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는 국민의 거울이다 – 곽노연 대병대지産, 시인, 시조시인, 서예작가<서가협>, 국가유공자
국민이 외면한 책임과 양심, 이제 스스로 반성하자
- 서론(뭘 봤나)
요즈음 정치권에 관한 평들이 여러 사람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특정 정치인을 향한 날선 비판과 풍자가 그에게 시작되지만 실은 정치판 전체, 더 나아가 국민 개개인에게로 향하고 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작은 것을 탐내다 큰 것을 잃음) 배은망덕(背恩忘德:은혜를 저버림) 腐肉之羣(부육지군:썩은 고기를 탐하는 무리) 이전투구(泥田鬪狗:서로 물고 뜯음) 등과 같은 비판이 대표적이다. 많은 국민이 느꼈을 정치에 대한 배신감, 혼란, 분노, 좌절이 비판과 풍자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날카로운 것은 국민 스스로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직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정치는 국민의 거울이다. 우리는 매번 정치를 욕하면서도, 정작 그 거울 속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모든 이에게 “그들은 누구의 손으로 뽑혔는가?”,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방치한 건 누구인가?”, “지금의 혼란과 부패는 과연 그들만의 잘못인가?”라고 묻는다.
우리가 직면한 것은 정치의 부패나 정당 간의 권력 다툼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국민의 양심과 분별력이 무너진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치 실패다. - 본론(정치의 실패는 국민의 책임)
정치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권력자 집단’이라고 한 것도 과분하다 할 것이다. 오늘날 정치인은 더는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권력의 수혜자처럼 행동하고 있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말하며 권좌에 올랐지만, 임기 중 보여준 모습은 오히려 편중된 인사, 고집, 독단이라는 단어와 가까웠다. 측근을 향한 과한 충성은 국가 운영의 균형을 깨뜨렸고, 사사로운 감정이 정책과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자신을 길러준 정치적 동지를 배신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신인의 모습은 어떤가. ‘개혁’과 ‘정의’를 말하면서, 실상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권력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모습은 국민에게 혼란을 안겼다. 겉으론 의리를 말하면서 속으론 욕심을 채우는 이중성은 더는 숨겨야 숨겨지지 않는다.
야당 또한 다르지 않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정치 보복과 권력 쟁탈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정부패와 범죄 의혹이 가득한 지도자, 그리고 그를 감싸기 위해 진실을 외면하는 의원들과 해를 쫓아가는 해바라기형 의원들에게는 나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권’이고, 국민이 아니라 ‘지지율’이다. 그들은 언제나 “나라를 위한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자신과 자신의 진영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책임은 회피하고 공은 독점하려는 이들의 행태는 이제 국민을 지치게 만든다. 이것이 정치권의 민낯이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의 근본은 정치인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들을 선택한 우리 국민의 선택과 책임에 있다. 선거 때마다 ‘정권 교체’ 혹은 ‘정권 수호’를 외치며 진영 논리에 빠져 ‘사람’을 보지 않고 ‘깃발’만 보는 우리 유권자들이 문제이다.
정당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특정 이념 진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지지하고, 무조건 비난하며 갈라진 사회는 더 이상 ‘정치의 다양성’이 아니라 ‘정치의 파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양심을 팔았다. 약소한 지원금에 눈이 멀어서 판 양심, 책임감 있는 투표 대신 단기적 이익에 따라 투표한 양심,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과 갈등으로 돌아왔다.선동과 이미지 정치에 휘둘리며, 정작 중요한 정책과 인물의 인품은 외면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지만, 그 다수가 깨어 있지 않다면, 결국 우매한 선택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보여주는 비양심적 행태, 무책임한 언행, 무능한 리더쉽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선동한 탓도 아니다. 결국 국민이 선택한 결과물이다. 그들을 만든 것이 우리 국민이니 정치의 실패는 오롯이 국민의 책임이다. - 결론(책임과 양심을 찾자)
우리는 반복되는 정치인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분노하면서도, 정작 그들을 선택한 자신의 책임은 쉽게 외면한다. 그저 “나는 어쩔 수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라는 말로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핑계를 댈 수 없는 시대다. 정보는 넘쳐나고, 판단의 기준은 충분히 주어졌으며, 국민의 힘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졌다. 그런 시대에, 여전히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것은 더 이상 ‘몰라서’가 아니라 ‘외면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직접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이 아닌 성찰, 냉소가 아닌 양심, 무관심이 아닌 책임 의식이다.진정한 민주주의는 권력을 감시하는 국민의 힘에서 출발하며, 그 힘은 깨어 있는 양심으로부터 나온다. 지금의 정치판을 보며 “나라가 망했다”라고 말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에게 묻자. “나는 지난 선거에서 양심의 한 표를 행사했는가?”, “나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분별하려 노력했는가?”, “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었는가?”
정치가 바로 서려면 국민이 먼저 바로 서야 한다. 이제는 스스로 눈을 뜰 때다. ‘누군가가 해주겠지’ 하는 환상 속에서 살아갈 수 없다. 우리 손으로 뽑고, 우리 눈으로 감시하며, 우리 목소리로 꾸짖고 바로잡아야 한다. 2025년 6월 3일, 우리 스스로가 진정한 ‘국민’으로 깨어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