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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린 민둥산 – 변명규

세월은 도둑으로 사는가
몸도 마음도 자꾸만 훔쳐가
삼단 같단 머리카락
간 곳이 없구나

눈 서리 머리카락 타고
가슴으로 내려앉고
살을 앗긴 여윈 다린
앉을 곳만 찾는다

얄미운 그놈의 세월
검은 머리 눈산 만들더니
그것마저 탐을 내
밤마다 훔쳐 가고
머리 위엔 민둥산 앉았다.

출가한 스님이든가
불탄 산등성이든가
찾는 이 없는 텅 빈 산
외로움만 씹고 있다

바람같이 구름같이 흘러
몸도 마음도 서산에 기울고
황혼 몸뚱이 어렵사리 세워
남은 생 민둥산과 동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