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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충돌구가 아니라 운석키스구”인 합천에 온 시인(詩人)

이달균 시인 초청 문학아카데미 성료

문학아카데미 종강식 케익을 절단하는 이달균 시인과 손국복 시인, 수강생들 모습

시조와 사설시조의 달인
영화 비평 등 다양한 글로 독자와 만남

그는 합천 초계-적중 운석충돌구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합천은 별과 지구가 합일된 고장이다. 충돌이라기보다는 별이 내려와 입 맞춘 곳이라 말하고 싶다.” 이는 손국복 시인의 시집 『보이저통신』에 대한 해설에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 그는 “합천운석충돌구”가 아니라 “합천운석키스구”라고 부른다. 참으로 기발하고 아름다운 상상력이다. 합천은 물리적 힘의 충돌이 아닌, 우주에서 온 상상과 설렘의 신비가 키스처럼 다가온 곳이라는 것이다. 물리 법칙을 단숨에 문학으로 바꿔 버리는 시인의 힘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달균 시인은 석 달 동안 열 번의 강좌를 위해 합천을 오갔다. 그것도 “불금”이라 불리는 금요일 저녁 7시에 말이다. 강좌 기간 동안 그는 경남 지역 일간지에 합천 관련 글을 두 차례나 대서특필하며 합천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이달균 회장은 합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이름난 시인이다. 그는 2023년 합천예술제에서 많은 군민을 대상으로 문학 특강을 진행했으며, 경남문인협회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2020 찾아가는 경남문협 세미나』를 경남에서 가장 먼저 합천에서 개최할 만큼 합천을 아끼고 사랑한다. 또한, 합천을 주제로 한 사화집 『황강, 여울목에 비친 가야산 그림자』를 경남의 문인 120여 명과 함께 엮어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학창 시절 건강 문제로 학업에 열중하지 못하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헌책방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접하며 처음으로 시의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 책을 품에 안고 청춘의 열병을 앓고 극복하며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또한, 자신의 삶 속에서 만난 문학과 문학 대가들과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수강생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갔다. 특히, 영화 『학생부군신위』(감독 박철수)와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등 합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이야기를 통해 문학 강좌를 이어갔다. 이는 문학에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사설시조의 마지막 전승자로 불리는 이달균 시인은 그의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가 마당극 오페라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그는 문학 비평과 다양한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꾸준히 다가가고 있으며, 부지런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문인이다.
1987년 첫 시집 『남해행』으로 문단에 데뷔한 그는 현재까지 9권의 시집과 시조 평론집, 영화 감상문집 등을 출간하며 경남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지금도 문예 창작과 영화 비평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달균 시인은 합천군 이주홍어린이문학관(학예사 김광석)에서 마련한 문학 강좌를 10월 4일부터 12월 6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진행했다. 바쁜 금요일 저녁에도 20여 명의 수강생이 매주 강의를 빠짐없이 들으며 열띤 호응을 보였다.
12월 6일 열린 종강식에서는 통기타와 클래식 기타 연주, 시 낭송, 각자 소감 발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마무리되었다. 참가자들은 다음 기회에는 이달균 시인의 시조 강좌를 청강하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박황규 기자


이달균 시인

늙은 사자
이달균

죽음 곁에 몸을 누이고 주위를 돌아본다

평원은 한 마리 야수를 키웠지만

먼 하늘 마른번개처럼 눈빛은 덧없다

어깨를 짓누르던 제왕을 버리고 나니

노여운 생애가 한낮의 꿈만 같다

갈기에 나비가 노는 이 평화의 낯설음

태양의 주위를 도는 독수리 한 마리

이제 나를 드릴 고귀한 시간이 왔다

짓무른 발톱 사이로 벌써 개미가 찾아왔다

_시집 ‘늙은 사자’ 중에서

이달균 시인은 1957년 경남 함안 출생. 1987년 시집 『南海行』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고, 1995년 《시조시학》 신인상으로 시조 창작을 병행하였으며 《시와생명》 편집인을 역임했다.
시집 『문자의 파편』 『말뚝이 가라사대』 『장롱의 말』 『북행열차를 타고』 『南海行』, 영화 에세이집 『영화, 포장마차에서의 즐거운 수다』가 있고, 중앙시조대상,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경남문학상, 경남시조문학상, 마산시문화상(문학 부문) 등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