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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면 양산마을 침수… 주민들 “100% 인재다”

수해 원인으로 지적된 고속도로 공사 임시도로
하천점용허가 당시 설계보다 4m↑… 군 “수해 중점 사안”
한국도공 측 “추가 성토, 승인 안했다”… 시공사 측 “잘 모르는 일”
행안부 감사팀 급파… 인허가 과정 집중 조사
군, 피해주민 보상 절차에 전념…

침수 흔적이 역력한 양산회관
물에 잠겨 고장 난 보일러를 쳐다보는 피해 주민

대양면 양산리 양산마을 일대 수해 피해를 두고 100% 인재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취재결과 수해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고속도로 건설 공사용 가도(임시도로)가 하천점용허가 당시 설계 기준보다 수 미터 이상 높게 설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하천점용허가 관련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군에 감사팀을 급파했다.
군은 지난 5월 5일 자정 무렵 호우로 인해 고속도로 공사(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창녕 제 7공구)가 한창인 대양면 양산마을이 침수됐다고 밝혔다. 신고(최초 신고 밤 11시 39분)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 등에 의해 자정이 지난 6일 새벽 마을주민 구조작업이 벌어졌고 순차적으로 40명이 구조됐다. 소방당국(수해발생 상황보고)과 군에 따르면 당시 출동 인력만 해도 소방 59명을 포함 201명에 달했으며 사망 등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택 30동과 농작물 3.4ha(침수)와 시설하우스 1.2ha(7동/ 반파) 등 재산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피해 내역은 확정된 내용은 아니며 손해사정 조사 등을 통해 현재도 집계 중이다.
군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수해 발생 당시 스스로 대피한 주민을 포함해 총 55명이 대피했고 5월 8일 10시 기준 18세대 28명이 집에 돌아가지 못해 친환경문화센터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해 피해로 최대 1.5미터 가량 물이 찬 주택도 있었으며 피해 가옥들에 대한 전기, 도배장판 등 생활 시설 복구가 진행 중이라 이재민들의 대피소 이용 기간은 다소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수해 발생 사흘째인 5월 7일 오전 현장을 방문했다. 마을을 덮쳤던 흙탕물은 대부분 빠진 상태였지만 곳곳에 수마의 흔적은 역력했다. 십 수 명의 소방‧경찰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과 행정안전부, 경남도, 군 공무원들이 상황을 공유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 차려진 재난현장지휘본부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주민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사태 수습 절차와 방법을 논의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대화로 보긴 힘들었다. 외지에 살며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 농민은 하우스가 물에 잠길 당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마을 관계자와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마을 골목골목 주택 담벼락마다 어른 무릎 높이 이상 차오른 물 자국이 선명했고 피해 주택 대문에는 출입금지 문구가 적힌 노란색 띠(폴리스 라인)가 묶여 있었다.
8년 전 양산마을에 들어와 주택을 새로 짓고 살고 있다는 최인식(46) 씨는 수해의 끔찍한 기억을 기자에게 떠올려줬다. 최 씨는 마당보다 집을 높게 지어 집 안으로 물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보일러실 등은 모두 잠겼고 승용차와 트럭 등 두 대의 차량이 침수 돼 수 킬로미터 거리의 초‧중학교를 다니는 자녀들의 통학도 힘든 상태라고 했다. 게다가 이번 수해로 마당에서 키우던 반려견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잃었다며 연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최 씨는 “아이들이 당장 이사 가자고 한다. 날벼락을 맞은 기분, 보상을 떠나 우선 온수를 써야하니 자비로 보일러부터 고칠 예정이다”라며 “고속도로 시공사가 물이 지나는 길을 막아서 일어난 일이다. 하천에 댐을 만든 꼴, 100% 인재”라고 강조했다.
본지가 만난 양산마을 주민들은 이번 수해가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하천 물길을 막아 생긴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경남도는 침수가 발생한 지난 5월 5일 자정 기준 합천군의 강우량(59.6mm/ 군 추산 62mm)이 경남 평균 강우량(86.1mm)에도 못 미친 수준이었다며 고속도로 건설 공사 시 설치한 가도가 유속 흐름을 방해해 하천이 월류 됐고 마을 침수가 발생했다는 입장이 담긴 보도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군 역시 이번 수해 원인을 마을 인근에서 벌이고 있는 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창녕간 건설공사(제 7공구)의 교량 가설용 가도로 인해 통수단면이 부족해 ‘아천’이 월류 하며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해당 고속도로 구간은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해 두산에너빌리티(주)가 시공하고 있는 현장이다.

가도(임시도로) 아래 매립된 지름 1m의 가배수로 5개


주민 최 씨가 비유한 ‘댐 꼴’이란 것은 시공사 측이 설치한 가도를 의미한다. 한국도로공사 합천창녕건설사업단 측은 고속도로 공사 추진에 따른 가도 및 교각 설치를 목적으로 지난 2022년 1월 하천점용허가 신청을 했고 군은 이를 허가했었다. 사실상 가도는 흐르는 하천을 막고 설치가 되어야 하는 구조다. 해당 가도가 설치되는 구간의 하천 폭은 약 70미터로 파악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허가 당시 설계도면에는 지름 1미터의 가배수관(파형강관) 3개가 매립되고 가도의 높이는 1.5미터로 되어 있다. 즉, 설계도면 상 가도는 가배수관 위로 50cm만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수해가 난 뒤 육안으로 확인되는 가도 하단에는 지름 1미터 배수관 5개가 매립되어 있었고 높이는 가배수관 지름의 3~4배가 더 쌓여 있었다. 가배수관의 길이는 96m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배수관이 토사 등의 이물질로 막혀있는지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군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가배수관이 기능을 못하면 가도 위로 물이 자연적으로 넘쳐서 흘러가야 되는데 가배수관 위로도 4미터 이상 쌓인 가도로 인해 물길이 막힌 것으로 본다. 이번 수해 중점 사안이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가도가 설계도면 보다 높게 쌓인 이유로 “고속도로 교각 상판을 적치하고 크레인으로 작업을 하려다 보니 높이를 높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엄청난 무게의 고속도로 상판을 들어 올리는 대형 크레인 작업을 위해 가도를 높여 단단히 하려했다는 것인데 결국 높아진 가도의 벽을 넘지 못한 하천 물이 마을을 덮쳤다는 게 군의 해석이다.
이처럼 가도(임시도로) 설치 내용이 포함된 하천점용허가 내용은 이번 수해의 핵심 화두로 거론되고 있다. 수해 현장을 다녀간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하천의 목적을 무시하고 둑을 쌓으면 물이 어디로 흘러가겠나, 이런 허가를 내주는 관청이 어디 있냐”며 공사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감사위원회에 조사를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앙 부처의 움직임도 신속‧예민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8일 하천전용허가 관련 문제가 없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감사팀을 군에 급파했고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해당 가도(임시도로)는 2022년 1월 허가를 득한 이후로 설치-철거-설치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5월에도 같은 마을에 물이 넘쳐 농경지 일부가 침수됐고 이후 가도는 철거됐지만 올해 3월 다시 설치된 뒤 이번 사태가 발생됐다. 군은 지난 3월 11일 한국도로공사 측에 안전조치 관련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군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해당 공문에 우수기 전(5월 15일) 시설물(가도)을 철거하고 하천점용 내용을 점검하란 내용이 담겼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공문을 보내기에 앞서 3월 3일(일요일)에 현장을 방문했지만 가도의 높이를 인지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하천점용허가 기준과 다른 점을 확인하거나 지적한 부분이 없냐고 재차 묻자 “설계 도면과 비교해 상이한 부분을 확인하진 못했다. (가도 높이 등 점검 등은) 전수 점검하라고 공문을 보냈으니 발주처(한국도로공사)가 할 일 아니겠나”라며 “가배수관이 부실해 보였고 현장 관계자에게 모자라지 않겠냐는 내용은 전달했고 5월 말에 전면 철거를 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측이 하천점용허가를 받을 시점의 설계도면과 실제 설치된 가도는 분명 차이가 있다. 구간에 따라 4미터 이상 높게 쌓인 문제의 가도는 이번 수해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허가 사항과 다른 가도(임시도로)가 어떻게, 왜 설치된 것인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측과 시공사 측에 문의한 결과, 한국도로공사 측은 “추가 성토로 도면과 상이하게 시공된 사항에 대해 사업단(한국도로공사 합천창녕건설사업단)에서 승인한 사항은 없다”라고 밝혔고 시공사 측은 “자세한 스토리는 잘 모르겠다. 우리 도면에는 (가도 높이가) 2점 몇 미터인데 1.5미터는 어디서 나온 얘긴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시공사 측은 현재 가도에 적치되어있는 고속도로 상판(거드)을 5월 22일까지 설치한 뒤 곧바로 가도를 철거한다는 계획을 공식화 하고 있다.
군은 하천점용허가 당시 허가 조건으로 ‘설계도서 대로 시공하여야 하며 변경 사항이 있을 시에는 별도 변경 협의를 받아야 한다’와 ‘공사 시행으로 발생되는 제반 피해에 대해선 피허가자(한국도로공사)가 해결해야 하며 민‧형사상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군은 허가 사항과 다른 구조의 가도가 설치됨에 있어 한국도로공사나 시공사로부터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허가 내용과 다른 가도 설치에 대해 발주처의 지시 사항이었는지 시공사의 임의 판단이었는지 등 가도를 둘러싼 의혹은 관계 기관들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군은 하천점용허가 관청의 이후 관리감독 의무가 어디까지인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행안부 감사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여 진다. 일각에선 허가 내용과 확연한 차이로 설치된 가도가 가장 큰 문제겠지만 군이 현장 조사 등을 보다 면밀히 하고 문제 확인 시 허가 취소 등의 강제 행정 절차를 밟았다면 인재를 막을 수 있었지 않았겠냐는 다소 아쉬움이 담긴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해 피해 보상 관련해선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가 주축이 돼 시공사와 함께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군이 피해 주민과 해당 고속도로 공사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시공사 관계자 등을 불러 긴급 개최한 복구대책 방안 모색 회의(5월 7일, 군 소회의실)에서 도공과 시공사 측은 이번 수해 사태의 책임을 지고 피해 입은 주민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