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고향에 띄우는 편지
문경자 논설위원
병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멀리 떠나와 살면서 새해가 되면 그리운 고향을 떠올리는 것은 누구나 같은 마음이라 여겨집니다. 합천은 물 맑고 인심 좋은 곳. 합천사람들의 사랑이 살아 숨 쉬는 곳.
합천의 구수한 사투리가 얼어 붙은 마음까지도 녹여 주는 장작불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직도 내 친구들은 서울말을 한답시고 “깅자니이”하고 내 이름을 부르며 제법 익숙하게 안부를 전합니다. 얼마나 다정하고 꾸밈없는 말인지 그저 웃음만발입니다.
고향에 가끔 갑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합천 행 버스를 타고 차창 밖을 보며 달려가는 마음도 무척이나 즐거운 일입니다. 차 안의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없어도, 그리고 마주하고 웃지 않아도 진한 향수는 내 어깨 위에서 노닐고 있습니다. 합천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발끝이 저절로 가벼운 나비가 되어 고향으로 날아 갑니다. 고향은 어머니의 젖줄입니다. 향기가 묻어나는 꽃과도 같습니다. 터미널은 늘 조용한 듯이 보여지지만 그 곳에 잠깐만 앉아 있으면 참말로 포근합니다. 어르신들의 웃음소리, 온 동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사돈끼리 안부를 전하며 웃는 모습은 어디 도시에서 그런 것을 찾을 수가 있겠어요. 그래서 고향에 오면 저절로 그저 웃음만 입가에 번집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어디 가십니꺼? 하고 다정하게 물어 보십니다.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 모두가 내 자식이라 여기며 염려해주시는 고향은 언제나 푸근함을 느끼는 곳입니다. 그래서 고향은 평생을 두고 이야기해도 못다한 첫 사랑과도 같은 애틋한 사랑이 피어나는 곳입니다.
고향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 드립니다.
제가 무슨 말로 표현을 해야 할지 그 언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지난 한해는 제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버지! 세상을 떠나시고 슬픔에 잠겨있을 때 고향 분들이 찾아와 위로해 주셨지요. 멀리 합천에서도 따듯한 정을 너무 많이 보내 주셨습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합천을 다녀 오기도 하고 병석에 계실 때도 고향이야기만 나오면 신나 하던 모습이며 외나무 다리 노래를 유난히 좋아했지요. 복사꽃 능금 꽃이 피는 내 고향/만나면 즐거웠던 외나무다리~ 황강 백사장에서 씨름하던 시절, 제자들과 지냈던 시절 그리는 마음을 이야기하며 신나 하던 아버지 모습만 가슴 한 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합천신문을 통하여 여러분들과 만난 것도 큰 행운입니다. 박황규사장님께 감사 드립니다. 수필로 등단을 하고 수필집을 내고 자랑스러운 합천인상 공로패를 받은 것도 합천사람으로 태어난 덕이라 여깁니다. 지금까지도 수필집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합천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독서의 한 몫을 꾸준히 하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책 제목처럼 사람들은 실컷 떠들어 놓고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지요. 그래서 한참 웃곤 합니다. 어디에서나 만나면 격려와 사랑으로 안아주며 웃음으로 반겨주시던 고향 분들께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전합니다.
한국산문 작가 협회 회원들도 저에게 합천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꼭 한 번 가봤으면 좋겠다고요. 합천에 가서 기를 받아 좋은 작품을 쓴다고 야단입니다. 여건이 되면 고향구경을 시켜줄 예정입니다. 그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 진답니다. 합천이 최고예요.
며칠 전 미국에서『한국산문』에 실린 글을 읽고 메일까지 보내 왔어요. 글 쓰는 보람도 느꼈습니다. 국내 외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고향의 모든 분들께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구정 설 연휴도 잘 보내시고 집집마다 행복과 희망 기쁨이 가득가득 쌓이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