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은 흐른다(19) 농가소묘 – 윤한무
봄갈이 두엄채비
구수한 농가 뜨락에
자지러지게 영을 넘던 실안개
어느새 비 되어 온다
씨앗을 챙기는 아낙은 하마
가을 거둘 생각.
곳간을 텅 비운 채
섣달 그믐날 보내고 말았던
아픔을 훌훌 헐어 버리고
사랑하는 이의 가슴을 헤집듯
땅을 열고 생명을 심어갈 맘이지만
찬바람에 우수수 져 버릴
매화꽃 무리 위로 머무는
눈길.
한 떼의 젖빛 구름
앞산 재를 넘는데
배냇소 우는 거동에
아낙은 조용히 두 손을 모은다.
손국복 시인의 시평|
어김없이 봄은 또 온다. 거름을 내고 씨앗을 챙기며 한 해 영농을 준비하는 농부의 마음은 분주하다. 긴 겨울, 텅 빈 곳간의 배고픈 설움과 아픔을 근대를 살아 온 우리는 안다. 땅을 헤집고 씨앗을 뿌려 가을을 기대하는 농부의 눈에 흩어지는 매화꽃이 시리도록 처연하다. 새끼 낳으면 주인과 나누기로 한 배냇소의 출산을 기다리는 아낙의 기도가 절절한 농촌, 매화꽃비 되어 봄날은 간다.
농촌의 봄 풍경을 정겹게 소묘한 합천 용주 출신의 윤한무 작가는 서라벌예대 문창과를 수료하고 <예술세계>로 등단한 후 합천문학회 초대회장, 합천수필문학회장을 역임한 지역 원로 문사로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합천군의회의장 재임 시 지역사회에 봉헌한 업적 또한 혁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