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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儒學)의 오상(五常)을 통해 삶의 길을 묻는다 / 곽노연

곽노연
청주후인,대병대지産,시인/시조시인,국전서예작가,국가유공자)

1 서론

오늘날 우리는 급격한 사회 변화와 글로벌화, 그리고 기술 발전 속에서 다양한 가치관과 관점이 교차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행동, 그리고 사회적 요구에 맞는 새로운 이론과 접근 방식들이 계속해서 제시되고 있다.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유학이 제시하는 다섯 가지 덕목이라고 하는 오상(五常)인 인(人)·의(義)·예(禮)·지(智)·신(信)을 상기해 본다.
그 옛날 조선 건국 시기에 한양(서울) 도성을 축성하면서 동서남북과 중앙에 다섯 가지 덕목의 의미를 부여하여 흥인지문(興仁之門), 돈의문(敦義門), 숭례문(崇禮門), 홍지문(弘智門), 보신각(普信閣)을 세워 백성의 삶의 길라잡이로 삼았다. 이 덕목들이 각각 인간의 행동, 사회적 관계, 그리고 윤리적 가치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각 요소가 가진 의미를 간략하게 알아보고 그것들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와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제시해 본다. 논조(論調)의 간극이 크다 해도 넓은 혜량(惠諒)을 청한다.

2 오상(五常)에 담긴 가르침

(1) 仁(인): 인간의 본성과 행동
유학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仁(인)”은 공자(孔子)가 인간이 지녀야 할 도덕적 가치의 중심에 둔 개념이다. 한자 “人”은 “人(사람 인)”과 “二(둘 이)”로 이루어져 있어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도덕적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자는 “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仁)”이라 하여 자신의 욕심을 이기고 예(禮)를 실천하는 것이 곧 “仁”이라고 강조한 것은 단순한 선한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도덕적 실천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仁”의 핵심은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공자는 이를 “애인(愛人)”이라 표현했고,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仁”이라 했다. 즉, 타인의 고통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감정이 “仁”이기에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적극적으로 선(善)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仁”은 개인 윤리를 넘어 사회적 조화와 정치적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가치다. 공자는 “仁”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가정이 화목해지고, 국가가 안정되며, 궁극적으로 천하가 태평해진다고 보았다. 유학의 다른 덕목인 예(禮), 의(義), 지(智), 신(信)이 “仁”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특히 예(禮)는 “仁”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도 “仁”은 이타심, 윤리적 책임, 포용과 존중 등의 개념으로 적용되며, 기업, 정치, 교육, 일상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義(의): 윤리적 가치와 정의
“義(의)”는 유학에서 “인(仁)”과 함께 인간이 지켜야 할 중요한 도덕적 바른 행동으로 “옳음” 또는 “정의”로 이해된다. 공자와 맹자는 “義”를 인간이 본디부터 지닌 군자의 기본 덕목으로 강조했다.
한자 “義”는 “羊(양 양)”과 “我(나 아)”로 구성되는데, “羊”은 순결함을, “我”는 자신을 의미하여, 개인행동이 사리사욕을 따르지 않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는 “군자는 의를 근본으로 삼는다(君子義以為上)”라며, 군자는 이익보다 공공의 정의를 우선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리고 “소인은 이익을 따르고 군자는 의를 따른다(小人喻於利 君子喻於義)”하면서, 군자는 사적인 이익보다 도덕적 가치를 실천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맹자는 “義”를 “수오지심(羞惡之心)”과 연결하여, 부끄러움을 알고 악한 것을 미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하면서 외부에서가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내재된 감정이므로 자연스럽게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인”이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義”는 그 사랑이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실천되도록 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부모를 사랑하더라도 그들이 부당한 일을 하면 바로잡는 것이 “義”인 것이다.
개인 윤리를 넘어 사회적 정의와도 연결된 “義”이다. 공자는 “義”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원칙이라고 보았으며, 맹자는 통치자가 “義”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앞세워 군주는 사리사욕이 아닌 백성의 행복을 위한 도덕적 책임을 주창한다.
오늘날에도 “義”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정직하고 바른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 “義”이며, 사회적으로는 공정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義”의 실천이다. 기업 경영에서 윤리를 중시하는 것, 정치에서 정당한 법과 원칙을 따르는 것 역시 “義”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3) 禮(예): 예의와 존중
“禮(예)”는 유학에서 인간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고 사회 질서를 지탱하는 핵심 덕목이다. 공자는 “禮”를 단순한 형식적 예절이 아니라, “인(仁)”과 “의(義)”를 실천하는 구체적 방식이라 했다. 즉, “禮”는 단순한 행동 양식이 아니라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는 틀이다.
한자 “禮”는 “示(보일 시)”와 “豊(풍성할 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본래 제사 의식에서 출발해 점차 사회적 규범과 질서를 뜻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공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 위인(爲仁)”이라 하여, 욕망을 절제하고 “禮”를 실천하는 것이 “仁”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고, 맹자는 “禮”가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며, “사양지심(辭讓之心): 겸손하게 양보하는 마음“이 그 근본이라고 설명했다.
“禮”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필수 요소로, 유교의 “삼강오륜(三綱五倫)”을 통해 인간관계의 윤리적 기준을 정립한다. “삼강”은 군신(君臣), 부자(父子), 부부(夫婦)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원칙이며, “오륜”은 부모와 자식, 군주와 신하, 부부, 형제, 친구 간의 도덕적 규범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가족과 국가가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공자는 “禮”를 지나치게 형식적인 것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禮는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하며, 본질적인 정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례허식보다 진심 어린 정성이 담긴 행동이 더 가치 있다고 보았다.
현대에서도 “禮”의 개념은 존중과 배려의 태도로 이어진다. 직장 문화, 정치·외교 의전, 일상생활에서의 예절 등 다양한 영역에서 “禮”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자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4) 智(지): 지혜와 판단
“智(지)”는 유학에서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올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공자는 “智”를 군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로 보았으며, 이를 통해 “인(仁)”, “의(義)”, “예(禮)”를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자 “智”는 “知(알 지)”와 “日(날 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깨달음을 얻고 실천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즉, “智”는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력과 실천력을 의미한다. 공자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고 하여, 지혜로운 사람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맹자는 “智”를 “의(義)”와 연결하여, 진정한 지혜는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보았다. 그는 “대인의 智는 그 義에 있다(大人之智 以其義也)”고 하여, 도덕적 가치가 동반되지 않은 지식은 참된 지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맹자의 ”시비지심(是非之心):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에 해당한다.
오늘날에도 “智”의 의미는 중요하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단순히 많은 것을 아는 것보다,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이다. 기업 경영에서는 윤리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춘 의사 결정이 필요하며, 정치에서도 국민을 위한 정의로운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 할 수 있다. 또한, 개인적인 삶에서도 단순한 지식보다 올바른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도덕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지혜로운 삶이라고 할 수 있다.

(5) 信(신): 지혜와 판단
“信(신)”은 유학에서 믿음, 신뢰, 성실함을 의미하는 덕목이다. 공자는 “信이 없으면 사람은 설 수 없다(人而無信 不知其可也)”고 하여, 신뢰가 인간관계와 사회의 근본임을 강조했다. “信”은 “人(사람 인)”과 “言(말씀 언)”으로 이루어져 있어,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공자는 “信”을 군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으로 보았으며, 신뢰가 없는 사람은 존경받을 수 없고, 관계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신뢰를 쌓은 사람은 주변에서 인정받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맹자 또한 “信”을 인간관계의 기본이라 보아 한 번 잃으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광명지심(光明之心):밝은 빛으로 믿음을 주는 마음”으로 표현했다.
“信”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필수적 덕목이다. 정치에서 “信”은 국민과 지도자 사이의 신뢰를 의미하며 지도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회가 불안정해진다. 경제에서도 신뢰는 필수 요소로, 기업이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브랜드가치를 잃고 시장에서 도태된다. 법률 시스템에서도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으면 사회 질서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信”의 가치는 더욱 중요하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거짓 정보가 난무하고, 말과 행동이 쉽게 기록되어 신뢰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직장에서도 상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조직의 신뢰가 무너지고, 반대로 신뢰가 바탕이 된 조직 문화는 성과를 높인다.
개인적인 삶에서도 “信”을 실천하면 주변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공자와 맹자는 “信”을 군자의 기본 덕목으로 보았으며,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뢰를 쌓는 것은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信”의 가치를 기억하고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며 정직하게 살아가야 한다.

3 결론


유학의 핵심 덕목인 “仁義禮智信”이 단순한 윤리적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도덕적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조화와 정치적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가치라는 점이다.
“仁”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설명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 “義”를 통해 윤리적 기준과 도덕적으로 정의로운 행동을 통한 사회적 질서 유지, “禮”를 통해 인간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방법 확립, “智”를 통해 지혜로운 판단과 적정한 결정, “信”은 신뢰와 약속을 통해 인간관계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사회적 협력과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덕목들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개인의 삶, 조직,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천될 때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유학의 가르침은 이타심, 윤리적 책임, 공정함, 신뢰 등으로 현대적 의미로 적용될 수 있으며, 이를 실천할 때 개인과 사회가 조화를 이루고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유학의 오상이 인간의 복합적인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각 요소의 상호작용과 중요성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