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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이 흉물스럽게 보인다 – 이호석 수필가

티·비로 가끔 국회의사당을 본다. 예전에는 국회의사당을 선량(選良)들이 모여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고뇌(苦惱)하는 곳으로 알았다. 그래서 그곳이 신성한 곳으로 보였고 그 안에서 일하는 국회의원들도 존경스러웠다. 물론 간혹 여야가 언쟁을 높일 때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볼썽사납고 저질스러운 싸움질을 이렇게 오래 하지는 않았다.
요즈음은 티·비에 국회의사당이 나오면 신성한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고 흉물스러운 괴물처럼 보인다. 건물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 안에서 일하는 국회의원이란 작자들이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고 매일 같이 싸움만 하고 상대편을 허물어뜨릴 연구만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국회의사당을 보면 그 안에 싸움꾼과 전과자들, 범죄자들이 득실거리고 그들이 한통치는 것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인지 모르겠다.
요즘 나 같은 장삼이사들의 이야기는 심각하다. 여·야할 것 없이 국회의원 삼백 명이 한꺼번에 다 없어져도 본인들 가족이나 슬퍼할까. 국민은 별로 슬퍼하거나 애석해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를 예사롭게 한다. 싸움질만 하는 의원들이 얼마나 보기 싫으면 이런 얘기가 나올까. 정말 무서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온갖 특혜로 호화롭게 살면서 아집과 착각 속에 사는 그들의 귀에는 이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지 않는 모양이다. 서글픔을 넘어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된다.
평소 정치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체하면서 자기들의 특혜와 기득권만 늘이고 자기 자신과 같은 패거리를 위한 정치를 하는 모습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국민은 그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스트레스로 병이 날 지경인데도 자기들은 기름기가 번지르르한 얼굴로 싱글벙글하며 국민이 듣기 민망한 상스러운 말을 예사로 하고 있다.
티·비를 틀다가도 국회의원들이 나오면 꺼버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혹시라도 밝은 뉴스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티·비를 틀다가 그들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거나 꺼버린다. 정말 그들의 꼴도 보기 싫은 것이다.
국회에서 요즘 예산 심의를 하면서 법치와 사회 질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 필요한 활동비 등 예산을 마구잡이로 깎고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그들의 활동비를 깎기에 앞서 그렇게 많은 국민이 지적하고 있는 황제 같은 대우를 받는 자기들의 세비와 특혜를 깎고 줄여야 하는 게 백번 옳은 일일 것이다.
앞 정권에서부터 잘못된 법치로 마약 청정국이던 우리나라가 2, 30대와 심지어 학생들까지도 마약을 즐기는 마약 천국이 돼가고 있고 각종 사건 사고도 무서우리만큼 늘어나고 포악해지고 있다. 이렇게 사회가 무질서해지고 혼탁하게 된 원인에는 국회의원들의 법 경시 풍조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매일 같이 싸움만 하고 전과자나 범죄자들이 한통을 치고 있으니 국민이 법을 두려워하고 질서를 지키려고 하겠는가. 최근에는 전과자나 범죄자들의 처벌이 가벼워지게 하는 법도 만들려고도 한다. 우리 사회를 무질서와 범죄자의 소굴로 만들 작정인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흔히 다수결을 민주주의 원칙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다수가 꼭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과 다수의 횡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봐 왔고 지금도 잘 보고 있다. 재판을 받는 범죄자들이 오히려 국회 안에서 떵떵거리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 지금의 정치인들은 정의와 불의도 모르고 선과 악도 구분할 줄 모르는 미숙아들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엉터리 정치를 하여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사회 질서를 문란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초선의원들이나,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국회에 들어가기만 하면 막강한 권력과 호화로운 특혜에 푹 빠져 똑같은 사람이 돼버리는 모양이다. 지난 추석 무렵 어느 여성 국회의원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도 세비가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오고 추석 보너스까지 받으니, 양심의 가책이 된다며 그 돈 일부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300명 중에 겨우 한 사람의 양심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속 큰 박수를 보내었고, 이런 국회의원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와 반대로 며칠 전에는 같은 여성 국회의원이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들었다. 공공장소에서 공공연히 자기 패거리에서 이탈하는 자가 있으면 자기가 죽여버리겠다는 험한 말을 거리낌 없이 하였다. 어쩌다가 저런 품격을 가진 사람이 국정을 논하는 국회의원이 되었을까 싶기도 하고, 전체 국회의원들의 사고(思考) 수준을 보는 것 같아 크게 실망하기도 하였다.
다른 나라 국회의원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도 하고 비서도 1명 정도라고 한다. 권위 의식에 빠진 우리 국회의원은 비서를 7, 8명이나 거느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할까. 국회의원이 정치는 제대로 하지 않고 매일 같이 국회 안팎에서 싸움만 하니 싸움거리 자료를 수집하고 전략을 세우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국민은 능력 없는 사람이 특혜만 움켜쥐고 패거리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그런 국회의원을 보고 싶어 한다. 지금 흉물처럼 보이는 국회의사당이 언제 국민의 눈에 예전과 같이 신성한 곳으로 보이고, 그 안에서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존경받을 수 있을까?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