민의 뜻이 무엇인지 겸허히 경청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사드는 전략 전술적으로 가장 적합한 곳에 배치되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두고 정치인은 이를 정치쟁점으로 삼지 말아야 하고, 지역주민들도 우리지역만은 사드가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주권을 보호하는 국가방위는 너와 내가 없고, 내 지역, 네 지역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런 때 일수록 정부와 군, 그리고 정치인들은 투철한 사명감과 애국심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한 목소리로 지역주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성주군민들도 사드전자파가 인체와 농작물에 영향이 없다면, 겸허히 이를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가의 대프로젝트를 수용하는 성주군민에게 대통령의 약속대로 이 지역발전을 위한 대가(代價)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발원지인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소통되는 광장으로 아테네의 전성기에 시민들이 이곳에 모여 중요한 정치사안을 자유롭게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도 이곳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연설을 했다. 주민의 의견을 현장에서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치였던 것이다. 사드의 성주지역 배치는 이처럼 정부나 군 정책 담당자가 사전에 이곳에 찾아가 사드 배치의 지역 안전성과 전략적 가치를 주지시키고 동의와 협조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다면, 성주 군민의 정서가 그렇게 분노로 폭발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에 의한 정치, 국민의 정치는 표방에 그쳐서는 안된다. 우리 정치인들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정치를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