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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책임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 이호석 수필가

지금 우리 합천에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300억 원이 넘는 공금을 사기당하고도 미안해하거나 책임감을 가지고 죄송스러워하는 사람이 없고 사과 한마디 하는 사람도 없다. 군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바로 영상테마파크 안에 호텔 건립을 추진하다가 중단된 사건이다. 군민의 한 사람으로 염치없는 이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군정의 수준이 대외적으로 웃음거리가 된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하고 앞으로 우리 군이 이 사건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합천군에서는 PF대출이니 뭐니 하면서 발주 기관인 합천군에서도 모르게 돈이 지출되었다고 하지만, 어떠한 변명으로도 군민을 설득할 수 없는 일이다. 발주처에서 공사 진행에 따라 확인하고 돈을 지급하는 것은 규정이나 계약을 떠나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고 원칙이다.
우리 군민은 300억 원 넘는 이 사고는 재정 자립도가 빈약한 우리 군에서는 너무나 큰 사고이며 앞으로 군정 전반이 흔들릴 정도로 치명적인 사건임을 알고 함께 걱정해야 한다.
우리 군(郡)에 이러한 큰 사건이 터졌음에도 일부 군민들은 내용을 잘 몰라 예사롭게 생각하거나 국가에서 어떤 조치를 해 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언론 발표 등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군정에 조금 관심을 가지는 주민들이 군데군데 모이면 으레 이 사건의 책임자가 누구냐? 라는 얘기가 나오고 직전 군수나 현직 군수 이름과 애초 엉터리 계약서를 작성하고 엉터리 사업을 추진한 관련 간부 공무원들의 책임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사업 내용이나 장래 경영상 문제점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지 않고 사업 승인을 해 준 군의회 책임론도 종종 나오고 있다.
피해액 변상에 대한 말이 나오면 더욱 심각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직전 군수와 현직 군수는 물론이고 이 업무를 담당한 간부 공무원 외 책임 선상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책임 정도에 따라 민, 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의 눈에는 이 사건에 책임져야 할 사람이 수십 명이 될 것 같은데 아직도 내 책임이라거나 우리 책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본인들이 전혀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 사건에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책임을 전혀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나의 좁은 생각으로 책임 있는 사람들을 집어 본다.
(1차 책임자들)
먼저 이 사업을 발주할 때 군수와 군수의 지시를 받고 타당성 여부를 깊이 검토해 보지 않고 엉터리 계약서를 작성하고 추진한 공무원들이다. 당시 군수는 말할 것도 없고 담당 계장, 과장, 국장, 부군수 등이 모두 1차 책임자들이다.

아무리 군수가 지시한 사업이라도 담당 간부 공무원들은 사업의 타당성을 심도 있게 검토하여 군수가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자기의 의견을 소신 있게 건의해야 한다. 그러다가 설령 군수와 뜻이 맞지 않아 다른 자리로 좌천되는 일이 있더라도 자기 판단이 옳다고 생각할 때는 끝까지 주장 할 수 있는 사람이 옳은 공직자다.
(2차 책임자들)
다음은 당시 합천군 의회 의원들의 책임이다. 그런 큰 사업을 심도 있게 검토해 보지도 않고 집행부의 그럴듯한 설명만 듣고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평소 의회가 집행부의 감시 감독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원인으로는 의원들의 능력 부족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의회의 임무는 제대로 숙지하고 이행하지 않으면서 차기 득표 궁리에만 정신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3차 책임자들)
그다음 책임자들은 2022년 지금의 군수가 당선되고 업무 인수위원회에 참가한 사람들과 현 군수의 책임이다. 당시 업무 보고를 받을 때 중요한 사업은 인수위원들과 군수 당선자가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그때까지 예산 집행 사항도 철저히 챙겨봐서야 했다. 그때 자세히 살펴보고 사업의 실효성이 없거나 예산 집행이 잘못되었다면 사업을 즉각 중단시킨 후 어떤 조처를 했다면 피해가 이렇게 확대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사기꾼들을 바로 잡아 돈을 회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업무 인수와 이 사업에 대한 판단을 너무 소홀히 한 것이다. 현직 군수 취임 후에 사업 현장에 아무런 진척도 없는데 소액이라도 추가 지출이 되었다면 변명할 수 없는 큰 잘못이다.
지금 이 사건 처리 정황을 보면 직전 군수는 현직 군수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하는 것 같고, 현직 군수는 앞사람이 저질러 놓은 일이니 나는 큰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지금의 군의회도 앞 8대 때 생긴 일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일 이러한 생각들이라면 모두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큰일이 발생하면 현직 공직자(선거직 포함)들은 모두가 내 일 같이 생각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중지를 모아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요즘 들리는 말에 의하면 군청을 새로 짓기 위해 수년간 적립한 기금을 가지고 우선 피해액을 조처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합천군에서 지금까지 군민에게 이 사건에 대해 한마디 사과나 설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조처는 군민을 너무 무시하는 행위로 많은 지탄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필자는 올해 군정 수행 일부를 보면서 조금 실망한 적이 있다. 군에서 이렇게 큰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였는데도 각종 행사를 줄이거나 축소하여 그 예산으로 이자라도 갚을 생각은 안 하고, 올해 행사에는 유명 가수들도 많이 부르고 더욱 요란하게 하면서 많은 돈을 펑펑 쓰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합천군에서는 피해액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난 7일 1차 법원 판결을 보면 300백억 원이나 되는 피해액 전액을 합천군에서 갚아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군수는 지역 언론을 통해 군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군민들이 알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예산으로 임시 조처하는 것도 언급하여 간접적으로나마 군민들에게 양해를 얻은 후 처리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군의회도 군민들에게 깊이 사과해야 한다. 앞 8대에서 한 일이지만 당시 의회에서 세밀히 챙기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의원들도 그 뒤에 제대로 챙기지 못한 잘못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관내 전 공무원과 군의회 의원들은 모든 시책을 계획, 심사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그런 마음으로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지역 언론들도 군정과 의회의 자잘한 홍보보다는 건전한 비판 기능을 강화하여 크고 작은 군정의 실책을 바로 잡는데 기여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