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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물 안 개구리 안목에서 벗어나자 -이호석 수필가

우리나라에 시·군·구를 기초단체로 한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것은 1995년 7월부터였다. 지방자치제를 시행한 것은 과거 중앙정부에서 전국 시군에 하달하는 획일적인 정책이나 지시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의 자주적 창의력으로 환경과 여건에 맞는 특색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지방자치제를 시행한 지 어언 30년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 군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했는지 냉정하게 생각하고 판단해 볼 때이다. 그동안 세 분의 민선 군수가 2대 8년씩 재임하였고, 한 분은 1대 4년을 겨우 넘겼으며 지금은 다섯 번째 군수가 재임하고 있다.
새로운 군수가 선출될 때마다 지역을 다른 시군보다 잘사는 고장, 발전하는 고장을 만들어 인구 증가를 이루겠다고 공약하였으나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대부분이 공염불이었고, 침체와 퇴보에 가까운 군정을 수행하여 전국에서 소멸 우선순위에 직면한 군으로 쇠락하였다.
군의원에서 군수까지 선거직 공직자는 평소 깊은 애향심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라야 선대들이 구석구석 이루어 놓은 문물을 지켜내면서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평소에는 지역에 대한 주인의식도 없이 건성으로 지내다가 선거 때가 되면 그 자리를 벼슬자리로 생각하고 온갖 감언이설로 당선된 사람들은 지역발전에 대한 창의력이 있을 수 없고 임기 내 허송 세월만 보내기 마련이다.
특히 민선 군수는 깊은 애향심은 물론 남다른 능력과 뚜렷한 소신, 창의력과 예리한 판단력, 과감한 추진력 등을 고루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산하 800여 공무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집약하여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게 하는 혜안과 통솔력이 있어야 한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 민선 군수들의 군정 수행 상황과 지역발전에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평가해 봐야 한다. 나의 좁은 안목으로는 민선 군수 다섯 분 중 지방자치 시대의 군수로 역할을 제대로 한 군수는 한 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분은 항상 새로운 창의력과 날카로운 판단력 그리고 과감한 추진력으로 큰일을 많이 하셨다. 그분 재임 시에는 군민들이 생동감과 활기찬 군정을 느낄 수 있었고 더한 기대감도 가져었다. 그 외 군수들은 대단히 미안한 말씀이지만 무사안일과 현상 유지에 급급한 군정을 펼쳐 왔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러한 군수를 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나를 포함한 우리 군민 대다수가 좁은 안목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 안목으로 우물 안 개구리 대표를 선출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30여 년을 우리는 군정에 무관심으로 너무나 아까운 세월을 보낸 것 같다. 항상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군의원, 도의원이나 군 공무원으로 지낸 사람 등 평소 친분 있고 안면 있는 사람들만 보면서 살아왔고, 이 좁은 곳에서도 혈연이나 중부, 동부, 남부, 북부 등 지역 연고를 찾고 친분을 내세우며 좁쌀 같은 마음으로 선택한 경향이 있었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보면 우리 지역 출신들이 중앙부처나 도 단위 기관에 근무하면서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퇴직한 훌륭한 분들이 많았음에도 우리는 그분들의 재능과 인맥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였다.
간혹 능력 있는 훌륭한 향우들이 고향을 위해 봉사를 하고 싶어도 그런 기미가 보이면 고장에서 군수에 출마할 사람이나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그 사람이 아무리 훌륭해도 고향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라는 말로 가로막았고 많은 사람이 이에 동조하였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안목으로 군수를 선출한다면 이 고장에는 희망이 없다.
앞에서 말한 한 분의 군수를 제외하면 다른 분들의 업적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 빈약하다. 손바닥만 한 로터리 몇 개, 주차장 몇 곳 만든 것 등이 고작이다. 이런 사업들은 시대에 따른 전국의 현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시책으로 시행한 사업들이다. 또 걸핏하면 침체된 지역 상황과는 달리 우리 군이 전국 최고의 대상을 받았다고 언론과 현수막으로 광고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인근 시군을 지나다 보면 우리 지역과 같은 사업을 해 놓았고, 유사한 수상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후 곳곳에서 매년 온갖 명목의 상을 만들어 전국에 남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는 지역에서 선출한 군수들의 능력 한계를 확연히 알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직전 군수와 현직 군수의 실책으로 국민의 혈세인 우리 군의 예산 300여 억 원을 사기당한 일이다. 이 사건은 어떠한 해명으로도 군민을 이해시킬 수 없고 용서받을 수도 없다. 어처구니없는 이 사건은 두 군수의 고의성은 아닐 것이고, 판단력 부족이나 무지(無知)의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분들은 지역 역사 이래 가장 큰 사고를 저질러 놓고도 지역신문에 기자회견이란 명목으로 형식적인 잘못을 표명했을 뿐 지금까지 지역 언론을 통해서라도 군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 어떤 돈으로 우선 메꾸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지 말 한마디도 없다. 사실대로 이야기하여 군민의 걱정과 궁금증을 덜게 해야 한다.
이제 군민들도 주인의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가져야 한다. 내 돈 같으면 천만 원만 빼앗겨도 소송을 한다든지 혈안이 되었을 것인데, 군 예산을 300억 원이나 사기를 당했는데도 대다수가 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듯이 무관심한 것 같다. 이러한 무관심으로는 바른 군정과 건전한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민선 군수가 뚜렷한 소신과 판단력, 과감한 추진력 없이 항상 법 테두리 안에서 몸을 도사리고 있는 참모들의 의견에 치중하는 군정은 역동성이 없고 지역도 침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몇 년 전 합천읍에서 대병면 소재지까지 4차선 도로개설 때 민선 군수의 위력을 보았다. 민선 군수는 공공사업을 시행 함에 있어 사심이 있거나 부정한 돈을 착취하지 않으면 여간 큰 사업도 상급 기관의 제재를 회피하면서 과감하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안목을 넓혀야 한다. 군민의 대표자를 고장에서만 찾지 말고 향우 중에서라도 훌륭한 분을 찾아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 와 우리들의 대표로 선출해야 한다. 그리고 군의원 도의원도 친분이나 겉치레 친절에 속지 말고 그 직분을 잘 수행할 능력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군이 조금이라도 생동감을 가지고 건전한 발전을 할 수 있다.
군민의 안목과 지역의 정서를 바꾸는 이런 일들을 추진 하는 데는 고장을 사랑하는 각급 단체에서 앞장서야 한다. 군정의 잘못을 뒤에서 비난만 하고 직접 나서지 않으면 내 고장 합천은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