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저물어가는 황강의 노을 빛을 내가슴에 새기며 _윤명우 재부 초계중학교 제9회 책사 겸 수필가
2024년 12월 저물어가는 황강의 노을 빛을 내가슴에 새기며
_윤명우 재부 초계중학교 제9회 책사 겸 수필가

2024년 1월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한 해도 하루같이 지나버린 것 같아 인생은 그렇게 긴 것 같지만 순간인 것을, 세월의 메커니즘에서 살아온 인생은 오늘도 있고 또 내일도 오고 있듯이 내릴 곳이 어디인지 모르고 가다가 어느 때인지 나도 모르게 조용히 땅속에 묻히는 것, 인생이란 구름처럼 떠나버린 세월 속에 젊음만 가버리고 마법처럼 지나가는 세월이 야속하듯 소리 없이 떠나버린 친구들의 그림자는 내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습니다.
특히, 차가운 겨울 12월의 밤하늘에 초승달을 쳐다보며 초등학교 시절에 회자되어 많이 불렀던 “반달”은 최초의 국민 동요입니다. 테너 성악가이며 피아니스트로서 서양의 고전 음악과 민족 동요 음악과 함께 어우러진 다양한 장르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예술가로 아동 문학가인 윤극영(작사, 작곡)이 1924년에 창작 발표한 것으로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로 이어진 이 노래가 정말로 동심의 마음에 와닿는 노래입니다. 윤극영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를 반달에 비유함은 일제 강점기 때에 나라를 뺏긴 설움을 위로하기 위하여 아동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희망과 용기를 갖기 위한 노래라고 알려져 있고, 또한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누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사무쳐 창작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덧붙여 본다면 “푸른 하늘 은하수”는 누님이 떠나는 길을, “하얀 쪽배”인 반달은 꽃상여로,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는 그리운 누님의 모습을,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는 제대로 보살핌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는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는 길을 연상하여 지은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그 당시 어린 나이에 현실의 세상만 바라보았든 달은 참으로 달 속에 진짜 계수나무가 있을까, 계수나무 아래 토끼 한 마리가 방아를 찧는 그 모습 같기도 한데 동심의 세계를 어린 나이에 진실로 자연주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았든 순박한 그때를 되돌아봅니다.
마지막 가는 12월의 오늘은 어쩐지 내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과 외로움이 다가올 때 그 옛날 한겨울 눈 쌓인 칼바람에 한밤 길 잃은 초라한 나그네가 발걸음을 멈추고 밤잠을 청함에 우리 촌막에서 하룻밤을 묵게 하였던 그때를 생각하니 문득, 한국 현대 소설의 거장인 최인호가 1984년도에 출판하였던 장편 소설인 “겨울 나그네”는 베스트셀러로서 이 소설을 쓴 배경에는 빌헬름 뮐러의 “겨울 나그네” 시를 작화한 것을 1827년 슈베르트가 “겨울 나그네” 연가곡으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쓴 것으로, 슈베르트 연가곡 24곡 중 5곡인 <보리수>가 가장 잘 표현된 곡입니다. 주인공은 사랑을 결코 이루지 못해 눈 쌓인 거리를 헤매는 방황의 길을 걸으며 겨울 나그네 신세로 폐인이 되어 처참한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마지막 순간에 사랑의 메신저를 우리의 가슴에 전달한 연가곡으로, 이에 영감을 받은 이 소설은 청춘남녀들의 사랑이 어려운 환경에 부딪혀 결코 사랑을 이룰 수 없는 내용의 소설을 각색하여 1986년 스크린을 통하여 히트를 기록하였고 1990년 3월 28일부터 1990년 6월 21일까지 KBS 2TV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었으며 1997년 초 뮤지컬로 공연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대중음악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가수 심수봉의 “겨울 나그네” 앨범이 1989년에 발매되었는데 이 노래도 역시 빌헬름 뮐러의 시와 슈베르트 연가곡 및 최인호의 소설이 함축된 의미의 앨범이라 생각되며, 이 노래의 첫 소절에는 “겨울이 좋아 좋아 하얀 겨울이 좋아 / 말없이 앉았다가는 사람 추억을 묻고서 <중략> 그님을 떠나보내 놓고 다시는 다시는 올 수 없는 겨울”로 끝나는 이 노래는 매서운 추운 겨울에 사랑하는 여인이 떠난 쓸쓸함과 상실감이 간절하게 묻어 있는 노래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꿈 많던 청년기를 거치면서 사랑의 그리움을 꿈같은 현실의 여정을 밟아 왔으며 드라마틱한 추억이 내 가슴속에 잠재해왔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대중음악이 없이는 삶의 의미가 없으며 어려운 역경에서도 음악으로 위로받고 사랑을 넘어 정으로 삶을 가꾸게 합니다. 대중음악은 클래식 음악과 달리 시간이나 장소, 계층, 연령 등 여러 조건을 요하지 않으며 누구나 보편적 가치의 틀에서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게 하고 삶의 고뇌를 제어합니다. 살아오면서 때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대중음악은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어 음악으로 행복의 가치로 승화시켜 줍니다. 특히 심수봉의 데뷔곡으로 직접 작사, 작곡한 1979년 “그때 그 사람”으로 앨범을 발표하여 최고 히트곡으로 기록되었는데, 그때 그 사람의 실존 인물이 가수 나훈아임이 밝혀졌습니다. 사실인즉 가수 심수봉은 1975년 도큐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노래하는 피아니스트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 호텔에 가수 나훈아가 찾아 주셨을 때 심수봉은 감사의 뜻으로 나훈아의 골든 앨범인 “물레방아 도는데”를 불렀는데 이 노래를 들었던 나훈아는 그의 창법과 음색에 반해 나훈아로부터 가수 제의를 받고 작곡가에게 추천하여준 고마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었고, 심수봉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나훈아가 찾아와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어 이에 감동하여 짝사랑하게 되었음을 2024년 6월 6일 tvN STORY에 출연하여 진솔하게 발표함으로써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한국 가요계의 거장 심수봉은 비음으로 애절하게 노래해온 ‘레전드’이며 트로트, 재즈, 발라드 등 다양한 멜로디를 변주한 ‘싱어송라이터’로서 대부분 멜로디를 직접 쓰고 인생사의 이야기들을 노래로 풀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노래는 탁하지 않으며 옹달샘에서 솟아오른 샘물 같으며 아침 이슬에 맺혀진 잎새의 물방울과 같이 청명하며 7월의 청포도가 익어가는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굴곡진 인생의 삶이 노래로 잘 표현되어 우리 시청자에게 다가와 감동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감염병 사태로 국민이 힘겨울 때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기 위해 2021년 KBS 2TV 한가위 특별기획 “대한민국 피어나리 심수봉”에서 ‘사랑밖엔 난 몰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백만 송이 장미’ 등 21곡을 열창하여 안방극장을 달구어 삶의 용기를 갖게 했습니다.
대중음악은 가정의 삶의 질을 승화시켜 줍니다. 대중음악은 연인과의 사랑의 가교 역할을 하게 합니다. 세상의 인연으로 부부의 연을 맺어 살아오는 것도 대중음악의 역할이 크다 아니할 수 없으며, 살아가면서 때론 어려운 역경을 음악으로 위로받아 이를 극복하며 사랑을 넘어 정으로 가족의 힘이 되어주고 가정의 행복의 가치로 이루게 하는 내자(內子)의 고마움은 모진 겨울을 이겨낸 목련화입니다. 반세기를 훌쩍 넘게 곁에서 어둠의 세상을 밝게 하고 가정의 등불이 되어준 나의 그대입니다. 나는 황금 연못에 투영된 단풍잎이 아름다움을 다할 때까지 사랑과 정을 함께 하면서 저물어가는 12월의 끝자락에서 오늘도 변함없이 가야산 산마루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홍류동 계곡을 굽이돌아 황강에 이르고, 함벽루에서 바라보는 황강의 푸른 물결은 변함없이 흐르고 짙어지는 향수에 잠 못 이룰 때 정말로 나를 안아 줄 이곳이 바로 나의 고향 합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